[단독] 폴 매너포트, 이병호 국정원장과 극비 회동 왜?

강준구 고승혁 김유나 기자 2017. 1. 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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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 조기대선' 따른 정세 변화 탐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근인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1일 서울 신라호텔 객실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이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손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근인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위원장의 연말 방한은 트럼프정부 출범에 따른 한·중·일 3국과의 현안 사전조율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정치 상황과 차기 정권 향배, 개헌 가능성은 물론 트럼프식 안보·경제 정책 영향 등 광범위한 현안을 논의하는 차원이다.

특히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을 비공개 면담한 것은 한국의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국 논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될 경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없이 곧바로 차기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방한해 2박3일간 서울 신라호텔에 머물며 국내 주요 인사들을 면담했다. 특히 31일에는 1시간에 한 명씩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국정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대표,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도 이날 면담했다. 김 전 대표 등 일부 참석자와는 호텔에서 오찬도 함께했다.

로비스트 출신인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은 이런 물밑 조율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다.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부자(父子) 등 미국 역대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공화당 내 베테랑 선거 전문가다. 트럼프 캠프에선 선대위원장 겸 최고전략책임자로 활약했다.

그가 방한 기간 만난 사람은 크게 세 부류다. 정국 탐색을 위해선 이 국정원장을, 정치인 중에선 개헌파인 민주당 김 전 대표·손 전 대표와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을, 경제계 인사 중에선 KB금융지주 윤 회장을 만났다.

이 국정원장과의 회동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한 참석자는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이 이 국정원장을 현 정국을 가장 잘 아는 핵심 인사로 보고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회동 주제도 다양했다. 대선 분위기는 물론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및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비용 인상 등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영향 및 가계부채·환율 문제도 집중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안 의원은 “매너포트에게 한·미 FTA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는 국민 정서가 좋지 않으니 신중히 하면 좋겠다. 개헌 문제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 전 대표는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책 등을 주로 논의했고, 개헌 등 국내 현안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 측도 “남북 문제 등 한반도 이슈와 동북아 정세에 대해 1시간가량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KB금융지주 윤 회장의 경우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이 “실물경제를 잘 아는 사람을 보고 싶다”고 요청해 면담이 성사됐다. KB금융지주 측은 “매너포트 측의 요청으로 개별 면담했다”면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 실물경제 영향, 환율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 등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해법을 얘기했고, 매너포트 측은 ‘수긍한다’고 답변했다”고 했다. 회동을 주재한 한솔그룹 측은 “조동혁 그룹 명예회장이 지인으로부터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을 소개받아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은 우리 측 인사들에게 그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측,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측과 면담한 사실도 공개했다. 한·미 관계는 물론 미·중, 미·일 관계 등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탐색을 위해 파견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매너포트 전 선대위원장이 어떤 자격으로 방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묵은 서울 신라호텔 로열스위트룸은 하루 숙박비가 700만원에 달한다.

강준구 고승혁 김유나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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