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블랙박스] '강남 귀족계' 다복회 계주, 또 곗돈 12억 먹튀

오로라 기자 2017. 1. 3.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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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엔 374억 빼돌려 옥살이

2000년대 초반 '다복회'라는 금색 글씨가 쓰인 빨간 수첩은 서울 강남 부유층 사이에서 '신분의 상징'이었다. 다복회는 고위 관료와 전문직 종사자, 연예인 등 부유층만을 회원으로 삼은 이른바 강남 '귀족계'였다.

다복회 계주 윤모(여·60)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강남 일대에서 인테리어 사업으로 잔뼈가 굵었다. 호탕한 성격의 윤씨는 사업 중 알게 된 연예인과 고위층 인사 부인을 내세워 2001년 다복회를 만들었고, '귀족 마케팅'으로 계원들을 늘려나갔다.

다복회의 이름은 지난 2008년 회원들이 윤씨를 곗돈을 가로챈 혐의로 고소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한때 피해액이 1000억원이 넘는다는 소문이 돌며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다복회 사건 이후 '한마음회' '청솔회' 등 다른 귀족계 사기도 주목을 받았다. 윤씨는 결국 계원 148명에게 받은 곗돈 374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법의 심판을 받은 뒤에도 윤씨의 행각은 바뀌지 않았다. 출소 후 윤씨는 과거 인맥을 통해 강남 부유층을 소개받아 다복회와 유사한 '번호계'와 '낙찰계'라는 귀족계 2개를 만들었다. 윤씨는 계원 10여명으로부터 매달 1인당 1400만~3100만원씩 걷었다고 한다. 이는 국내 계 모임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일 윤씨를 거액의 곗돈을 빼돌린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계원 5명의 곗돈 12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그중 한 명에게 빌린 10억원도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부터 윤씨의 계에 돈을 붓기 시작한 회원들은 곗돈을 받지 못하자 지난해 7월부터 순차적으로 윤씨를 고소했다.

윤씨는 경찰 조사에서 "돈을 빼돌린 게 아니라 상황이 좋지 않아 주지 못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윤씨는 '돌려막기' 식으로 곗돈을 지급해 곗돈 타는 순서가 뒤쪽인 계원들이 피해를 봤으며, 추가 피해 신고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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