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고위공무원 54살에 퇴직해 3차례 재취업 63살에 은퇴

김경락 2017. 1. 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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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수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
고위 관료 재취업 연구
퇴직자 10명 중 8명 재취업 성공
재취업 3탕 뛰는 경우도 수두룩
재취업 첫직장서 조기퇴직 급여손실 만회
공공부문 시작해 민간부문 이동..일본과 유사

[한겨레] ㄱ씨는 2012년 5월 경제부처에서 차관보급 보직을 끝으로 30년 남짓 이어진 공직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1958년생인 그에게 정년은 7년 남아 있었다. 하지만 퇴직 뒤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공직 퇴직 직후 3년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공기업 사장을 맡았다. 차관보로 일할 때보다 보수가 크게 뛴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지난 2015년 중반께 이 자리도 임기가 끝나 물러났다. 예순도 채 안 돼 나이에 맞는 ‘백수 생활’은 어색했으나, 이런 기간은 길지 않았다. 6개월 뒤 금융 관련 법인의 이사장 자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이 퇴직 뒤 공공기관과 협회 등에 재취업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낙하산’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관피아 논란’이 커지면서 공무원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재취업의 전반적 규모나 이직 경로 등은 이런 논란 속에서도 드러난 적이 없었다. 최한수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공무원의 퇴직과 재취업 특성에 관한 연구’에 이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일단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세청 등 경제부처에서 국장급 이상으로 일한 뒤 퇴직한 고위공무원 83%가 퇴직 뒤 1년 이내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는 재취업 경로가 언론사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드러난 2000년 이후 퇴직자 600여명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의 공직 퇴직 시기는 정년(60살)보다 평균적으로 6년 이른 54살이다. 또 퇴직 뒤 모두 3곳에서 평균 8년6개월가량 일을 한 뒤 완전히 은퇴한다. 최종 은퇴 연령은 대략 63살 정도였다.

자료 : 조세재정연구원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이 재취업하는 곳은 1·2·3차를 통틀어 공공부문(52%)과 민간부문(48%) 비중이 엇비슷했다. 공공부문은 공공기관(20%)이나 협회(19%), 또다른 공직(12%)을, 민간부문은 사기업(19%)이나 사기업 자문(16%), 학계나 국제기구(13%) 등을 가리킨다. 다만 1차 재취업 땐 공공부문 비중이 민간부문보다 확실히 더 컸고, 2차·3차 재취업으로 갈수록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비중이 엇비슷해졌다.

보고서는 공공기관 보수가 공무원 재직 때 보수보다 더 높은 점을 염두에 두면 첫번째 재취업만으로도 공직 조기퇴직에 따른 보수 손실을 대부분 만회한다고 추정했다. 가령 2015년 기준으로 정부부처 1급으로 근무한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연간 급여 상한액은 약 7488만원이다. 하지만 이 사람이 퇴직 뒤 공공기관 사장으로 취업하면 평균 급여가 1억5856만원으로 2.1배가 뛴다. 보고서는 “퇴직 뒤 재취업 확률을 고려해 기대임금을 따져보면 재취업 뒤 받는 보수는 퇴직 전 보수의 1.7배 정도 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경제부처 고위공무원의 이런 재취업 구조는 퇴직 뒤 민간으로 곧바로 가는 경우가 많은 미국보다는 일본과 더 유사하다면서, 일본의 한 연구를 소개했다. “일본의 고위 관료는 퇴직 뒤 자신이 현직에서 감독하던 회사 중 규모가 큰 공기업으로 재취업한 뒤, 다음 단계는 같은 분야의 협회, 마지막으로는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는 체계적 패턴을 보인다. 이는 후배들의 승진 가능성을 높여주기 위해 정년 전 조기퇴직하고, 퇴직 뒤 재취업은 조기 퇴직 고위 관료에 대한 비공식적 연금 체제 성격이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 역시 고위공무원의 재취업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했다. 또 분석 대상으로 삼은 경제부처도 맡은 업무의 특성에 따라 재취업 패턴에 차이가 크다는 점도 다루지는 않고 있다. 예컨대 산하 기관이 많은 부처와 그렇지 않은 부처, 공직 재직만으로 세무사 등 자격증을 확보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사이에는 재취업 확률에서 차이가 있다. 최한수 부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리적 측면에선 낙하산 관행은 분명 문제가 있으나 현실에선 공무원들의 장기근속을 가능케 하는 측면도 존재한다”며 “재취업 규제 강화에 앞서 내부 승진자가 기관장이 됐을 때와 퇴직 관료 출신 기관장의 경영 성과 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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