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일본보다 더 걱정되는 한국..왜 소비인가

세종=조성훈 기자 2017. 1. 2.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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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절벽을 넘어라] 올해 생산가능인구 감소 원년..'일본화'되는 한국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소비절벽을 넘어라] 올해 생산가능인구 감소 원년..'일본화'되는 한국]

“한국의 미래는 일본의 20년 전을 보면 된다. 셔터도리(셔터를 내린 폐업 상점가)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일본은 1996년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소비절벽의 시대를 맞게 된다. 한국은 21년이 지난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생산가능인구는 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활동을 담당하는 인구로 지난해 3074만명에서 올해 3072만명으로 줄어든다.

일본의 경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소비절벽과 그에 따른 저성장의 고착화를 야기했다. 이는 한국경제에서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고 한국경제의 최대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 접어 든 것엔 여러 변수 못지 않게 ‘인구’라는 주요 요인이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생산과 내수 모두 위축됐다. 1억명 이상의 인구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내수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핵심 소비인구가 줄면서 점차 내수침체에 빠져 들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백화점이나 할인점의 매출이 고꾸라졌고,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인 동네 술집이나 노래방, 옷가게, 식당, 이미용실, 세탁소 등도 매출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자영업자들의 소득원인 동네 청년들의 숫자가 줄고 불황기에 태어난 이들의 주머니 사정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산가능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소비절벽은 일본경제를 악순환 상태로 몰고 갔다. 소비가 줄면서 기업들은 매출과 투자 감소를 경험했다. 경비 절감 차원에서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임금을 삭감하면서 가계의 소득여력이 축소됐다. 이는 다시 소비감소로 이어졌다. 다시 가계소득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소비를 줄이는 요인이 되었다. 개인과 기업의 소득이 줄면서 국가 세입도 줄었고 재정적자도 커져 갔다. 가계발 불황은 다시 기업발 불황으로 전이돼 가계를 압박하는 이른바 ‘복합불황’이 형성된 것이다.

이는 비단 경제문제에만 머물지 않았다. 복합불황이 지속되면서 조기퇴직해 자영업을 시작한 샐러리맨들이 파산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일본사회의 한계 계층들이 무너졌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들은 취업 빙하기를 겪으면서 평생 비정규직에 머무는일이 비일비재했다. 고도 성장기에 자산을 축적해 그나마 소비여력이 있는 노인들은 장수리스크에 시달리며 극도로 지출을 기피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게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1958년 이후 처음으로 수출이 2년 연속 감소했다. 2015년 기준 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9.5%로 2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내수는 위축됐다.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 역대 최저치인 71.5%까지 내려 갔다. 가처분소득이 100만원이라면 71만5000원만 썼다는 의미다.

이처럼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베이비붐(1955~1963년 출생자) 세대의 은퇴는 계속 되고 있다. 수출과 투자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소비절벽이 본격화되면 한국경제도 ‘잃어버린 20년’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여건이 20년 전 일본보다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이 장기침체에 들어간 90년대 중반 일본은 GDP 3조 170억달러의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가 넘었다. 대기업은 쇠락했지만 중견기업군이 탄탄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세계 11위(2015년기준 GDP 1조 37755억달러)로 1인당 국민소득도 2만 7000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각하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정도를 제외하면 글로벌 플레이어라고 할 만한 기업도 없다.

퇴직한 베이비붐세대가 자영업에 몰리면서 자영업자는 500만명이 넘어설 정도로 과잉경쟁이 심화돼 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인구 1000명당 한국의 음식·숙박업체는 13.5개로, 일본(5.6개)의 2배가 넘는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에 이어 2%대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소비의 경우 전자, 자동차 제품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조치나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내수부양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산업협회는 2017년 내수 판매를 지난해 대비 2.8% 감소한 175만대로 예측했다.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미국의 금리인상 추세가 계속 될 경우 소비여력을 더 떨어뜨릴 악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4.2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3월 75.8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소비절벽이 가시화되면 일본판 복합불황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일본 전문가인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나 트럼프의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걷히겠지만 장기 저성장의 고통은 구조적인 것으로 오랫 동안 한국경제를 짓누를 것”이라며 “다만 2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일본의 사례를 알고 있고, 이제 저성장의 초입에 있어 아직 시각이 있는 만큼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철저히 연구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성훈 기자 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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