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운명 엇갈린 고교동기

남상욱 2017. 1. 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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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고위공직자가 돼 함께 식사를 하곤 했던 고교 동기가 한 명은 국정농단에 일조한 부역자로, 한 명은 그것을 막으려 한 소신 있는 인물로 국민 앞에 서고 있다.

유 전 장관과 함께 근무했던 문체부 간부는 "유 전 장관은 원래 자존심이 강한 관료 스타일로 학자로 커 온 문 전 장관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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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국정농단 연루 구속 오명

유진룡 폭로 발언에 ‘소신 아이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나란히 고위공직자가 돼 함께 식사를 하곤 했던 고교 동기가 한 명은 국정농단에 일조한 부역자로, 한 명은 그것을 막으려 한 소신 있는 인물로 국민 앞에 서고 있다.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이야기이다. 서울고 27회(1975년 졸업) 동기생인 두 사람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건을 축으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1978년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에 입문한 유 전 장관은 문체부를 근간으로 정통 관료의 길을 걸었다. 2006년 8월 당시 문화관광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지만,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복귀했다. 반면 문 전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등 연금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학자의 길을 주로 걸어오다 2013년 12월 복지부 장관으로 중용이 됐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아는 한 관료는 “고교 졸업 후에는 물론이고, 장관이 된 뒤에는 같이 식사도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는 둘이 가진 기본적인 가치관, 나아가 운명을 시험했다. 최순실씨와 삼성 간 뇌물성 거래 의혹에 연루, 청와대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종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문 전 장관은 의혹 전반을 부인하다가 특검 수사 이후 첫 긴급체포, 구속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함께 근무했던 복지부의 주요 간부와 합병 찬성을 종용 받았던 국민연금 측 관계자들의 일관된 진술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다 겪은 수모였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면 유 전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폭로하는 등 ‘소신의 아이콘’으로 부각이 되고 있다. “퇴임 직전 블랙리스트를 직접 봤고,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나 김소영 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이 됐다”거나 “‘변호인’을 본 김기춘 비서실장이 CJ의 제재를 지시했다”, “김기춘 실장이 너무 뻔뻔하게 위증을 하고 있다”는 등 소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해경 해체를 결정한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혼자 결정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하니 화를 내면서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얘기를 다 들으라는 거냐고 하더라”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유 전 장관과 함께 근무했던 문체부 간부는 “유 전 장관은 원래 자존심이 강한 관료 스타일로 학자로 커 온 문 전 장관과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mailto: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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