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첫 변론기일 앞두고 여론전 나선 박대통령

이우승 2017. 1. 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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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사회 안팎 / 세월호 때 행적 첫 입장표명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비롯해 최씨 국정개입, 삼성합병 관련 제3자 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전면 부인했다. 이날 간담회는 3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여론전을 펴며 적극 대응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기 변명만 늘어놓아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 본인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 이날 간담회는 약 1시간 전에 갑작스럽게 통보됐다. 기자들의 노트북 사용과 방송 카메라 촬영도 허용되지 않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탄핵소추안 가결로 권한정지 상태인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과 신년인사회를 겸한 다과회를 가진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지난달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후 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탄핵심판 대리인단 외에 외부인과 만나는 것은 23일 만이다.
연합뉴스
―최씨 말을 대통령이 듣고 지시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

“그렇지 않다. 몇십 년 된 지인이라고 해도 지인은 지인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도 판단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지인이라는 사람이 여기저기 다하고, 뭐든지 엮어서 이렇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 행적에 대해 의혹이 많다.

“처음에는 ‘대통령이 밀회를 했다’는 말도 안 되고 입에도 담기 민망한 얘기를 했다. 그 다음에는 ‘굿을 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 다음에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날 정상적으로 사건을 보고받으며 체크하고 있었다. 마침 그날 일정이 없어서 관저에 있었다. 가족도 없는데 손님을 받을 수 있어서 일정이 없으면 관저에서 일을 챙기곤 한다. ‘전원 구조’ 소식이 오보로 밝혀진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라도 가려 했지만 적어도 경호를 준비하는 데 ‘필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고, 중대본에서도 사정이 생겨 확 떠나지 못했다.”

―세월호 당일 외부인 출입 의혹에 대해서는.

“그날 기억을 더듬어 보니 머리 만져 주기 위해서 (미용사가) 오고 목에 필요한 약(가글)을 들고 오고 그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날은 누가 다른 일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나. 큰 일이 터지고 학생들을 구하는 데 온 생각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게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사실이 아닌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날 최초 보고를 받고 본관으로 옮기실 생각은 안 했나.

“사실 현장이 중요하다. 지금 앉아서, 무슨 회의를 해도 거기에서 더 지시하고 보고받고, 현장에서는 대처를 잘하도록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을 했다.”

―김영재 원장이 대통령 얼굴 흉터로 인해 불면증도 생기고 쉽게 피로가 오는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사람은 자기의 사적 영역이 있다. 어디가 아플 수 있고, 좋은 약 있으면 먹을 수도 있다. 하나하나 다 까발리는 것은 민망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이 어느 병을 앓고, 어떻게 치료했는지를 리스트로 만드나. 그런 것으로 국가에 손해 끼친 일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한다. 피로를 회복할 수 있는 영양주사도 놔줄 수가 있는 건데 그걸 큰 죄가 되는 것 같이 한다면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뭐냐.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런 병 있어 이렇게 치료했다 식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차은택씨가 최씨에게 장관과 수석을 추천했더니 그대로 기용됐다고 말했다.

“추천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서 다 추천받았다고 되는 게 아니고 검증도 하고 세평도 알아보고 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잘할 것 같다’ 하는 분을 선택하는 거지 누구를 봐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런 원칙을 가지고 (인사를)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다.

“당시 삼성 같은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으로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 경제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저도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그런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를 도와주라, 이 회사를 도와주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특검과 검찰이 KD코퍼레이션 지원 의혹을 공모관계로 보고 있는데.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공모라든지 어떤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기술력이 있는데 거대 기업에 끼여서 제대로 명함 한 번 못 내미는 상황에서 실력이 있다고 하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 그런 차원이었다. 그러나 자기의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뭔가 부탁들 한다면 저는 절대 금기다. 그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챙겨준 적은 없다.”

―김영재 성형외과의 중동진출 특혜 의혹에 대한 입장은.

“특별히 어떤 데를 도와주라거나 그 회사에 어떤 이득을 주라고 한 적이 없다. 다만 그런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니 길이 있으면 해 주고 (그런 차원이지), 그러니까 실력이 없으면 아예 얘기가 처음부터 안 되는 것이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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