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의 심야식당..촛불과 나눈 카레덮밥 4160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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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0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31일.
그는 "지난 2년8개월 동안 유가족끼리 외롭게 싸웠는데, 견딜 수 있었던 까닭은 함께 지지해 준 시민들 덕분"이라며 "촛불을 들고 세월호에 관심 가져준 덕분에 이렇게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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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후 2년8개월 중에서 오늘이 가장 의미있고 행복한 날이에요. 맨날 시민들한테 받기만 하다 이렇게라도 돌려드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재욱군 어머니 홍영미씨)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10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31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통인동 커피공방 앞에서 우리은행 효자동 지점까지 ‘심야식당’이 차려졌다. 청와대 방면 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은 이곳에서 노란색 카레덮밥을 나눠 먹으며 일주일여 후면 1000일째가 되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다시금 떠올렸다.
심야식당은 세월호 유가족이 연말연시를 맞아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쓴 시민들에게 작은 정성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단원고 2학년 4반 고 임경빈군의 어머니 전인숙(44·여)씨는 “2016년의 마지막 날, 10번째 집회를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까 하다가 밥 이야기가 나왔다”며 “세월호의 상징인 노란색 카레덮밥을 떠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2년8개월 동안 유가족끼리 외롭게 싸웠는데, 견딜 수 있었던 까닭은 함께 지지해 준 시민들 덕분”이라며 “촛불을 들고 세월호에 관심 가져준 덕분에 이렇게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 이재욱군 어머니 홍영미씨도 “촛불 이전에는 우리만의 싸움이 될까봐 걱정이 많았다”며 “정부는 우리 아이들을 이미 버렸고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촛불 이후 국민 여러분께서 ‘잊지 않겠다’고 외치는 걸 보면서 감동했고 힘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화문 네거리에서 켜진 국민 촛불의 심판을 받았다. 속이 후련하고 시원하다”고도 했다.
이날 준비된 카레덮밥은 모두 4160인분. 4·16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다. 이 많은 카레덮밥을 만들기 위해 전날부터 유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감자를 깎고 당근을 볶았다. 100여명의 유가족이 배식에 참여하고, 자원봉사자 250여명이 조리와 안전통제, 배식 등을 도왔다. 촛불 시민들이 400㎏의 쌀과 350㎏의 야채를 후원했다고 한다.
경복궁역 근처에서 20년째 거주 중이라는 이재희(44·여)씨도 심야식당 소식을 듣고 봉사에 나서게 됐다. 이씨는 “이 동네에 오래 살다 보니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부터 올해 촛불집회 등 청와대 인근에서 벌어지는 시위를 많이 봤다”며 “나도 자녀가 있는데, 세월호가 가라앉는 걸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침 우리 동네에서 행사를 한다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주부로서 닦은 칼질 실력이라도 보탤까 싶어 이웃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나눠 준 카레덮밥을 받아 든 시민들은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했다. 남편, 딸과 함께 이곳에 온 강수미(43·여)씨는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났는데,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다”며 “기쁜 마음으로 배식하는 유가족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속이 상한다”고 했다. 김도현(20·여)씨 역시 “노란 카레밥을 한술씩 뜰 때마다 세월호를 떠올리게 된다“며 “결코 잊지 않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된다”고 했다.
전북 군산에서 10주 연속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박문자(55·여)씨는 “내가 입장을 바꿔 유가족이었다면 (이런 행사를 해도) 일이 손에 안 잡혔을 것 같다”며 “늦은 시간 행진하고 밥을 먹으니 맛있고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밥을 먹었으니 그 값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년에는 세월호를 꼭 인양하고 진실을 밝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글·사진=유태영·이창훈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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