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없는 새해" vs "대통령님 힘내세요"

김민중 기자 2016. 12. 3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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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마지막 날 서울 도심서 박 대통령 퇴진 요구 10차 촛불집회 vs 7차 맞불집회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방윤영 기자] [2016년 마지막 날 서울 도심서 박 대통령 퇴진 요구 10차 촛불집회 vs 7차 맞불집회]

12월31일 10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근혜 대통령 없는 2017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회사원 박모씨)"대통령님 힘내세요."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A씨)

2016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10차 촛불집회에는 주최 추산 시민 90만명(밤 9시 기준, 경찰 추산 미공개)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반면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민들(주최 추산 100만명, 경찰 비공식 추산 2만명)도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촛불집회에는 이전처럼 가족단위 참가자 등 평범한 이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날 저녁 7시30분 아내와 함께 나왔다는 회사원 박상진씨(35)는 "촛불집회도 있고 보신각 타종행사도 있어 겸사겸사 나왔다"며 "새해에는 최대한 빨리 박근혜 대통령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늘까지 10번째 촛불집회인 것으로 아는데 모든 국민들께 고생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주최 측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 같은 시민들 분위기에 맞춰 이번 집회의 구호를 '송박(朴)영신'으로 지정했다.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송구영신'을 변형했다.

퇴진행동은 저녁 7시20분쯤 "송박영신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로 만들자"고 깜짝 제안하기도 했다. 실제로 순간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송박영신'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이어 광화문 광장 이순신동상 주변에서 8.5m 높이 촛불탑 점등식도 치러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를 추모하는 304개의 풍선을 날리기도 했다.

저녁 7시45분쯤에는 시민들이 동시에 촛불을 끄는 소등행사가 펼쳐졌다. 퇴진행동 사회자는 "지난 2개월간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소등으로 주위가 깜깜해지자 퇴진행동은 '박근혜 구속', '조기탄핵', '황교안 퇴진' 등의 문구를 레이저로 정부 종합청사 건물 외벽에 쏘았다.

밤 9시에는 가수 전인권이 기타리스트 신대철과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불렀다. 신대철은 이날 공연 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늘 무대의 주인공은 인물이 아니라 '아름다운 강산'이라는 노래"라며 "이 곡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름다운 강산'은 신대철의 아버지 신중현이 작곡한 곡으로 박정희 정권 시절 금지곡이었다. 최근 박 대통령 옹호 단체가 집회에서 이 노래를 틀자 신대철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31일 오후 2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한 시민이 '대통령님 사랑해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김민중 기자

같은 시각 광화문 광장 남쪽으로는 태극기 물결이 출렁였다. 박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의 집회였다. 집회 명은 '송화영태'(送火迎太)로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아들인다'는 뜻이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60~70대 이상 노인들이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가수 정수라의 노래 '아 대한민국' 등을 배경으로 태극기를 흔들며 태극 물결을 연출하기도 했다. 간혹 '언론 사기꾼', '탄핵무효', '계엄령 선포하라', '대통령님 힘내세요' 등의 피켓도 눈에 띄었다. 모금운동도 있었다.

단상에는 새터민(탈북자)이라는 청년들도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한 청년은 "우리 박근혜 대통령이 촛불 때문에 퇴진해야 하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는 김정은 정권 아래 2300만 동포들이 맞아 죽고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있다"며 "동포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라도 박 대통령 퇴진은 있을 수 없다"고 외쳤다.

경찰은 230개 중대 1만8400명을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촛불시위 참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 충돌을 막기 위해 차벽을 만들기도 했다.

김민중 기자 minjoong@,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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