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기다리는 세월호 천막..가족들 "정유년엔 희망 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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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이른 시간부터 노란 깃발이 세차게 흔들리는 방파제 옆으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8명, 4·16연대 관계자 9명, 서울·경기·광주서 온 시민 18명,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4·16가족협의회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세월호 인양 기원 해넘이·해맞이 행사' 개요를 안내한 뒤 인양 지연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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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과 동거차도서 인양 기원 해넘이·해맞이
【진도=뉴시스】신대희 기자 = 정유년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오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이른 시간부터 노란 깃발이 세차게 흔들리는 방파제 옆으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8명, 4·16연대 관계자 9명, 서울·경기·광주서 온 시민 18명,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추모한 뒤 팽목항 선착장에 정박된 한림페리 3호에 올랐다.
맹골 해협을 3시간 정도 거슬러 오르자 조도면에 딸린 7번째 섬이 눈에 들어왔다. 991일 전 476명이 탄 세월호가 가라앉았던 해역에서 2.7㎞ 가량 떨어진 동거차도다.
배에서 동거차도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내딘 이들은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4·16가족협의회 정성욱 인양분과장이 '세월호 인양 기원 해넘이·해맞이 행사' 개요를 안내한 뒤 인양 지연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들은 구조하지 못한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인 듯 진실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세월호가 뭍으로 인양되길 한 마음으로 바랐다.
오후 3시30분께 마을회관에서 나와 마을 뒷산으로 향했다. 널찍했던 마을길이 좁은 비탈길로 변했다.
비탈길 곳곳에 매달린 노란 리본을 따라 20여분 오르자 몽골텐트와 움막이 보였다.
허리를 반쯤 숙여 움막 안으로 들어갔다. 세월호 참사로 열여덟 살 외동 아들을 잃은 단원고 학부모 둘이 취재진과 시민들을 반겼다.
단원고 2학년 8반 정수 아버지 최태신(49)씨, 승현 아버지 백융성(53)씨였다. 이들은 다음 달 6일까지 이곳에 머문다.
가족들은 정부가 선체 인양 준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 지난해 8월부터 반별로 일주일씩 번갈아가며 인양 사전 작업을 감시·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움막 입구에 설치된 카메라 앞 의자에 앉아 바지선 위에서 벌어지는 인양 작업을 살피는 게 일과다.
이날로 6번째 감시초소를 찾은 최씨는 탁한 시야에도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크레인이 움직이는 소리가 날 때면 인양 일지에 꼼꼼히 기록했다.
최씨는 바람이 매서워질 무렵 1.5ℓ 소주 4피트를 천막 구석으로 밀었다. 그는 "소주가 잠자는 약"이라고 했다.
가족들이 냉기 속 불편한 잠자리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는 이유는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다.
최씨가 참사 해역을 한동안 바라보다 말문을 열었다.
"저는 아이가 하나였거든요. 세월호 참사로 삶이 송두리째 바꼈어요. 왜 구조하지 못 했고, 침몰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끝까지 기록하겠습니다. 가족들의 바람만큼 정유년 새해에는 온전한 인양과 미수습자 수습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이곳을 처음 찾은 시민들도 "이렇게 가까운데, 구명조끼 입고 배에서 뛰어내리기만 했어도 이 섬으로 떠밀려 왔을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일부는 인양 바지선을 보다 눈물을 쏟아내던 가족들을 보며 함께 울기도 했다.
가족들은 이곳을 찾아 인양을 기원하는 행사를 함께해준 시민들의 손을 잡고 "희망을 품겠다"고 했다. 세월호에 대한 꾸준한 관심도 당부했다.
사고 해역으로 날던 세월호 인양 기원 풍선에 적힌 '나를 잊으셨나요?'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는 문구가 뚜렷히 보였다.
이들은 새해 첫 날 일출시각에 맞춰 해맞이와 희생자 추모 차례를 지낸다.
sdhdre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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