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지시로 1천400명 죽였다" 전직 자경단원의 고백

입력 2016. 12. 3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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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범죄자와 정치적 라이벌은 물론 가난하고 무고한 사람들도 해치면서 악(惡)을 위해 활동했다. 우리는 25년간 모두 1천400명을 죽였다. 내 손으로 직접 죽인 사람만 50명에 이른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취임 후 6개월간의 '마약 전쟁'으로 6천여 명이 사살된 가운데, 그가 남부 다바오시 시장 시절 운영했던 자경단의 실체가 전직 단원의 고백을 통해 드러났다.

두테르테가 시장 시절 운영했다는 일명 '다바오 죽음의 군대'(DDS)에서 청부살인자로 활동한 에드가 마토바토(57)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1998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1천400여 명을 죽였으며 스스로 죽인 사람만 5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약 밀매업자와 강간범, 소매치기범 등 범죄자들을 죽이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매일 죽였다"고 말했다.

마토바토는 이어 "2010년에는 (두테르테의) 정치적 라이벌 가운데 하나의 경호원과 동료 살해 지시를 받고, 4명을 납치해 살해한 뒤 바다에 수장했다"며 "또 한번은 샤부(메스암페타민)를 거래하는 젊은 여성 3명이 DDS 단원들에게 결박당한 채 폭행과 강간을 당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두테르테는 1993년 다바오 성당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직후 모토바토를 비롯한 DDS 단원들을 집무실로 부른 뒤, 이슬람 사원에 가서 무슬림을 상대로 보복 살인을 저지르라고 지시한 적도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밖에도 두테르테는 말다툼을 벌이던 법무부 산하 국가조사국(NBI) 국장에게 무려 탄창 2개 분량의 총알을 퍼부어 살해한 적도 있다고 모토바토는 덧붙였다.

300명에 이르는 DDS 단원들은 시청이 고용한 보안요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약 5천페소(약 12만원)의 월급도 받았지만, 일반 경비업무는 하지 않았고 초법적인 살인행위에만 동원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는 당시 시 정부가 발급한 공무원증도 증거로 제시했다.

또 그에 따르면 DDS는 청부 살인을 저지른 뒤 증거를 없애기 위해 사체를 토막 내 땅에 묻거나 바닷속에 수장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수장시킬 사체에는 가슴에 구멍을 내 물에 떠오르지 않도록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토바토는 "처음에는 도시에서 나쁜 사람들을 제거하는 내가 올바른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혼돈의 씨를 뿌리면서 가난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악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3년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모토바토는 그동안 옛 동료들의 살해 위협을 피해 무려 10차례나 이사를 해야 했고, 지금은 마닐라 교외의 모처에 숨어 지내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필리핀 상원의 조사에서 DDS가 두테르테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운영된다는 증언을 한 바 있으며, 현재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 중인 두테르테 살인 관련 조사에서도 증인으로 나설 계획이다.

마토바토는 두테르테를 다바오에서 무대를 전국으로 확장한 학살자일 뿐인 만큼 반드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목에 나무 십자가를 걸고 다니며 지난날의 범죄를 회계하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죗값도 치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두테르테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 사형제가 복원된다면 가장 먼저 그가 교수형에 처해지기를 바란다. 그러면 나도 기꺼이 그 뒤를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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