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아이가 독감 걸려도.. 학원 보내겠다는 학부모들

김수경 기자 2016. 12. 3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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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못 따라가면 어떡하나
비싼 학원비도 아까워서.."
독감 걸린 아이 상당수 登院
환자 크게 늘어나는 主원인

'독감 확진 받은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다행히 열 떨어져서 겨우 학원 보냈네요. 다른 맘들도 아이 감기 조심하세요.'

지난 27일 경기 용인시 한 초등학교 6학년 어머니들 카톡방이 술렁였다. 학부모 A씨의 이 같은 메시지 때문이었다. 독감 걸린 아이가 사흘째 학교에 못 갔는데 학원에는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학부모들은 '열이 내려도 최소 5일은 집에 있어야 한다더라' '학원 아이들에게 독감이 옮으면 어쩌느냐'고 A씨를 설득했다. A씨는 '학원비 아까운데 어떡하느냐. 진도 못 따라가면 다른 애들에게 처진다. 온종일 집에만 있어서 애가 답답해한다'고 말하고는 대화방을 나가버렸다. 이 대화방에 있던 신모(40)씨는 '그 아이가 갔다는 학원 수업에 우리 아이도 있었는데 벌써 열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집계된 독감 환자 수는 외래 환자 1000명당 86.2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에 비해 환자 수가 약 40% 증가했다. 특히 7세부터 18세 사이 청소년 환자가 1000명당 195명으로 2주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유행하고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회적 질병이라 학교 등 단체 생활을 많이 하는 학령기(7~18세) 청소년에게 많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독감 확진을 받은 경우 최소 5일은 단체 생활을 피해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부 학부모가 독감 걸린 자녀를 학원이나 그룹 과외에 보내 독감이 더 확산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 송파구 한 학원 수학 강사 유모(33)씨는 "독감 걸린 학생들 10명 중 9명은 학원에 여전히 나온다"며 "매번 화생방 훈련처럼 손 소독하고 마스크 쓰고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한 내과의원 원장은 "한 초등학생이 독감에 걸려 고열과 기침으로 반죽음이 돼 병원에 왔기에 5일간 학교나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라고 했더니 아이 엄마가 '아이 친구는 독감인데도 학원에 다닌다'며 학원에 보내겠다고 하더라"며 "보내면 안 된다고 경고했더니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지역별 맘 카페들에도 '독감인데 학원 어떡하나요' '독감인데 태권도 보내도 되나요' '독감이면 언제까지 집에 데리고 있어야 하죠' 등의 글이 최근 한 달 새 수백건 올라와 있다. 해당 글에 맞서듯 '감기 걸린 아이 학원에 보내지 맙시다' '개념 있는 학부모가 됩시다' 등의 글도 올라온다.

독감 걸린 아이를 학원에 보내겠다는 엄마들의 항변도 나름의 이유를 갖추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한 6세 아이의 엄마는 "맞벌이 엄마인데 아이가 어린이집에 못 가면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혹시 독감 확진 받을까 무서워서 아이가 열이 나도 해열제만 먹이고 병원에 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부 학원에선 독감으로 빠진 학생들에게 학원비를 환불해주거나 일주일치 학원비를 이월해주고, 진도를 따라가지 못한 경우 보충 수업도 해주고 있다. 서울 성동구 한 수학학원 원장은 "학원법상 3분의 1 이상 결석, 즉 10일 이상 빠질 때만 차감이 가능하지만 독감이 워낙 유행이니 독감 진단서를 제출하는 학생에 한해 수강료를 차감해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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