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정확한 기억 안 나" 파문.. 대통령측 "오보" 진화

박현준 2016. 12. 3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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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인 통해 내놓은 석연찮은 첫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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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의 ‘잃어버린 7시간’과 관련한 정확한 행적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밝혔다. 박 대통령의 ‘흐릿한 기억’을 두고 파장이 커지자 대리인단은 “오해이고 오보”라며 서둘러 진화했다. 그러나 참사 2년 후 박 대통령 본인이 내놓은 사실상의 첫 해명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악수하는 권성동·이중환 국회 소추위원단 권성동 법사위원장(왼쪽)과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가 30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사건 3차 준비절차기일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대통령 “세월호 당일 행적 기억 못해”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30일 헌법재판소 준비기일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결재가 많고 바빠서 정확한 행적을 기억 못한다고 했다”며 “정확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대리인단은 다음달 5일 이전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정확한 행적을 복원해 헌재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변호사는 발언 직후 의혹이 폭증하자 “박 대통령이 일부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은 소추사실 중 일부”라며 “세월호 7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내용은 오보”라고 해명했다. 

박한철 헌재소장 현충원 참배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0일 오전 연말 행사의 하나로 서울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작은사진은 박 헌재 소장이 참배를 마치고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
그러나 이 변호사가 전날 다른 대리인과 함께 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1시간30분가량 면담했다는 점에서 의심의 눈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진성 헌재 재판관 역시 “국민 대부분 그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떠올리면 행적을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날”이라고 지적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쉽게 잊기 힘든 날의 행적을 2년 넘게 제대로 복원하지 못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헌재는 박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또 박 대통령 측이 요구한 사실조회 신청도 일부 허가했다. 사실조회 신청 대상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이다. 헌재는 “재판부에서는 명확한 사실 위주로 사실조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에선 박 대통령에게 유리

이날 준비절차기일에서 정리된 탄핵심판의 기본 방향은 큰 틀에서는 국회 소추위원 측에 유리하나 세부적으로는 박 대통령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헌재가 탄핵심판 성격을 형사소송과 다르다고 명시한 부분은 국회 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헌재는 형사소송 절차보다 다소 덜 경직된 방식으로 증거를 채택할 수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증거의 법적 효력을 두고 세세하게 따지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나 증인들로 박 대통령 측 인물이 대거 채택된 점은 박 대통령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증인으로 채택된 최순실씨와 ‘문고리 3인방’, 이영선·윤전추 행정관 등은 박 대통령 ‘순장조’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본인의 처벌이 달려 있는 형사소송과 달리 탄핵심판에선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공산이 크다. 또 박 대통령 측이 이들을 상대로 검찰 수사기록을 일일이 반박하도록 진술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다만 헌재가 “핵심 인물들을 증인으로 세운 건 수사기록을 확인하는 취지에서가 아니라 국회와 박 대통령 대리인단 각자의 의문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만큼 실제 심판 절차에선 헌재가 박 대통령 측의 ‘심리지연’ 전술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다음달 3, 5, 10일에 본격적인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한편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탄핵심판 심리가 우리 헌정 질서에서 갖는 중차대한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헌재는 오직 헌법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법절차에 따라 사안을 철저히 심사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박 헌재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1일까지다.

박현준·장혜진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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