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행자부의 '무개념 출산지도'

CBS노컷뉴스 강민혜 기자 입력 2016. 12. 30. 11:25 수정 2016. 12. 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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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사과문에 "뭐가 문제인지를 모른다"
현재 행정자치부 측은 출산지도 홈페이지 재정비에 들어갔지만 각종 온라인 카페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가 출산율을 늘리겠다며 만든 '출산지도'가 부적절한 목적과 내용으로 지탄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사과문을 올리며 성난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으나 부족한 사과문 내용이 되레 논란을 키우고 있다.

29일 행자부 자치행정과는 '출산지도' 홈페이지(http://birth.korea.go.kr/)를 만들어 이른바 '가임기여성분포지도'를 공개했다. 홈페이지 상단에는 여성과 아이가 입맞추고 있는 모습이 담겼고, 배경화면은 분홍색으로 도배됐다.

앞서 지난 8월 행자부 측은 연말께 이 출산지도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며 "출산지도가 구축되면 다른 지역의 지원 서비스를 쉽게 비교할 수 있고 지자체별 평가결과가 공개되므로 지자체의 자율경쟁을 유도할 수 지자체 간 정책 비교를 통해 벤치마킹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행정자치부 측은 출산지도 홈페이지 재정비에 들어갔지만 각종 온라인 카페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캡처)
그러나 공개된 출산지도의 실체는 이와 달랐다.

30일 오전 현재는 접속이 불가능한 이 홈페이지에는 출산지도 버튼을 누르면, 각 시별로 몇 명의 '가임기여성'이 존재하는지를 열람할 수 있는 메뉴가 있었다.

심지어 이들에 순위를 매겨 분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로 '지자체별 경쟁력 자극을 통한 출산문화 만들기'를 들었는데, 이조차도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30일 오전 기준 254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는 네이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 게재된 관련 글에는 "불쾌하다"는 여론 일색이다.

'n840****'은 "각 지역별 가임기여성수라니. 우리가 젖소인가. 대체 이걸 지도로 만들어서 뭐하자는 거냐. 저출산 이유나 해법을 완전히 잘못 찾았다. 세금을 이상한 데 쓰는 걸로 경쟁하려는 거냐. 이상한 나라다"라고 일갈했다.

'아***'는 "정말 이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아이는 여자 혼자 만들고 혼자 키우는 것이냐. 왜 여성에게만 출산의 의무를 뒤집어씌우는가. 부부의 공동책임"이라고 지적했다.

'np19****'도 "출산율이 낮은 걸 여성의 탓인 것처럼 그려놨다. 가임기여성수 정리해서 뭐 어짜라는 거냐. 아님 남자들이 저리로 가서 찾으라는 거냐. 이 정부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비난했다.

'라파****'는 "난임 남성 많은 곳 지도도 만들어라. 이렇게 성별을 편가르기 해서 임신 출산 육아 문제를 여성의 것으로 대상화한다. 미친 지도"라고 힐난했다.

다른 카페 회원들도 "남자 분포도도 만들어라. 웃기고 슬픈 현실이네"(돼****'), "성범죄자분포도나 잘 만들어라. 어처구니가 없는 자들"(샤****), "뇌가 있는 건가"(아****)라고 탄식했다.

행정자치부가 뒤늦게 올린 수정 공지문이다. 이 내용 역시 부족한 사과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홈페이지 화면 캡처)
출산지도 홈페이지에는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국민에게 지역별 출산통계를 알리고 지역별로 출산 관련 지원 혜택이 무엇이 있는지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라는 해명글이 뒤늦게 올라왔다.

그러나 이조차 비난의 대상이 됐다.

'G****'는 "영혼이 없다. 뭐가 문제인지를 도대체 모른다는 거다. 그런 인간들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니 뭐 하나라도 해결될 리가 없다"라고 일갈했다.

'정**'는 "(우리 의도는 그게 아닌데) 오해한 니네 잘못이다(라는 뉘앙스다)"라고 지적했다.

30일 오전 행자부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내부에서도 관련해서 회의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그러나 아직 정리된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출산지도를 맡아 업무를 수행한 자치행정과 관계자 5인은 수차례 지속된 전화에도 불구하고 일괄 응답하지 않았다.

관계자는 "그 업무를 상부의 지시로 하달받아 한 것인지 그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강민혜 기자] minera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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