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잭팟'이라더니 계약금 2500억 반환..시련의 한미약품

작년 계약한 당뇨약 기술수출 일부 해지
다국적 제약사들과 거래서 악재 잇달아
"흔히있는 성장통" vs "기업신뢰성 의심"

한미약품이 또 악재를 맞았다. 이번에는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와 체결한 3건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 가운데 1개 제품의 계약이 해지됐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4개 다국적 제약사와 맺은 기술수출 가운데 약 3개월 만에 베링거인겔하임(폐암 치료제) 사노피(당뇨 치료제) 두 회사와 계약에 문제가 생겼다. 얀센(당뇨·비만 치료제)과의 계약도 임상 환자 모집이 연기되는 등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29일 지난해 사노피와 체결한 지속형 당뇨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일부 변경하는 수정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1월 독자 개발한 '랩스커버리(약효지속 기술)'를 적용한 △지속형 인슐린 △에페글레나타이드(GLP-1 계열 치료제) △복합형(에페글레나타이드+주 1회 인슐린) 등 3개의 당뇨 신약을 39억유로(약 5조원)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사노피와 체결했다. 이번에 계약이 해지된 것은 지속형 인슐린(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는 제형)이다.

이번 계약 해지로 전체 계약 금액도 당초 5조원에서 3조6500억원으로 1조3500억원가량 축소됐다. 한미약품은 또 지난해 받은 계약금 4억유로 가운데 절반가량인 1억9600만유로(약 2500억원)를 사노피에 돌려주기로 했다.

한미약품 측은 "사노피가 상업화에 근접한 에페글레나타이드 개발에 집중하고, 한미약품이 주 1회 인슐린 콤보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3개 계약 가운데 1개 계약을 해지한 것이지만 한미약품이 수출한 기술 전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사노피와의 계약은 총 규모가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인 데다 당뇨병 치료제 부문의 강자로 군림하는 사노피가 거액을 내고 사갔다는 점에서 한미약품 기술수출의 '신화'에 흠집이 생겼다. 일부 계약 해지와 개발·허가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가 감액되면서 계약 규모가 5조원에서 3조6500억원으로 1조3500억원가량 축소됐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계약 규모 총액과 기술수출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막연한 기대를 하는 건 좋지 않다"며 "특히 퀀텀프로젝트의 경우 워낙 기대가 컸기 때문에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약 개발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신약 개발 성공률이 높지 않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글로벌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약강국의 길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이 개발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기술 수출 계약이 변경·수정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최근 발생한 몇 가지 문제점들이 한미약품의 주장처럼 단순한 '성장통'일 수 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겪고 있는 최근의 연속적인 악재는 일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개월 만에 임상 지연과 계약 해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며 "얀센의 임상 환자 모집 연기에 이어 사노피에서도 랩스커버리 기반의 수출된 기술 일부 권리를 반환받았기 때문에 해당 기술에 대한 계약 상대방의 신뢰성이 흔들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에 대한 투자심리는 크게 악화되고 있다.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전일 대비 3만5500원(10.41%) 떨어진 30만5500원에 마쳤다. 이는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공시한 지난 9월 30일(64만9000원)과 비교해서도 52.9% 폭락한 수치다. 이 기간 동안 증발한 시가총액만 모두 3조2700억원에 달한다.

이태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환받은 '인슐린(Insulin) 115'의 성공적 개발 없이는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인슐린(Efpeglenatide/Insulin)115 콤보의 개발 역시 보장할 수 없다"며 "한미약품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약품의 잇단 악재로 국내 바이오 제약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기철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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