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문회 눈물' 이대 교수 "부끄러운 척조차 않는 사회"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6. 12. 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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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이 한갓 겉치장으로도 힘 잃은 사회
- 청문회, 최악의 교육 현장
- 학생들 고통, 현재진행형
- 우리 청춘들, 아프지 않길
- 2017년엔 '평화' 소망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혜숙(이화여대 교수)

'도덕이 한갓 겉치장으로도 힘을 잃어가는 사회, 증거를 내밀어도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으면 부인하는 사회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이며 교수는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 이화여대 김혜숙 교수가 교수신문에 기고한 이 글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실 이화여대는 올해를 관통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인 미래라이프단과대학 신설에 반대하면서 시작했던 시위가 결국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 이대입학 특혜에 대한 의혹으로까지 번졌던 건데요.

이 과정에서 김혜숙 교수는 학생들 편에서 부정입학 문제를 같이 파헤쳤고 학생들을 보호하려고 노력했던 분입니다. 특히 지난 청문회장에서 학생들이 경찰에 의해 끌려가는 동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인상에 남아 있죠. 올 한 해를 정리하면서 떠올리게 되는 올해의 인물 중 한 분, 만나보죠. 이화여대 김혜숙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 김혜숙>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한 해를 닫는 기분이 여느 때하고는 많이 다르실 것 같아요?

◆ 김혜숙> 네, 올해에는 국가적으로도 그렇고 학교 차원에서도 그렇고 상당히 이상하면서 굉장히 복잡한 그런 사건들이 많았고요. 개인적으로도 또 청문회라고 하는 자리까지 나가게 된 그런 상황이 돼서요. 굉장히 복잡한 느낌입니다.

◇ 김현정> 사실은 얼마 전 4차 청문회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게, 김혜숙 교수님이 눈물 흘리시는 장면이였어요. 청문회에서 무장경찰이 교내로 진입해서 농성 중인 학생들 끌고 가는 그 장면을 트는 일이 생겼죠. 그 자리에 교수님들이 여러 분 계셨습니다만 우리 김혜숙 교수께서는 보기가 힘드셨던 거예요. 고개 돌리고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저도 인상깊게 봤는데요. 그때는 어떤 심정이셨어요?

◆ 김혜숙> 동영상을 보는 순간 그때가 좀 떠오르면서 이게 사실은 과거였던 기억 때문이라기보다도, 이게 연속적으로 지금까지도 학생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꽤 있어요.

◇ 김현정> 지금도 트라우마처럼?

◆ 김혜숙> 네. 지금 그래서 저희가 학생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고통받고 있고 아직도 그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학생들, 그리고 그게 갑자기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웃음) 운 거는 아니고요.

◇ 김현정> 그래서 글썽이셨어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미래라이프 대학 사태는 정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대가 정상화가 되겠구나 했는데 바로 이어서 터진 게 정유라 사태. 그런데 파고들면 들수록 이게 대학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예를 들어서 입시 때도 수상한 정황이 있었다, 학사관리도 수상했다. 뭔가 미심쩍은 의혹들이 계속 나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연루된 분들은 말합니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이 대답은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우리 김혜숙 교수께서는?

◆ 김혜숙> 우리 사회가 예전 같았으면 아마도 대학의 수장 정도되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이렇게 됐을 때 도의적 책임이라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사죄나 이런 것들을 했으리라고 생각이 되는데 (우리 사회에) 그런 염치문화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사진=이화여대 졸업생 제공)
◇ 김현정> 사실 그 얘기를 대학 교수들한테만 적용시킬 문제가 아니라 이번 청문회에 나온 정권의 유력 인사들, 재벌총수들도 다 '모른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이렇게 딱 잡아떼면 끝이었어요.

◆ 김혜숙> 그렇죠. 그러니까 이게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우리가 도덕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굉장히…. 우리 사회를 명분사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 명분사회라고 하는 것이 결국은 도덕적인 그 형식, 이런 것들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사회인데요. 진짜 속으로 그렇게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겉으로라도 그런 척이라도 하면서 살았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부끄러움을 아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어요, 우리는.

◆ 김혜숙> 네. 부끄러움을 스스로 못 느껴도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는 사회였는데 제가 좀 놀랍다고 느낀 것은 우리가 그런 도덕적인 겉치레를 하지 않아도 용인이 되는 그런 사회로 이렇게 돼가는 적나라한 사회… '우리 다 알잖아요' 하는. 그래서 '당신 아직도 그런 것을 믿고 있었습니까'라고 하는 그런 태도가 만연해가는 사회가 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우리가 어린 아이들 기를 때도 자식한테 '너 거짓말해라, 누구를 속여서라도 네가 이득을 가져라' 이렇게는 못 했잖아요.

◇ 김현정> 그거는 아니죠. 그런 부모는 없었죠.

◆ 김혜숙> 예. '착한 사람이 되어라'가 우리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한테 듣는 얘기고, 자식한테도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이걸 이제 애들도 다 빤하게 (아는) 이런 사회가 돼 가는 속에서 부모들이 이걸 어떻게…. 그렇게 가르쳐서 자기 아이만 손해보는 그런 사회가 됐는데. 이게 어떻게 가야 되는가 이 문제가 상당히 고민스럽게 다가오는 거죠.

◇ 김현정>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되나. 그러니까 이렇게 최근에 기고를 하셨어요. '도덕이라는 게 한갓 겉치장으로도 힘을 잃어가는 사회', 방금 전에 말씀하신 그 부분이죠.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던 것이 이제는 사라진 사회, 사람들이 도의적인 책임을 느끼고 공직에서 물러나는 일이 희소해지는 사회. 증거를 심지어 내밀어도 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부인해 버리는 사회'. 이번 우리가 청문회에서 본 것처럼 말이죠. 이런 사회에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거고 교수들은 학생을 어떻게 가르쳐야 될 것인지 정말 고민이다 이러셨는데요. 진짜 어떻게 가르쳐야 됩니까, 교수님?

◆ 김혜숙> 글쎄요, 그러니까 제가 택시를 탔는데 택시 운전하시는 아저씨가 '정직하게 살아서는 이게 지금 잘 살 수 없는 그런 사회가 됐는데, 정직하게 해서는 돈을 못 벌어요'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데요. 지금 어떻게 이걸, 지금 아이들이 교실에서 듣는 것만 교육이 아니거든요. 눈으로 보고 듣고 배우는 것, 그게 어쩌면 더 어린 아이들한테는 생생한 교육이 될 텐데 그렇게 우리가 거짓말하지 말아라 이렇게 얘기를 해도요.

분명히 아이들은 몸으로 직접 배우는 이런 현실 안에서 금방 느낄 텐데, 부모가 어떻게 아이들한테 가치 교육을 할 건가 이건 정말…. 제가 철학 선생으로서 그래도 우리는 인간의 어떤 가능성이나 인간에 대한, 인간의 정직이라든가 인간 사이의 신뢰라든가 이런 게 중요하다라고 가르칠 수밖에 없는데요. 그것을 학생들이 냉소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끔 어떻게 이것이 정말 현실 안에서 힘을 갖는 가치일까. 이거는 정말 교육자 입장에서는 (고민되는 지점이고) 지금 제가 어떻게 해야 된다 이렇게 얘기하기 어렵고요.

◇ 김현정> 고민되시겠어요, 진짜. 강단에서 뭐라고 해야 되나.

◆ 김혜숙> 네. 직접 그런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아이들한테 정직하게 살라고 할 건지 아니면 약삭빠르게 눈치껏 살라고 해야 되는 건지 이게 부모님들은 지금 고민되는 상황이 된 거예요. ‘네가 청문회장 그 자리에 앉으면 약삭빠르게 눈치 빠르게 모른다고 해’ 참 이게 정말 이렇게 ‘알아도 끝까지 모른다고 해’라고 해야 되는 건가요?

◆ 김혜숙> 법적인 차원에서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부인을 해야지 자기한테 법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데요. 이게 도덕적인 차원에서 본다고 하면 그런 방식으로 하는 태도, 어떤 책임감, 잘못을 좀 통감한다든가 그런 자세가 전혀 이제 드러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 같은 게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교육적으로는 최악의 장이었네요, 이번 청문회가?

◆ 김혜숙> 제가 보기에는 그럴 것 같아요. 이제 학생들, 아이들도 잘못해 놓고… (헛웃음) (모른다고 하는) 정말 끔찍한 상황이…. 만약에 교육의 장이었다고 한다면요.

4차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이화여대 김혜숙 교수. (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그러니까요. 이제 우리가 올 한 해를 참 괴롭지만 어떻게든 정리를 하고 가야 하는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겪으면서, 먼저 이대를 포함한 우리 대학사회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다고 보세요?

◆ 김혜숙> 글쎄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잃은 것과 얻은 것이 같지 않나 이런 생각을 제가 좀 해 봤는데요.

◇ 김현정> 무슨 말씀이세요?

◆ 김혜숙> 대학이 어떤 사회적 신뢰라든가 도덕적 권위를 잃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유라 입시부정이라든가 학사부정이라든가 이런 사태 안에서 결국은 대학이 가져야 되는 어떤 신뢰, 권위 이런 것들을 잃었다고 생각하는데요. (한편으로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보여주신 이런 어떤 자기 불이익이나 손해를 감수하고, 어떤 가치를 위해서 싸워준 이제 그런 학생들을 통해서 우리가 또 보는 것은, 얻은 것 또한 그런 종류의 인간 사이의 신뢰라든가 어떤 가치에 대한 신뢰, 또 그들을 통해서 도덕적 권위. 여전히 그래도 대학 안에서 어떠한 것들은 살아 있다라고 하는 그런 것들을 다시 얻은 것 같아요.

◇ 김현정> 희망은 있다.

◆ 김혜숙> 네. 그런 걸 다시 또 얻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도 사실은 어떤 미래나 이런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희망을 아주 여지없이 무너뜨리면서 무력감에 빠지게 했다고 봅니다. 아니, 이럴 수가. 이렇게…. 이 지경이었나. '이게 나라냐'라는 그 말이 보여주는 바처럼.

그런데 또한 이번에 우리가 명예시민혁명 이런 얘기까지 하는데요. 우리가 '국민'이라고 하는 그런 것으로부터 그야말로 '시민'이라고 하는, 어떤 합리적 사고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고 행동하고 하는 그런 종류의 시민의 탄생을 보지 않았는가 해서요. 잃은 것도 희망이지만 또 얻은 것도 희망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아이러니컬한 잃은 것과 얻은 것이 같은, 그런 상황이라고 보여졌어요.

◇ 김현정> 그래요. 사실은 이대 학생들이 그때 학내 사태가 터졌을 때 그냥 눈감고 내 것만 챙기고 도서관에서 내 공부만 했다면 지금 이 정유라 사태까지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 같아요?

◆ 김혜숙> 그렇죠, 예.

◇ 김현정> 그 학생들이 경찰에 진압 당해가면서 끝까지 투쟁했던 것이 그게 힘이 되어서 사실은 여기까지 하나하나가 다 밝혀진 게 아닌가. 그게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는 또 한 번 대학사회에서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는 그 말씀이 중요한 지적이네요.

◆ 김혜숙> 그렇죠. 학생들은 배운 대로, 그 학생들이 처음에 써붙였던 그 대자보 같은 데도 '선생님께서 강의실에서 저희한테 이렇게 말씀해 주셨잖아요'라고 하는 그런 말들이 기성세대인 저희 교수들한테도 상당히 이제 어떤 울림으로 다가왔던 거고요.

◇ 김현정> 그래요. 한 해 동안 고생 많았던 우리 제자들한테, 우리 대학생들한테 한마디 하실 말씀 있을까요?

◆ 김혜숙> 저는 요즘 학생들…. 너무 아픈 아이들이 많아요.

◇ 김현정> 아파요?

◆ 김혜숙> 네. 마음으로 고생을…. 심리적으로 하여튼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서 저는 정말 학생들한테 아프지 말라, 라고 하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이 세상을 정말 씩씩하게 꿋꿋하게 견뎌내야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기 때문에 여기서 걸려서 넘어지지 않기를 바라고요. 젊은 시절의 그 문턱에서 정말 아프지 말라는 말을 좀 해 주고 싶습니다.

◇ 김현정> 아프지 말라는 말씀. 그래요. 이제 사흘 후면 2017년 새해인데 새해 소망이 있으시다면 어떤 걸까요?

◆ 김혜숙> 글쎄요, 저는 이제 나이 좀 먹고 하다 보니까 정말 중요한 게 뭔가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데요. '평화'라고 하는 말이 어렸을 때는 그냥 너무 상투적으로 다가와서 그랬는데요.

◇ 김현정> 평화?

◆ 김혜숙> 네, 평화. 아주 진부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게 굉장히 어려운, 굉장한 경쟁사회 안에서 사람을 자꾸 미워해야 하고 질투해야 하고 자기는 밑으로 밀려야 되는 이런 사회가 점점 심해지면서 이 평화로운 마음 갖는 게 너무 어려워진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병이 드는 인간들이고, 또 핵 위험이니 해서 세상이 너무나 힘들어져 가니까요. 그런 평화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제가.

◇ 김현정> 물리적인 평화. 물리적인 평화, 심적 평화. 이 세상이 평화롭기를. 좋은 말씀입니다. 선생님도 내년에 평화로우셔야 되고요.

◆ 김혜숙> 네. 고맙습니다. 앵커님도 평화로운 한 해 맞으시기 바랍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특히 주변의 청춘들, 학생들 많이 위로해 주세요.

◆ 김혜숙>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뉴스쇼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중 한 분이었습니다. 이화여대 철학과 김혜숙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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