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망록에 박동열·안봉근 등 메모.. 문건 사전인지 뒷받침

이천종 2016. 12. 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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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보도 - 정윤회 문건, 정권 대응을 고발한다 (중)] 청와대 '정윤회 문건' 공개 4일 전 전모 파악

청와대가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문건’ 공개 4일 전에 이미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안봉근 비서관의 국정원 인사 개입 의혹’ 등을 담은 문건의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분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찌라시’ ‘실체 없는 허구’라고 문건 내용과 비선 실세의 존재를 부인하며 문건유출 수사를 주도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그동안 거짓말을 해왔고 사실상 실체 규명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세계일보가 2014년 11월24일 ‘청와대, 정윤회 감찰 돌연 중단 의혹’이라고 보도하자 청와대는 이날 정윤회 문건의 전체 내용을 파악하고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당시 세계일보 보도와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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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는 11월24일자에 ‘청와대, 정윤회 감찰 돌연 중단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보도 내용은 ‘정윤회 문건’ 내용이 아니라 청와대가 그해 초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정윤회씨의 비위 의혹을 감찰했다는 내용이었다. 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불리는 정씨에 대해 청와대가 ‘요주의’ 인물로 간주하고 감찰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을 부각시킨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보도 당일 회의를 열어 정윤회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놓고 대책을 논의한다.

28일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비망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는 정윤회 문건의 초안 격인 ‘시중여론’에서 거론한 인물과 관련된 메모가 등장한다.

업무수첩에는 ‘박동열 전 국세청 지방청장 건-안봉근’, ‘고일현 전 국장(국정원)’ 등의 메모가 나온다.

박 전 청장이나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은 물론 고 전 국장 등은 그때는 아예 보도되지 않은 이들이다. 박 전 청장의 경우 ‘정씨와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청와대 십상시가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을 논의한다’는 얘기를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했고, 이 내용이 청와대 내부 문건으로 만들어져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으로 이어졌다고 검찰이 잠정 결론 내린 인물이다.

청와대가 11월24일 보도 직후 이미 시중여론까지 분석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시중여론에는 “이 나라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3위는 박근혜이다”라거나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안 전 비서관이 집권 초기 “나를 거치지 않으면 김기춘(비서실장)이도 ‘대장’(박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낼 수가 없다”, “고 실장(고 전 국장 추정)은 내가 남 원장(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이야기하여 날려 버리겠다”는 발언 등이 담겨 있다.

이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최소한 민정수석실의 우병우 민정비서관 등이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의 싹을 봤음에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윤회 문건에 7억원설의 최초 발설자로 등장하는 ‘김○○:송재관 전 육영재단 어린이회관 관장의 처조카’라는 메모와 수기로 작성한 십상시 명단 등도 나온다.

문건 사태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주요한 증인 및 참고인 등으로 조사를 받게 될 이들의 명단도 있었다.

‘박○○회장(박지만 EG 회장으로 추정)-불응, 식당주인 아들, 전면 증언위협’이라고 기록된 메모는 박지만 회장 미행설의 관련자들로 추정된다. 박 회장은 실제로 이후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 등으로부터 ‘정윤회 문건’을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속인 이세민-방언건’ 메모는 정윤회씨와 친분이 있는 한학자 이세민씨에 대한 내용이다. 이씨는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산케이신문의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 참사 당일 정윤회씨와 점심식사를 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사건 초기부터 문건의 유출 경로 등에 대해 대체적인 윤곽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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