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 시행 전 마지막 기회.." 은행 떠나는 은행원

송기영 기자 2016. 12. 2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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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에 다니는 김모 차장(45)은 최근 은행에서 실시한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몇년째 승진에서 누락된 그는 2018년부터 성과연봉제가 적용된다는 소식에 퇴직을 결심했다. 김 차장은 퇴직하면 회사에서 제공하는 이직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으로 재취업할 계획이다.

사진=조선일보DB

김 차장은 “성과연봉제가 적용돼 임금이 줄어들면 희망퇴직 때 회사가 지급하는 특별퇴직금도 줄 것 같았다”며 “목돈을 마련해 퇴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깜짝 실적을 올린 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은행원 5000명 이상이 퇴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유 자금이 있을 때 퇴직금을 풀어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하려는 은행과 성과연봉제가 시작되기 전 회사를 떠나려는 은행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10~15년 차의 젊은 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도 평년에 비해 대폭 늘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각 은행마다 전직·재취업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어 젊은 은행원들도 희망퇴직을 신청하는데 큰 부담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 등을 활용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28일 말했다.

◆ “올해가 마지막 기회”... 내년 초까지 은행권 5000명 떠날 듯

KEB하나은행은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준정년특별퇴직 신청을 받았다. 준정년특별퇴직은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받는 제도다. 옛 외환은행이 상시적으로 운영하던 제도였는데, 올해부터 옛 하나은행 직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만 39세 이상으로 근속 기간이 14년 이상인 직원(1∼5급), 만 38세 이상으로 근속 기간이 10년 이상인 직원 등이 신청 대상이다.

지난해 KEB하나은행의 특별퇴직에는 700여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KEB하나은행은 곧 인사위원회를 열고 특별퇴직자를 최종 선발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최종 퇴직자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준정년특별퇴직을 옛 하나은행 직원에게 적용한만큼 평년 준정년특별퇴직에 비해 신청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직급에 따라 22개월∼27개월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한다. 자녀학자금은 직원 1인당 최대 2000만원 이내로, 건강관리 지원금은 1인당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 퇴직 후 재취업이나 창업 지원금으로 500만원도 지급한다.

KB국민은행도 최근 근속 10년 차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고, 2800여명이 신청했다. 이는 2010년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3244명이 회사를 퇴사한 이래 최대 규모다.

우리은행도 전직지원제도 접수를 받고 있다. 전직지원제도는 임금피크 돌입을 앞둔 직원을 대상으로 전직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은행은 2009년 제도를 도입해 매년 3월경 실시했으나 올해는 그 시기를 앞당겼다.

농협은행이 지난달 말 실시한 희망퇴직에는 411명이 신청했다. 이는 지난해(344명)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 전체로 희망퇴직 신청 범위가 정해지자 신청자 수가 증가했다.

사진=송기영 기자

광주은행도 만 40세 이상 1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102명이 퇴직했다. 이는 지난해(88명)보다 15% 정도 늘어난 규모다.

신한은행도 이르면 내년 초 희망퇴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까지 5000명 이상의 은행원이 회사를 떠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는 4000여명의 은행원이 희망퇴직으로 은행권을 떠났다.

◆ “은행업 비전 없다”… 30대 은행원도 희망퇴직 신청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자가 늘어나는 것은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이 확대되면서 직원과 영업점을 줄이고 있다. 또 올해부터 60세 정년 연장이 시작되면서 인사적체도 가중되고 있다.

은행들은 영업 효율성 극대화와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대규모 퇴직금 부담을 감수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중은행들은 2011년 이후 이익 증가율이 인건비 증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는 비교적 젊은층인 30~40대 은행원도 희망퇴직을 대거 신청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희망퇴직 신청자 가운데 93%에 달하는 2600명 정도가 임금피크제 대상이 아닌 일반 직원이다. 농협 역시 젊은 직원들이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원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핀테크의 등장 등 금융산업도 급변함에 따라 젊은 은행원들이 은행업을 더이상 ‘안정적인 업종’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 젊은 은행원들은 희망퇴직을 특별퇴직금을 챙겨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다른 은행보다 특별퇴직금 조건이 좋지 않았던 SC제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가 66명에 불과했다. SC은행은 당초 2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 희망퇴직을 신청한 시중은행 직원은 “동료 직원들끼리 ‘하루라도 먼저 은행을 떠나는 사람이 승자’라는 농담을 자주 한다”며 “회사가 지원하는 창업지원금을 받아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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