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나쁜놈 이병헌 vs 좋은놈 강동원 [인터뷰]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의 폭발력은 예상대로였다. 단숨에 연말 극장가를 집어삼켰다. 지난 21일 개봉해 불과 5일 만에 누적 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12월 개봉작 가운데 최단 기록이다. 새해 첫 1000만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흥행 공식’에 철저히 따른 구조, 사회악을 처단하는 권선징악적 주제가 기대했던 성과를 얻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가장 주효했던 건 캐스팅이다. 충무로 대표 배우 이병헌(46) 강동원(35) 김우빈(27)이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났다.
‘조희팔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는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이병헌)과 강직한 형사 김재명(강동원)의 치밀한 두뇌싸움을 그렸다. 둘 사이를 오가며 갈등하는 박장군(김우빈) 캐릭터가 눈에 띈다. 박장군에 비해 진현필과 김재명은 평면적이지만 노련한 두 배우 덕에 무게감을 얻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이병헌과 강동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악역도 문제없는 ‘연기 마스터’ 이병헌
이병헌의 전작 ‘내부자들’(2015)과 ‘마스터’는 사회비리에 대해 다뤘다는 점에서 통한다. 두 작품을 비교하는 반응도 많다. 그러나 이병헌은 “영화를 찍으면서 ‘내부자들’을 의식하지 않았다”며 “어차피 캐릭터가 다르고, 완전히 다른 색깔의 영화”라고 말했다.
“‘내부자들 뛰어넘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들을 봤어요. ‘왜 이렇게 비교를 하려고 할까’ 부담감이 생겼죠. 근데 매번 그렇게 뭘 넘고, 뭐보다 더 세고, 그래야 한다면 작품을 못할 것 같아요. 각기 다른 장점이 있는 거죠.”
이병헌이 연기한 진현필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놈이다. 사기, 로비, 청부살인 등 끝없이 악행을 일삼는다. 아무리 ‘연기의 신’이라한들 이토록 명분 없는 캐릭터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을 테다.
이병헌은 “인물에 설득되기 힘들었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결을 주려고 했다”며 “단선적인 역할일지라도 최대한 살아있는 느낌을 담으려는 건 모든 배우의 발버둥”이라고 했다.
“연기 잘하는 후배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는 이병헌은 강동원·김우빈에 대한 칭찬을 잊지 않았다. “기대감이 컸던 반면 ‘물과 기름처럼 안 어울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에요. 완성본을 보니 굉장히 잘 섞였더라고요. 묘한 조화가 이뤄진 것 같아요.”
이병헌의 2016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할리우드 영화 두 편(미스컨덕트·매그니피센트7)을 개봉시켰고, ‘내부자들’로 각종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뭘 했는지 되돌아볼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다”는 그는 내년에도 계속 달린다.
욕심을 내려놓은 ‘열일 마스터’ 강동원
‘새롭지 않은 건 재미없다’는 굳은 신념을 지닌 강동원은 매번 도전적이다. 쉼 없이 작품을 찍으면서도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스터’에서는 생애 첫 형사 역할을 맡았다. 주로 극의 중심을 담당해온 그가 마음먹고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 것도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제가 한 게 별로 없죠. 연기적으로 보여드릴 장치가 없었어요. 뭘 안 넣어놨더라고요. 하하.” 너무 단편적인 캐릭터가 아니냐는 질문을 강동원은 태연하게 받아냈다. 그는 “김재명에게는 정확한 롤(역할)이 있었다.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고, 관객이 그의 감정에 이입해 끝내 통쾌함을 느끼게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전 처음부터 욕심을 버렸어요. 그래야 이 영화가 잘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해보니 답답하긴 하더라고요(웃음). 다른 사람을 살리면서 나도 살기가 쉽지 않았죠.”
강동원은 “사연 없는 캐릭터라서 마음에 들었다”며 “바르고 건강하게 자란 사람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 자신과 닮은 지점도 꽤 있단다. 무엇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건전한 30대 중반의 남성”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나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힘든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나 혼자 행복한 건 싫어요. 모두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워낙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열일’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는 벌써 차기작 ‘골든슬럼버’를 결정지었다. “저는 죽을 때까지 연기할 거예요. 가끔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근데 뭐, 놀면 뭐하나 싶어요(웃음).”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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