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꼼수' 유예]돈·가산점 미끼로 갈등 부채질..'교학사 사태' 재연 불 보듯

장은교·경태영 기자 입력 2016. 12. 27. 22:44 수정 2016. 12. 2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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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국정 역사교과서 ‘불씨 살리기’ 나선 교육부

교육부는 또 혼란과 갈등을 택했다. 박근혜 정권의 대표정책인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살리기 위해 법도 바꾸기로 했다. 야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을 통해 국정교과서 강행을 막겠다고 밝혔다. ‘3월 개학 전까지’라는 시간싸움까지 더해지며 학교 현장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사태 이상의 갈등과 반목, 혼란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와 학생들만 애꿎은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나온다.

■ 연구학교 가산점·연구비로 유인

교육부는 내년 1월 중순부터 역사교과서 사용을 원하는 학교를 신청받아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연구학교는 승진에 유리하고 연구비 지원도 받을 수 있어 경쟁률이 높다. 승진 심사에선 0.1점으로도 결과가 갈리는데 연구학교로 지정되면 가산점 1점을 부여받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부사안은 더 조율해봐야겠지만 지금으로선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신청하는 학교는 모두 연구학교로 지정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몇 개 학교로 제한할 것인지 규정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연구비도 1000만원씩 지급된다. 현직 고교 교사인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조한경 교과서연구팀장은 “점수와 돈으로 학교를 매수하겠다는 비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을 보면 연구학교는 교육부가 필요에 따라 지정할 수도 있다.

국정교과서 강행을 위해 법도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국·검정 혼용은 불가능한데 정부는 내년 1월 교과용도서에 관한 대통령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2018학년도에 국·검정 역사교과서를 혼용한다면 내년에 당장 검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 부분도 법을 개정해 “새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도서의 개발기간도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2017학년도에는 2009 교육과정에 따라 만든 검정 역사교과서와 2015 교육과정에 따른 국정 역사교과서가 현장에서 혼용되는데,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상관없다”고 답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현장검토본만 나왔고 최종본은 1월 말에나 완성될 예정이다.

■ 현장선 이미 반대운동 불 붙어

당장 피해를 입는 것은 학교와 학생이다. 교과서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교사와 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한다.

검정교과서 중 가장 질이 좋은 교과서를 택하는 것과 ‘정치적 이슈’가 돼버린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교육감, 학교, 학부모, 학생들의 의견도 갈릴 수 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국정교과서 반대입장을 밝힌 14개 교육청을 제외한 대구·울산·경북은 국정화 찬성 또는 유보 입장을 밝혔다. 사립학교법인협의회도 국정교과서에 찬성의견을 보였는데, 한 사립학교 역사교사는 “법인의 입장과 교사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교학사 사태 때도 일부 사립학교 교장들이 교학사 채택을 밀어붙이려고 했으나, 동문과 학부모·교사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어떤 결론이든 혼란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이미 선 주문된 상태다. 교육부는 “선 주문한 역사교과서 취소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지는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교육청은 지난 21일 주문을 취소했고, 충북도교육청은 27일 도내 50개 고교에 주문 취소를 요청하는 서한문을 발송했다.

■ 국회서 금지 법안 통과 땐 원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금지법안을 공동발의한 상태다. 법안만 통과되면 교육부가 밝힌 꼼수를 당장 막을 수 있다고 야당은 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됐으나 새누리당의 요청으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안건조정위 마감시한은 내년 2월23일이다. 야당은 “1월 중 신속하게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민주당이 제1원내교섭단체가 됐기 때문에 안건조정위원 6명 중 3명 몫을 가져가게 된다. 1월 중 안건조정위를 열고 법안이 교문위를 통과한 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2월 안에 처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내년 3월 국정교과서의 연구학교 배포부터 원천 무효화시킬 수 있다.

<장은교·경태영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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