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당·청 '문건 유출'만 부각.. 진위파악 시도 원천봉쇄

박영준 2016. 12. 2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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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보도 - 정윤회 문건, 정권 대응을 고발한다 (상)] 국회 운영위 회의록 살펴보니

세계일보의 2014년 11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33차례 이상 대책회의와 은폐 ‘가이드라인’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국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특별취재팀이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수첩과 2015년 1월9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회의 전반에 걸쳐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추고 문건 내용을 허위로 몰아가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대통령비서실 등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는 청와대 공식 문건 유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반대로 보도 이후 한 달을 넘겨 가까스로 열렸다. 청와대와 여당은 운영위 회의 나흘 전인 1월5일 ‘문건 내용은 허위’라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 맞춰 야당의 문건 진위 파악 시도를 원천봉쇄했다. 최순실씨 국정농단을 미리 차단할 수 있었던 또 한번의 기회가 청와대와 여당의 공조로 무력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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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비서실장 “문건은 허위” 일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은 운영위 회의에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에 대해 ‘허위’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김 실장은 정윤회 문건에 대해 “소위 1월6일자 문건 내용은 실장인 제가 볼 때 전부가 허위라고 확신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조치할 사항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검찰 수사결과를 토대로 “문건에 나와 있는 어떤 모임, 거기에 있는 농단했다는 사람들 이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모임이 없었으니까 거기에서 왔다 갔다 하는 얘기도 없었고 따라서 국정농단은 없었다 하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 업무수첩대로 문건 생산과 유출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박관천 전 행정관의 ‘개인 일탈’로 몰아갔다. 김 실장은 “박관천 그런 분들이 그런 문서를 쓰고 한 것이 밖에 나간 것은 그것이야말로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잃은 것”, “박관천이라는 사람이 허위 보고서를 내 가지고 결국 무고로 지금 기소가 됐다“, “그 사람들이 박지만을 이용해서 자기들의 영향력이나 입지를 강화하려고 한 것으로 추단한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왼쪽)이 2014년 12월 1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가 시작되기 전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 실장은 ‘우리나라 권력 1순위 최순실, 2순위 정윤회, 3순위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박 전 행정관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박관천이라는 사람은 허위 문서를 쓰는 데 아주 그거 한 분”이라며 “그런 얘기를 저희들이 전혀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전추 행정관을 추천한 인물이 최순실씨라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도 “아는 바 없다”고 일축했다.

최씨와 결탁해 국정을 농단한 의혹을 받는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대해서도 김 실장은 부인으로 일관했다. 김 실장은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던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이 ‘3인방이나 문고리 권력이라고 하는 주장은 어떤 팩트에 근거한 비리나 문제점이 아니라 그냥 시중에서 편하게 부르는 속칭된 표현이 아니냐’고 묻자 “지금 세 분 비서관들은 그야말로 비서일 뿐이다.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운영위 회의에 출석한 이재만 비서관 역시 ‘최순실씨하고는 연락하거나 만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정윤회씨가 비서실장 역할을 할 당시에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고, ‘그 이후에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왼쪽)이 2014년 12월 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오른쪽)는 이날 회의에서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에 관해 “언론이 보도한 문건으로 인해 산적한 국정 현안이 미뤄진다거나 국가 리더십을 흔드는 시도는 절대 있어서 안 된다”고 말했다.
자료사진
◆새누리 친박, 유출로 몰고 ‘물타기’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정윤회 문건 진위에 대해 ‘찌라시’, ‘막장 드라마’, ‘풍문’, ‘허구’라고 깎아내리고,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개인의 일탈’, ‘해프닝’이라고 청와대를 비호했다.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은 “이번 문건 사건은 일부 인사들의 경거망동으로 초래된 완전히 허위의 어떤 조작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작성된 정보지 수준의 문건을 토대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니 하는 그런 자극적인 말로 본질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하고 확대재생산한 것이 본 사건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물고기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든다고 그랬다. 그런데 조응천, 박관천 이 양 ‘천’, 그런 것을 한문으로 일어탁수(一魚濁水)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표현하면 ‘양천탁수’”라며 “그것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혹세무민(惑世誣民)한 세력이 또 있다.(중략) 그릇된 이론,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국민들을 속인다”고 본지 등 언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보도를 비판했다.

강기윤 전 의원은 “좋은 비선도 있다, 꼭 비선이라는 것이 나쁜 의미만 갖고 있느냐, 그런 의문이 든다”고 청와대를 두둔했고, 박창식 전 의원은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막장 드라마를 쓰고 있다”며 “울타리 밖에 있는 무수한 함량 미달의 작가 선생들이 막 써 제끼는, 우리 언론에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은 회의 내내 이전 정부 사례를 끌어들여 ‘물타기’라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회의가 거듭 파행하기도 했다.

김도읍 의원은 “김대중정부 시절에 유사 이래로 세 아들이 구속되는 엄청난 사건이 있었다. 다 뇌물수수”라며 “이게 이익을 독차지하는 농단”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김 전 실장에게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현 정부까지 대통령 가족 비리 수사하고 처벌한 현황, 친인척 비리 수사하고 처벌한 현황, 공직자 비리를 처벌한 현황, 그리고 참여정부 ‘이지원’ 봉하마을 문건유출 사건을 포함한 과거 정부 청와대 문건유출 현황을 제 질의시간 전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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