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대종상 영화제①] 올해도 대거 불참 사태, 하소연할 때 아니다

한예지 기자 2016. 12. 27. 09: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종상 영화제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지난해 사상 초유 영화인들의 집단 보이콧 사태를 야기하며 파행을 맞았던 대종상영화제가 올해도 저조한 참석률을 예고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7일 오후 6시 서울 세종대학교 컨벤션홀에서 제53회 대종상영화제가 열린다. 하지만 이미 진작부터 후보자들의 집단 불참 사태가 예측되고 있다.

홍보대사 황정민 전지현이 일찌감치 불참을 확정했고 이를 시작으로 수많은 배우들의 불참 소식이 전해졌다. 실제 스케줄을 조율하다 최종 불참을 알린 배우들이 태반이다. 확실하게 최종 참석 확정을 한 인물은 남자우수상 후보에 오른 이병헌이 유일하지만 그 또한 영화 촬영 등 스케줄 조율로 인해 영화제 전날 겨우 참석 의지를 알린 상태.

대종상영화제 측은 초반 "배우들 대부분이 참석할 것"이라고 자신했고, 배우들의 불참 소식이 전해질 때도 "사실이 아니다. 조율 중이다"라고 강조했으나 결국 전야까지도 "참석자 명단이 윗선에서 정리가 안 됐다"라는 유야무야한 답변만을 내놨을 뿐이다.

지난해에는 불참시 상을 주지 않겠단 영화제 측의 강압적인 행보로 배우들은 오히려 참석하니 상을 받는게 아니느냐는 비아냥 섞인 시선을 받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는 충분히 자존심이 상할 법한 '무리수'였고 결국 배우들은 대거 불참을 알렸다. 배우들의 불참 행보는 감독들에게도 여파가 미쳤다. 일부 감독들은 당시 "감독들만 참석하는 것은 시상식의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불참한 것.

대종상영화제는 과거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영화상이자,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였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내부 비리, 공정성 논란 등 다양한 구설에 휘말리며 관객들의 냉대를 받았다. 그럼에도 영화제를 지키고자 참여해왔던 영화인들에게조차 실망스러운 처사로 이처럼 집단 보이콧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영화인들이 없는 영화 축제가 됐던 지난해 대종상이다. 이에 올해 대종상영화제 측은 그간의 구설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으로 문제점을 불식시키고 새롭게 태어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배우들의 외면을 받는 건 왜일까. 이는 결국 영화제 측의 무책임한 처사가 달라지지 않은 점에 있다.

실제 티브이데일리의 취재에 따르면 영화제 측은 시상식이 열리기 불과 열흘 여를 남겨두고 후보자들에 참석 요청을 했다. 이 또한 공문으로 전달하며 원활한 섭외 시도가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여론을 인식해 지켜봐야겠단 입장을 내놓은 관계자들도 있었으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뒤늦게 촉박한 참석 요청을 하는 영화제 측에 난색을 표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한 관계자는 심지어 공문도 늦게 확인했다며 소속 배우가 시상식 때문에 불참할 경우 현재 촬영 중인 영화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진다고 했다. 이밖에도 대부분 관계자들은 수차례 미리 정해진 스케줄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참석할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처럼 발등에 불 떨어진 듯 긴박한 섭외 시도는 이미 지난해에도 영화인들의 불참 사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받은 사안이다. 대부분 영화제 시상식은 후보자들에 대한 섭외를 늦어도 2~3주 전에 진행하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올해에도 대종상영화제는 내부 갈등으로 비롯된 개최 여부 불투명이란 진통의 여파로 개최 일시부터 후보작·자 선정까지 늦춰지며 또다시 무리한 섭외 시도를 이어갔다. 이같은 행정 미숙은 또다시 영화인들 대거 불참 사태를 초래한 셈이다.

결국 이 모든 사태의 근본은 영화제 내부에 있다. 아직까지 조직위와 집행위의 이권 다툼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대종상 측은 현 시점에도 "새로운 집행부가 승계를 받아 회생 시키려고 악전고투하고 있는 시점에, 일부에서 아픈 대종상을 계속 비난하고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 지금 대종상은 정말 아프다. 대종상에 참석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조차 막으려는 분들의 질책에 대해 대종상은 충분한 반성을 하고 있다. 대종상을 운영한 사람들이 아무리 미워도 대종상의 전통과 역사를 끊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대종상은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고, 대종상은 영화인의 것이며 동시에 국민의 것이다. 대종상에는 50년이 넘는 한국영화문화와 국민의 기쁨과 슬픔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그들의 말처럼 대종상은 지난 세월 대중의 오랜 사랑과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그랬기에 더욱 대중의 실망과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정부에 잘 보인 제작사 혹은 반공 영화에 대한 편파적 수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조직위원장의 방산비리 구속, 영화제 내부 갈등과 시비 등에 이어 참가상 논란과 유료 투표 논란 등의 사태를 수년째 직면한 대중들의 실망과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치달은 상태다.

무조건적인 영화제 강행만이 능사가 아니다. 다시금 대중과 영화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대종상이 해야 할 일은 억울하단 하소연보다 진심으로 조직의 갈등을 해결하고 불신의 싹을 자르는 데 있음을 알아야 할 때다. 한순간에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엔 그동안의 과오가 얕지 않은 탓이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대종상영화제 포스터]

연예계이슈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