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장갑'에 새 이름을

이은아 2016. 12. 2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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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16년도 딱 한 주(週)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엔젤스헤이븐'이라는 단체는 '손모아장갑이라 불러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시린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지만 정작 말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감싸주지 못했던 '벙어리 장갑'에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언어 생활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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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상사 속닥속닥-42] 이제 2016년도 딱 한 주(週)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겨울이 깊어가니 가장 먼저 손이 시립니다. 이럴 때 필수품이 장갑입니다. 시린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장갑이지만 이 장갑이 누군가에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바로 '벙어리 장갑'이야기 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니 언어 장애인들이 '벙어리 장갑'이라는 말을 들을 때 언짢은 기분이 들 것이라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벙어리 장갑'은 언제부터, 왜 이런 이름을 갖게 됐을까요?

 '막다, 막히다'란 뜻의 '벙을다'라는 말이 어원이라는 설도 있고, '버벅거리다'라는 뜻의 '버우다'에서 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말을 못하는 장애인은 혀와 성대가 붙어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4개 손가락이 붙어있는 장갑을 보고 벙어리장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비하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우리들이 비하의 의도로 '벙어리 장갑'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무심코 사용하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서 장애인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벙어리 장갑'에 뭔가 다른 이름을 붙여주자는 캠페인이 등장했습니다.

 '엔젤스헤이븐'이라는 단체는 '손모아장갑이라 불러주세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취지에 공감한 많은 기업과 연예인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최근 심심찮게 관련 기사들도 등장하더군요.

 '엄지장갑'이라고 부르자는 캠페인도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 어머니를 둔 대학생 원종건씨가 소셜벤처 설리번과 함께 '엄지장갑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벙어리 장갑 뿐이 아닙니다. 우리는 별 생각 없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을 하며 살아갑니다.

 뭔가를 결정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결정장애'가 있다고 쉽게 말하곤 합니다. 골프를 못치는 사람에게 '골프 장애인'이라고 하기도 하고, 온전치 못한 정부 정책을 '절름발이 대책'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꿀먹은 벙어리' '벙어리 냉가슴' '장님 코리끼 다리 만지는 격' 등 속담도 자주 사용합니다. 모두 장애인들에게는 상처가 될 말들입니다.

 장님은 '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고 절름발이 역시 '한쪽 다리가 짧거나 다치거나 하여 걷거나 뛸 때에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거리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말은 '장애인'에 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습니다. '정상인'보다는 '비장애인'이라고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타당해 보입니다.

 시린 손을 따뜻하게 감싸주지만 정작 말 못하는 이들의 마음을 감싸주지 못했던 '벙어리 장갑'에 다른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언어 생활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에서도 흑인을 칭할 때 'nigger(깜둥이)'라는 비하 표현 대신 'African American(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불러 대중의 인식을 바꾼 사례가 있으니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습니다.

[이은아 오피니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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