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조연에게 이건 말도 안 된다고요"

최수현 기자 2016. 12. 27.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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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연예대상 수상한 김종민
유재석 등 제치고 받아 큰 화제.. 예능 '1박2일' 10년 지켜온 공로

누군가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했다. 24일 밤 김종민(37)이 '예능 대부' 유재석, 신동엽, 이휘재, 김준호를 제치고 KBS 연예대상을 받았다. 10년째 여행 예능 '1박2일'을 지켜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시즌 1~3을 내리 출연한 유일한 멤버다. 군 복무 2년간 떠나 있긴 했지만 제대하던 날 곧바로 '납치'돼 촬영에 투입됐다. 김종민을 26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저는 재능도 부족하고 말주변도 없어요. 수상 소감도 준비하긴 했는데 멋있는 말을 멋있게 할 자신이 없더라고요. 고마운 사람들 이름만 불렀죠." 그가 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만으로 이미 대단한 화제였다. 오랜 시간 주인공을 빛내는 역할만 성실하게 해온 '만년 조연'에게 응원이 쏟아졌다. 김종민은 "내가 상 받기를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바랐고, 받고 나서도 주변 사람들이 더 기뻐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종민은 그의 말대로 '멋있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다. 엉뚱한 말이나 행동을 자주 하고, 뭘 잘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인정해 '바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2000년 혼성그룹 '코요태'로 데뷔한 이래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린 적 없이 한자리를 지켜왔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귀한 재능일지 모른다. 늘 꾸밈없이 밝게 웃고 뭐든 몸 사리지 않고 해내 악플 없는 대표적 연예인으로 꼽힌다.

"항상 부족한 저를 주변 사람들이 안쓰러워하고 도와주고 싶어 했어요. 쭈뼛거리고 있으면 동료들이 한마디라도 붙여줬고요." 그는 "바보라는 말이 한 번도 기분 나쁜 적 없었어요. 덕분에 사람들이 저만 보면 환하게 웃어주니까요"라고 했다.

김종민도 한동안 '재미없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그만둘까 기로에 섰던 때가 많았지만 "지금까지 이끌어준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했다. "겁이 많아서 매사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척 조심해요. 그래서 아직 결혼도 못 했나 봐요."

가끔 구구단 퀴즈도 틀리곤 하는 김종민은 최근 안중근 의사 생년월일, 김구 선생 명언 같은 역사 퀴즈를 척척 맞혀 화제를 모았다. 비결은 역사 강의 동영상 시청. 이 또한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비롯됐다. "일이 안 풀릴 때 '존경하는 선배들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봐요. 그게 점점 발전해 '역사 속 위인들은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나' 찾아보게 됐어요. 삶의 해답이 역사 속에 이미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는 시계공장, 달력공장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넉넉지 않은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춤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이벤트 회사에 들어갔다가 백댄서가 됐다. 데뷔 때도 코요태 정식 멤버가 아니라 객원 멤버였다. 이후 16년간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180개를 넘는다.

김종민은 "여기까지 내 힘으로 오지 않았다. 난 정말 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후배들에겐 이런 조언을 자주 한다. "'이런 것까지 해야 되나' 싶은 것도 열심히 해라. 멈추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대상까지 받았으니 이젠 폼 나는 주인공으로 나서도 되지 않을까. 그는 손사래를 쳤다. "더 낮은 자세로 더 궂은 역할을 할 거예요. 그러다 보면 16년쯤 뒤에 다시 대상을 받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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