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왓슨' 한국말 공부 끝났다

오찬종 2016. 12. 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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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 "정확도 96% 넘어..상담도 가능"
보험사 콜센터서 내년 3월 첫 고객 서비스

◆ 매경·옥스퍼드大 마틴스쿨·산업硏 공동 기획 /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조건 1부 ⑤ ◆

"결혼식장을 알아보러 가다 사고가 났습니다. 보험 처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퇴근길 여자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직장인 A씨. 보험사 대표 콜센터로 전화하니 한밤중인데도 바로 상담사와 연결된다. 보통 야간 콜센터는 최소 인원만 근무하는 탓에 한참 대기하는 것은 물론 응급 사항 외엔 적절한 상담도 불가능한데 한밤중에, 그것도 한번에 연결된 것이 A씨는 신기하기만 하다. 상담사는 사고 경위와 상태를 묻더니 적절한 대처법과 앞으로 처리해야 할 절차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야간 교통사고로 당황한 A씨가 "감사하다"며 인사를 연발한다. 상담사는 좋은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 신혼부부용 보험상품을 추천한다. A씨는 "이런 한밤중에도 고객 응대를 잘 해주는 보험사 상품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웃는다.

A씨와 통화한 상담원은 누구일까. 마침 야근을 하고 있던 친절한 상담사였을까. 그는 사람이 아니다. 인공지능이다. 과거 같으면 500여 명이 근무하던 콜센터 공간이지만 이 보험사 콜센터에는 단 한사람도 없다. 고객들 전화는 24시간, 365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인공지능 클라우드센터로 연결된다. 끊임없이 전화가 오지만 어느 콜이든 대기시간 없이 바로 연결되고 차근차근 상담이 진행된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4년 후 우리에게 일어날 일이다.

인공지능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IBM 인공지능 '왓슨'이 한국어를 완벽히 습득하고 국내 시장 출격 준비를 마쳤다. 100여 일 뒤인 내년 3월이면 수백 명이 할 일을 혼자 처리하는 보험상담원 '왓슨'을 만나볼 수 있게 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왓슨 국내 사업 파트너사인 SK C&C는 최근 국내에 진출한 외국 보험사의 '차세대 콜센터 사업' 수주에 참여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사람이 운용하는 콜센터가 아닌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콜센터 시스템이다. 내년 1월 중 최종 계약을 완료하면 늦어도 3월께 왓슨이 도입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 중 인공지능 상담원이 등장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도입되는 인공지능 상담원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IBM 왓슨이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SK C&C 관계자는 "왓슨의 한국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개발이 최근 완료됐다"며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IBM과 SK C&C는 지난 5월 제휴한 후 7개월간 미국 IBM 본사에서 왓슨 한국어 습득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이기열 SK C&C IT 서비스 부문장은 "왓슨의 한국어 인식 정확도는 현재 96% 이상"이라며 "한국어를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실생활에서 대화할 수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SK C&C는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를 '에이브릴'로 명명하고 다양한 추가 사업 모델을 개발 중이다.

SK C&C 관계자는 "한국어는 난도가 높아 연내 학습 완료는 무리라는 견해가 있었지만 미국 IBM 본사에 상주 직원을 두고 노력한 끝에 계획대로 한국어 학습을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스캔 이미지나 사진 속 한글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한글 자연어 처리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음성 인식도 주요 개발을 완료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보완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왓슨 상담원은 처음에 단독으로 운영되지 않고 상담사를 보조하는 견습기간을 거치게 된다. 이후 실제 음성 상담 역할까지 점차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왓슨 상담사는 기계학습 방식을 이용해 충분한 데이터가 누적되면 상담 기능이 대폭 향상된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 초기엔 보험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채팅로봇(챗봇) 형태 온라인 상담사로 업무를 처리할 방침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젊은 층 이용자 절반 이상이 전화보다 온라인 서비스를 선호한다"면서 "당장 상담인력들 업무 강도가 상당 수준 경감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화 상담도 처음에 보조 업무 위주로 일을 익힌다. 인간 상담사가 고객과 통화하는 내용을 자동으로 인식해 필요한 정보를 찾아 모니터에 띄워준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왓슨이 견습 기간에 기계학습을 마치면 당장 내년까지 콜센터 인력의 30%를 대체하고 2020년까지는 완전 대체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 금융업계 등이 활용하는 국내 콜센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매일경제가 영국 옥스퍼드대 마틴스쿨의 칼 프레이 박사 등이 연구한 직업의 로봇 대체확률 계산 결과에 따르면 콜센터 업무 종사자인 '전화상담사'의 대체 확률은 99%로 전체 582개 직업 중 1위를 차지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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