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고효율 데이터센터' 확보 시급하다

2016. 12.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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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묵 단국대 응용컴퓨터공학부 교수·미래부 K-ICT 협의회 민간위원장

우리는 올해 초에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보면서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 속도에 감탄했다. 그런데, 알파고는 과연 무엇이며 어디에 존재하고 있을까. 알파고를 실현한 힘은 게임 전문회사인 구글 딥마인드사에서 개발한 딥러닝 학습 및 몬테카를로 탐색 트리 기반의 바둑 알고리즘과 구글이 보유한 강력한 컴퓨팅 파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들은 이미 십 수 년 전에 개발이 됐으나 과거에는 컴퓨팅 파워 부재로 실행 시간이 오래 걸려 실용화되지 못하고 사장이 됐다면, 지금은 그러한 복잡도 높은 알고리즘들과 대용량 빅데이터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구글의 강력한 컴퓨팅 파워로 수초 내에 실시간으로 인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됐다.

알파고를 실행한 구글의 컴퓨팅 파워는 천여 개 남짓의 CPU와 GPU로 구성이 돼 있다. 수십억명의 세계인에게 실시간으로 제반 지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의 초강력 컴퓨팅 파워는 천만대의 PC급 커스텀 서버 클러스터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글 서버들은 세계 3개 대륙에 흩어져 있는 57개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설치돼 있다. 따라서, 알파고의 실체는 딥마인드의 알고리즘과 구글의 막강한 컴퓨팅 파워라고 할 수 있고, 알파고가 존재하는 곳은 구글 서버가 있는 데이터센터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ICT 환경은 급변하고 있으며 ICBM(IoT, 클라우드, 모바일, 빅데이터)에 이어 인공지능이 부상하고 있다.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산업을 개편하려는 시도가 제4차 산업혁명이다. IoT와 모바일이 빅데이터의 생산자라면, 빅데이터 분석과 지능정보 처리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이뤄지게 되며, 이러한 클라우드를 위한 기반 컴퓨팅 파워는 데이터센터의 서버들이 제공하게 된다. 따라서 데이터센터는 지식정보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생산하는 지식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지식서비스와 데이터센터의 강자인 구글에 이어 인공지능의 강자인 IBM, 클라우드의 강자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산업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식발전소인 데이터센터의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아마존도 전 세계 13개 지역에 3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최신 데이터센터들은 친환경 고효율 저비용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최고의 전력사용효율지수(PUE: Power Usage Effectiveness)를 달성하기 위해 외기냉방 및 제반 에너지 절감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구축비용 절감을 위해 개방형 클라우드 OS라 할 수 있는 오픈스택, 개방형 HW인 OCP(Open Compute Project) 기반 서버 및 랙의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IT시장조사 전문기관인 가트너는 미래 데이터센터의 모습으로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모두 가상화하고 모든 자원을 자동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정의데이터센터(SDDC)를 언급하고 있다.

지식발전소인 데이터센터 설립과 확산에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법제도적인 규제로 인해 차세대 성장 동력 확보의 근간인 데이터센터의 구축 및 운영 활성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데이터센터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건축 관계 법령과 에너지 및 환경 규제가 데이터센터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는 '업무용 시설', '방송통신시설' '공장' 등으로 허가돼 필요 이상의 주차장과 승강기를 확보해야 하는 상태이고, 온실가스목표관리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 적용 등으로 인해 신규 서비스를 위한 시설 확장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 및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데이터센터의 구축에 필요한 HW, SW의 경쟁력은 낮은 상태이고 클라우드와 같은 신기술의 적용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데이터센터의 핵심 장비인 서버는 KT, 서울시데이터센터 등 일부 데이터센터에서만 국산장비를 도입 중이며 국내 데이터센터(136개) 중 클라우드를 적용한 데이터센터는 10여 개에 불과하다. 올해 수행된 다수의 IT 기술수준 조사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물론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앞선 분야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우리의 IT강국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IT 환경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글로벌 기업과 대등한 수준의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려면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개선하고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중심의 IT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IT 선도국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규제개선을 통해 고효율 데이터센터를 확보해야 한다. 건축 관계 법령, 데이터센터 전기요금체계 및 환경·에너지 규제의 합리화로 전력사용효율지수(PUE)가 낮은(좋은) '친환경·고집적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선도적 모델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서버, 네트워크, 자원관리 등을 통합·조정·관리할 수 있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선도모델(자율형 데이터센터)을 개발하고, 분야별 핵심 IT기술을 확보해 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 데이터센터 중심의 IT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컴퓨팅·네트워크 장비 관련 중소기업은 자원공급 역할을, 창업·중소기업은 IT서비스 수요 창출 역할을 수행하도록 재편하여 자원공급-센터구축-IT서비스 공급으로 이어지는 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방관할 시간이 없다. 지식발전소인 데이터센터의 구축 및 운영 활성화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기반 인프라를 확보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을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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