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석의 시각(視角)] 스타없는 대종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
역사와 전통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전통이 하나하나 쌓여 역사가 된다. 그 전통과 역사에는 스토리가 켜켜이 쌓여있다. 웃음과 눈물, 영광과 좌절이 그 스토리에 스며있다. 매년 연말이면 추억을 곱씹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축하한다. 대종상도 그렇다. 1962년부터 매년 열려온 대종상은 한국 영화인들의 축제였다. 53년째 이어져 오면서 관 주도행사에서 영화인협회,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대종상조직위원회 등 행사 주최가 바뀌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작품의 예술성과 수상자의 명예보다는 이권을 챙기기에 급급한 때도 있었다. 공정성 시비는 지금까지 대종상의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대종상도 빈껍데기 시상식이 될 것이라는 징조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27일 열리는 제53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른 대부분의 배우들이 조직위에 불참을 통보했다. 지난해 남녀주연상, 조연상 등 많은 배우들이 불참해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대종상은 올해도 파열음이 들린다. 지난해 남녀주연상을 받아 홍보대사에 선정된 황정민, 전지현은 일찌감치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올해 남녀주연상 후보 송강호·배두나·심은경, 남녀조연상 후보 이경영·윤제문·천우희 등도 불참을 선언했다. 또한 최민식, 곽도원, 하정우 등도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이준익 감독의 <동주> 등은 출품 자체를 하지 않았다.
영화인들의 축제가 되어야 할 시상식이 왜 외면받고 있을까. 조직위원회의 권위주의와 심사의 공정성 시비다. 대종상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시상식에 불참하는 배우는 상을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배우들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내놓기보다는 힘으로 억누르려는 권위주의의 발상이었다. 결국 수상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대리 수상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시상식의 공정성이 매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상작을 선별하는 데 있어 심사의 공정성 시비는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대종상은 한국 유일의 반세기 이상 진행되어온 영화제이다. 그동안 관이 주도하면서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일었다. 민간 기업이 주도하면서 이권 다툼도 있었다. 대종상은 한국 영화인들의 영욕을 상징하는 시상식이다. 싫든 좋든 영화인들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안성기·강수연·전도연 배우, 임권택·박찬욱·봉준호·이준익 감독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거쳐 간 영화제다. 좌절도 있었고, 영광도 있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똑같은 빈 수레 행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대종상조직위원회는 왜 영화인들의 외면을 받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불참하는 영화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조직위원회의 허물은 없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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