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문화융성' 파탄"..2016 문화계 10대 뉴스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박근혜 정부 '문화융성' 파탄'.
문화연대(공동대표 원용진·임정희)는 2016년을 마무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문화 정책이 파탄날 지경에 이르렀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문화계 10대 뉴스'를 선정해 26일 발표했다.
집행위원회가 선정한 후보 항목 20개에 대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간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문화계 전문가 및 시민 등 60여 명이 사회적으로 파급력/영향력이 컸다고 생각하는 뉴스 3개씩을 골라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0대 뉴스에는 Δ박근혜정부 '문화융성' 파탄 Δ예술검열, 블랙리스트 사태 Δ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 Δ평창동계올림픽 부실 및 비리 Δ테이크아웃드로잉, 우장창창 등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확대 Δ이세돌 대 알파고 Δ사드 배치 추진에 따른 한류 위기 Δ미술계 위작 및 대작 논란 Δ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수상 Δ로이엔터테인먼트 사태 등 10개 항목이 선정됐다.
◇ 1위= 박근혜정부 '문화융성'의 파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연루됐다는 사실은 문화예술인에게 분노와 동시에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초기 뜬금없이 나타난 '문화융성'에 당황했으며 '왕차관' 등으로 불리던 김종 전 차관의 전횡을 지켜봐야 했다. 문화행정을 파탄한 책임자들의 발본색원과 함께 문화정책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2위= 예술검열 '블랙리스트' 의혹
국회 국정감사에서 1만여 명이라는 명단을 담은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언론에 공개됐다. 문화예술인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책임자를 특검해 고발했으며 검열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 3위=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
지난 10월 중순부터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시태그를 통해 이어졌다. 웹툰, 문단, 미술, 사진, 영화계 등 분야는 달랐지만 그 속에서 벌어진 폭력의 양상은 비슷했다. 이름있는 작가, 유명 미술관의 큐레이터, 권위있는 평론가 등 문화예술계에서 나름의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가해자였다.
피해자들은 고립되거나 업계에서 일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 피해 사실의 지속적인 고발을 통한 성폭력 문제의 환기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 4위= 평창동계올림픽 부실 및 비리 의혹
평창동계올림픽은 유치 단계에서부터 여러 문제를 드러내며 '정해진 실패'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림픽'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특별법 제정으로 환경영향평가 등의 안전 장치가 무력화됐고, 지자체는 빚(지방채)이 더 늘어나고 있다. 또, 사후 활용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건설되는 각종 시설들이 '최순실 일가의 놀이터'가 된 상황이 드러나기까지 했다.
◇ 5위= 테이크아웃 드로잉, 우장창창 등 젠트리피케이션 확대
문화계는 카페 '테이크아웃 드로잉' 사태를 계기로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를 직접 피부에 와닿게 겪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특정 지역이 발달하면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원주민과 세입자가 쫓겨나는 상황을 뜻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된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소유주인 월드 스타 '싸이' 측과 협의한 이후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 6위= 이세돌 대 알파고
인공지능(AI)은 한국사회에 충격적으로 등장했다. 에릭 슈밋 구글 대표는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밝힌 바 있다. 바둑 전문가들은 이세돌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후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류의 승리'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철학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 7위= 한반도 사드 배치 추진에 따른 한류 위기
사드를 실전에 배치하기도 전에 후유증이 문화예술계에서부터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부인했지만, 중국 내에서 한류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체감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내에서 혐한 감정도 계속 커지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의 강행은 중국 내 한국 문화산업의 커다란 위기로 다가올 가능성이 커졌다.
◇ 8위= 미술계 위작 및 대작 논란
2015년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에 이어, 올해에는 미술계의 위작과 대작 논란이 거셌다. 천경자, 이우환 화백의 작품이 정반대의 이유로 진위 논란에 휩싸였고 가수 조영남 씨가 작품 대작 논란에 휩싸여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술작품이 불법 상속, 증여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관행과 체계적으로 정리, 관리되고 있지 못한 현실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 9위= 소설가 한강 '맨부커상' 수상
10대 뉴스 중 유일하게 긍정적인 소식이다. 지난 5월, 소설가 한강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한국인이 맨부커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한강 씨의 작품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 씨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다. 그가 한국어를 공부한 지 7년 만에 문학상을 타게 만들 정도로 소설을 번역했다는 것에 새삼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10위= 로이엔터테인먼트 사태
'로이엔터테인먼트 사태'가 10대 뉴스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드라마와 영화 등에 배경음악을 제공하는 회사인 로이엔터테인먼트가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착취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다. 국내 배경음악 제작사 중에 가장 큰 규모인 로이엔터테인먼트는 소속 작곡가들에게 내부 오디션 식의 경쟁을 강요했고, 제출한 모든 곡을 저작권도 없이 무단으로 사용해왔다는 의심을 샀다. 또, 저작물의 수익조차 불투명하고 관리하기까지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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