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선탑재 앱' 재조사한다던 공정위.. 돌연 입장바꾼 사연

김수연 2016. 12. 2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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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눈감은 공정위 왜?
공정위 판결에 구글 항소땐
막대한 소송비 떠안을 수도
애플 적극 조사와 '대조적'
EC 최종결론 후 본격 조사
한미 통상마찰 우려 시각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적으로 '앱 선탑재' 등 불공정 행위로 수 조원의 과징금까지 추징당할 처지에 놓인 구글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조사를 중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상대적으로 애플에 대한 불공정 행위 조사에는 적극 나서고 있어, 구글을 조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글의 앱 선탑재를 둘러싼 불공정경쟁 논란이 도마에 오르자, "구글 외에도 애플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며 초점을 흐렸다. 공정위는 현재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를 떠넘겼다는 정황에 대해 조사 중이다.

공정위는 이통사에 요청해 애플 불공정 행위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등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출된 자료에는 이통사가 부담한 아이폰 TV 광고비가 3년간 약 1000억원(3사 합산)에 이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심사보고서를 작성 중이며, 이에 따른 공정위 시정조치는 내년 이통사와 애플 간 아이폰 판매 재계약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 구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구글의 앱 선탑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1년 네이버, 다음(현 카카오) 등 국내 포털사들이 구글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한 때부터다. 당시 국내 포털사들은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면서 구글 앱을 스마트폰에서 사용자가 지울 수 없도록 기본 탑재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013년 구글 앱 선탑재에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 올해 국감에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마트폰 제조사와 구글 간 체결하는 불공정한 모바일 앱 유통 계약(MADA) 내용을 공개하자, 공정위원장은 구글 앱 선탑재 문제에 대한 재조사 입장을 밝혔다. MADA에는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돼야 하며, 구글 앱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지정하고, 구글 필수 앱을 한꺼번에 탑재하는 조건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두 달 전 '재검토'를 약속한 공정위는 최근 전 의원실에 "선탑재 위치, 기본 검색 사용자 설정 등 조건이 앱 배포 계약에 언급돼 있긴 하지만 선탑재 강제 인정 여부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공정위의 이런 행보는 세계 주요국 움직임과 정면 배치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구글의 끼워팔기 앱들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고, 후속 논의를 진행 중이다. EC는 검색, 안드로이드, 광고의 독점적 지위남용 등으로 최종 판결을 내릴 경우, 구글은 세계 매출의 10%인 74억 달러(약 8조6343억원)를 벌금으로 부과받게 된다. 러시아도 지난해 반독점법 혐의로 구글을 제재, 구글에 685만 달러(약 76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구글 조사에 소극적인 것은 다국적 기업의 본사 협조 없이 국내 지사만 섣불리 조사해 과징금 결론을 내렸다가, 구글 항소에 패소할 경우 막대한 소송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부담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C의 최종 판결과 조사 보고서가 나오면, 공정위는 그 이후에나 이를 토대로 조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마이크소포트가 웹브라우저 등의 끼워팔기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EC 판결 후에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것과 마찬가지 행태를 보일 것이란 것이다. 또 일각에선 구글이 미 정부를 통해 한국 정부에 통상마찰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내놓기도 했다.

광고비 떠넘기기 등 눈에 보이는 명확한 증거에 따른 판결이 가능한 애플 건과 달리, 구글의 경우 '강제성' 유무라는 정성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건이라 공정위 결론에 구글이 얼마든지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 높다는 점이 공정위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구글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결론을 내리면 조 단위의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하게 되고, 구글은 이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 뻔하다"며 "구글과의 소송에서 법원이 '강제성이 없다'고 판시하면, 역으로 공정위가 조 단위의 소송비용을 떠안게 되기 때문에 구글에 대한 EC 최종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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