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의 넘치는 자신감, <도깨비>마저 망칠 텐가

김종성 2016. 12. 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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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 과도한 PPL로 드라마 몰입도 방해.. 적절함이 필요하다

[오마이뉴스 글:김종성, 편집:곽우신]

 <도깨비>의 한 장면. '역대급' 드라마가 탄생했다.
ⓒ tvN
"네가 무(無)로 돌아가지 않으면 은탁이가 죽어."
"그러니까 죽고 싶어서 나보고 신부가 돼서 그 검을 빼 달란 얘기였다고요?"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가 서로의 운명을 알아챘다.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죽어야만 하는 도깨비와 존재 이유가 사랑하는 이를 죽여 무(無)로 되돌리는 것인 도깨비 신부. 이토록 비극적인 관계가 또 있을까. 가까스로 사랑을 깨달은 그들의 운명이 참으로 처연하다. 물론 '정답'은 하나다. 도깨비 신부가 도깨비의 가슴팍에 꽂힌 검을 뽑는 것. 운명을 따르는 것. 하지만 그 답은 모두에게 슬프다. 그래서 '사랑'은 또 다른 해답을 원한다. 슬퍼도 좋으니 하루라도 더 함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운명을 거스르라고 말이다. 아니, 바꿔 버리라고.

'완벽한 상대'를 만나면 '질투'라든지 '시기심' 같은 얄팍한 감정을 넘어 '부러움'마저도 우스워진다. 그저 '감탄사'만 나올 뿐이다.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아래 <도깨비>)를 보고 있노라면 그렇다. 한 편의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서 몇 박자가 갖춰져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도깨비>는 그 설명에 따라오는 모든 박자를 다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탄하게 뿌리내린 '이야기'는 캐릭터가 뛰어놀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된다. 거기에 김은숙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캐릭터들의 향연은 두손 두발을 다 들게 한다.

공유는 김은숙 표 대사들을 그 누구보다 탁월하게 구사하고, 김고은과 찬란한 케미를 완성한다. 김은숙 작가가 무려 5년을 기다렸던 이유를 시청자들도 납득했을 것이다. 또, '서브플롯'을 담당하는 이동욱과 유인나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이처럼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는 <도깨비>의 또 다른 '힘'이다. 대본, 연출 뭐 하나 빠질 게 없다. 거기에 찬열&펀치, Lasse Lindh, 크러쉬 에디킴, 샘킴 등이 합류한 OST는 드라마의 감수성을 배가시킨다.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하는 <도깨비>에 '역대급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역대급 드라마' <도깨비>, 그러나...

 <도깨비> 속 과도한 PPL.
ⓒ tvN
그런데 이 '몰입'을 자꾸만 방해하는 요소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완벽함을 갉아먹는 그 요소의 이름은 간접 광고, 바로 'PPL(Product PLacement)'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그 'PPL'의 진짜 이름은 '넘쳐버린 자신감'이 아닐까. SBS <파리의 연인>, SBS <시크릿 가든>, SBS <신사의 품격>, SBS <상속자들>, KBS2 <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까지 김은숙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실패가 없었다. 그의 대사는 어김없이 유행어가 됐고, 그의 캐릭터는 매번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도깨비>로 거둔 또 한 번의 성공은 그의 자신감을 과도할 만치 높여버린 건 아닐까. 그가 대본 속에서 구사하는 '간접 광고'들은 '직접 광고'라고 불러야 할 만큼 노골적이다. 게다가 '양'도 지나치게 많다. 도깨비를 모시는 유신우(김성겸)를 공유가 모델로 있는 가구업체의 회장으로 설정하고, '명함'을 의도적으로 노출하거나 공유가 사는 집의 가구를 그 업체의 것으로 깔아놓은 건 속아주는 셈 치자. 직업이 별다른 의미가 없는 유인나를 치킨 가게 사장으로 설정한 것도 웃어넘기기로 하자.

 이쯤되면 PPL 속에 드라마가 있는 것 같다.
ⓒ tvN
과도한 PPL, 손발 오그라든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와는 무관한 장면들에서 시시때때로 등장하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건강 음료, 카페, 치킨, 인스턴트커피, 화장품 등의 PPL은 과하다. 김고은이 공유에게 "집에만 계시는 거 괜찮아요? 고려 시대 때 나랏일 한 게다잖아요"고 묻자 "나도 직업 있었거든"이라 발끈하며 건강 음료 판매 사원, 화장품 가게 판매 사원, 가구 판매 사원 등 자신의 직업을 나열하는 장면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다. 이동욱이 치킨을 사와 공유에게 들이미는 장면은 짜증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쯤 되면 드라마 속에 PPL이 등장하는 것인지, PPL 속에 드라마가 껴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사실상 <도깨비>는 공유와 김고은의 슬픈 운명이 그려지는 '드라마' 반과 온갖 PPL로 가득 찬 '시트콤' 반으로 구성돼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미 시청자들은 PPL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도깨비>는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의 특성상 높은 제작비가 필요했을 게다. 따라서 간접 광고 자체를 문제 삼진 않는다. 다만, 자연스럽게 녹아들게끔, 그래서 불편함이 들지 않게끔만 만들어 달란 것이다.

과유불급이라 했다. <도깨비>의 경우에는 이미 60초 광고를 넣고 있는 데다, PPL마저 과도하게 삽입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언제나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 헛웃음을 유발하는 PPL 퍼레이드를 인제 그만 끝내고, 시청자들이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슬픈 운명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뭘 해도 돼!'라는 김은숙 작가의 '넘치는' 자신감이 부디 이 역대급 드라마를 망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부디 다음 주 방송에선 '적절한' PPL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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