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리쌍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에요"

최소연 디렉터 2016. 12. 2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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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유산을 말하다] 우장창창 사장 서윤수 씨

[최소연 디렉터]

 
가수 싸이와 분쟁을 겪은 한남동 '테이크아웃드로잉'. 지난한 과정 끝에 싸이의 사과를 받았다, 그리고 자발적인 회복 기간을 가지는 것에 합의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한 합의를 하기까지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여러 차례 강제 집행이 있었다.

지난 8월 31일자로 드로잉은 싸이 건물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들은 지난 1년여 동안 자신들이 겪은 일을 '재난'으로 칭했다. 말 그대로 뜻하지 않게 생긴 불행한 변고였다. 문제는 이러한 재난이 자신들에게만 다가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난 1년여 동안 체화했다는 점이다. 서울 곳곳에서 '건물주-세입자' 간 분쟁이 일어난다. 그들의 언어를 빌리면 곳곳이 재난 현장이다.  

<프레시안>에서는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준비한 기획 기고를 게재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재난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재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한 일종의 '재난 유산'을 글의 형식을 빌려 정리했다. 여기에는 재난을 직접 겪은 이들부터 재난을 목격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예정이다. 인터뷰는 최소연 디렉터가 진행했다.

▲ 우장창창 간판. ⓒ정용택 감독

최소연 : 재난유산은 우리가 재난이라고 부르는 현장에서 마주한 어떤 마음을 발굴하는 작업장입니다. 신사동에서 '우장창창'을 운영하는 서윤수 사장님은 건물주 리쌍에게 내몰림을 경험한 재난 당사자고요. 세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가게를 처음 시작한 초심(드로잉)입니다. 그 마음의 이름을 돌멩이 위에 적어주세요. 

서윤수 : 이 가게는 나예요. 나를 나타내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처음 우장창창을 열 때 인테리어도 한 달 보름 정도 걸리고 삼 주 정도 고민했어요. 단순했으면 싶었어요. 곱창집이라 생물의 맛을 반찬도 없이 소개하듯이 장식 없이 단순한 공간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장사하는 철학이 있어요. 인테리어, 메뉴, 구성, 서비스 자체도 그랬어요. 원래 내 성격이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내 진심은 언젠가 내 제품, 내 음식으로 전해질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어요. 블로그에 거짓된 정보 올라오는 게 싫어서 일절 마케팅을 안 했어요. 손님 나가기 전 최종점검을 '세팅'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제가 직접 해요. 그 과정에서 나의 이익과 손님의 이익 사이에서 고민할 때도 있죠. 내 이익을 생각하면 마음이 요동치고 갈등이 생기긴 해요. 

그래도 이 상품이 곧 나이기 때문에 정직함을 선택해요. 전 직장은 건설 쪽이었어요. 그때는 사기 치는 마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공부도 많이 하고 알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알면 알수록 이상했어요. 미분양 수요예측 전혀 못 하고, 알면 알수록 '사기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당시에는 불편한 마음은 없었고, 제가 투사나 깨어 있는 사람도 아니었으니까요. 불편한 건 아닌데, 기분이 뭔가 좀 그랬어요. 꺼림칙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어요. 다른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것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제일 안 맞았어요. 그래서 이 가게 열 때는 단순함이나 솔직함, 그런 의미에서 생물을 파는 게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양념 고기를 파는 게 아니라, 좋은 제품을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 그게 우장창창이에요. 업종 선택할 때부터 전 직장의 경험이 작용한 거지요. 

그래서 가게는 나예요. 내 생각, 내 가치관, 내 행동이 드러나는 공간. 그래서 가게는 나예요. 우장창창은 내 마음대로예요. 사람들이 자영업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마음 때문이겠죠. 마음의 크기는 스물다섯 평이었는데 지금은 지하까지 합쳐서 쓸데없이 오십 평이네요. 첫 마음을 색으로 표현하자면 주광색 전구. 주광색이요, 하얀색 말고. 인테리어 공사를 다 끝내고 내일이면 집기 들어오는 날이었어요. 전구를 다 켜놓고 간판 앞에서 사진을 딱 찍었을 때 너무 뿌듯해서 한동안 프로필 사진으로 썼어요. 이제 시작하면 되는구나.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잘 될 것도 같고, 설렜어요. 우장창창은 설렘이었어요. 그 설레는 빛이 켜진 공간이 보이는 것 같아요.

최소연 :  두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가 재난의 장소에서 만난 괴물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목격한 괴물의 '마음'을 돌멩이에 적어주세요. 괴물을 가시화하기 위해 괴물의 색깔과 크기, 환경과 역사를 상상해 봅니다. 괴물이 먹어치운 우리의 권리도 함께 적어주세요.

서윤수 : 괴물은 리쌍이에요. 그래도 건물주 리쌍이 중요한 건 아니에요. 무게감은 별것도 아닌 것이라 깃털이에요. 절대로 무서운 존재나 사람이 아니에요. 실은 별거 아닌 거죠. 리쌍 같은 괴물은 언론환경을 믿고 자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누군가를 잘 알지 못하면서 댓글을 달아요. 기사를 제대로 읽지도 않죠. 너무 쉽게 겉만 보고 파악하는 환경. 그러니까 건물주는 법적 분쟁 한 번 복잡하게 만들어서 여론몰이하는 방식을 택하죠. 특히 저희 같은 연예인 건물주의 경우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하는 사람들이 몰아가는 그런 환경들. 건물주 DNA가 있어요. 

사람들이 다들 건물주 입장에서 평가하는 게 강해요. 세입자로 있던 사람도 건물주가 되면 사람이 바뀌듯이요. 자본주의 사회라선지 어디 감히 세입자가? 감히 건물주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라는 세입자 DNA도 있어요. 이런 환경은 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요. 말 뒤집고, 어제 했던 약속 뒤집고. 이 괴물은 검은색. 뻔뻔함을 가지고 있는 검은 깃털이에요. 내 피를 먹고 살아요. 저는 진짜 피를 빨리는 느낌이에요. 내가 뭔가를 만들고 노력했는데, 어느 순간 무로 만들어요. 실은 자영업 요식업이 되게 힘들어요. 몸도 잘 다치고, 데이고, 속상한데……. 그렇게 만들어놓은 걸 건물주가 빨아먹는 기분이에요. 뻔뻔하게. 그리고 이 괴물은 왠지 모르겠는데 화가 나 있는 상태예요.
▲ 서윤수 재난워크숍. ⓒ정용택 감독

최소연 : 괴물을 처리할 방법은? 해결 가능성을 간략히 구상합니다. 나머지는 재난 유산 상속자들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서윤수 : 이 검은 깃털을 사람들 앞에 세우고 잘못을 명명백백히 밝혀서 재판받게 하고 싶어요.

최소연 : 세 번째 질문입니다. 재난 현장에서 괴물을 향해 던질 수 있는 유일한 모퉁이 돌이 있습니다. 그 초월적인 정령의 마음을 돌멩이에 적어주세요.

서윤수 : 연대는 두려움을 지닌 정령의 이름이에요. '내가 저 사람을 도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과 '잘 돼야 할 텐데….' 같은 마음이 연대라는 모습으로 재난을 이겨낸다고 봐요. 색깔은 보이지 않죠. 저는 맘상모 활동을 3년 했는데, 요즘 제가 느끼는 감정은 '제가 건방졌구나'예요. 내가 경험한 적도 없으면서 조언을 많이 했더라고요. 앞선 재난 당사자들이 재기하는 모습도 봤는데, 당분간 쉬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자신의 재난에 다른 사람들이 연대했던 마음이 고마워서 다시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지도 못하고 그런 재난 현장에 내몰리거나, "쟤는 자기 사건 끝났다고 연대도 안 해?" 하면서 다시 내모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들, 설레는 시간들. 여행을 간다든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어야 연대가 오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야 지치지 않을 것 같아요. 연애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사업을 하는 것도 즐거울 때가 있잖아요. 긴 싸움을 끝낸 사람은 쉬는 게 우선이에요.
김을 '서윤수 #드로잉-설레임', 종이 위에 드로잉, 2016 @김을


최소연 디렉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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