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EB하나·최순실 유착 의혹..현지 법인장 역할 다시 주목

강진구 기자 2016.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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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외국 거주자엔 심사 엄격 확인 않고 대출해줬을까” 자금세탁 편의 ‘묵계’ 추측

국정농단 주범인 최순실씨가 해외로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KEB하나은행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KEB하나은행이 만 19세인 최씨 딸 정유라씨에게 해외신용장을 개설해준 데 이어 독일법인장이 지난해 말 최씨의 독일 회사 비덱에 고려대 독문과 후배를 소개해줬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특히 당시 외환은행 소속 독일법인장이었던 이상화씨는 귀국 후 한 달 만에 합병한 KEB하나은행의 이사로 승진했고 그의 소개로 비덱에 입사한 박재희씨(45)는 SK에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e메일을 보냈다. 자연히 최씨의 해외 재산 은닉 및 자금세탁과 관련해 KEB하나은행과의 유착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5일 전직 외환은행 임원 ㄱ씨는 “현지 법인장이 후배를 직원으로 소개할 정도라면 대출심사 당시 비덱 내부 사정을 모르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독일 현지법인이 정씨에게 38만5000유로(약 4억8000만원)를 대출해준 것은 정상대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지난해 12월8일 압구정지점이 대출에 필요한 외환지급보증서(스탠바이 신용장)를 떼줄 당시 정씨는 이화여대 1학년에 재학 중인 승마선수로 소득도 없고 신용거래 실적도 전무했다. 정씨에게 신용장을 발부해준 유일한 근거는 비덱의 ‘재직증명서’였다.

ㄱ씨는 “외국 거주자에 대한 대출은 리스크가 커 대출심사가 특히 엄격하다. 정씨가 실제 직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해줬을 리 없다”고 했다. KEB하나은행이 달랑 재직증명서 한 장만 믿고 대출심사를 진행했을 리 없다는 것이다. 돈을 떼일 리 없고 단지 자금세탁을 위한 편의를 봐주면 된다는 식의 묵계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KEB하나은행 측은 “최씨 명의 3억원짜리 예금과 최씨 모녀가 공동소유한 7만평 규모의 강원도 평창 소재 임야를 담보로 잡고 대출을 실행했기 때문에 담보 여력은 충분했다”고 밝혔다. 이 설명대로라면 최씨가 보유예금을 독일로 송금하면 됐는데, 굳이 왜 신용장을 받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쳤는지가 의문이다. 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에서 “KEB하나은행이 외국환거래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의도를 알고도 만 19세의 정씨에게 무리하게 신용장을 발부해준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본부장이 독일에서 귀국하기 직전 고대 독문과 후배 박씨를 비덱에 추천한 것도 최씨와 지속적으로 은밀한 거래를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일 수 있다. 박씨 지인에 따르면 비덱이 올해 2~3월 SK에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e메일을 보낼 때 최씨가 불러준 문안을 박씨가 받아 적었다. 최씨 입장에서 그만큼 박씨를 신뢰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본부장은 올해 1월 귀국 후 삼성타운지점장을 거쳐 한 달 만에 글로벌영업본부장(임원)으로 고속 승진했다. KEB하나은행은 해외사업본부를 1·2본부로 쪼갠 후 2본부장에 이씨를 앉혔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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