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 大入 1대1.. 내 딸은 학원 안 보내요"

김연주 기자 2016. 12. 26.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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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 권위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
"10년 안에 4년제 입학 정원보다 고 3 수험생 수가 더 적어질 것
'좋은 대학은 성공' 공식 깨져..
대졸·전문직 희소가치 없어지고 농촌 전문가가 더 유망할 수도"

국내 인구학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두 딸(중 2, 초 5)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다. 첫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둘째는 3학년 때 다니던 수학과 영어 학원을 그만뒀다. 지금 딸들은 피아노와 서예를 배울 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 규모는 18조원이었다. 초·중·고교생 10명 중 7~8명이 사교육을 하고 있다. 학부모 대다수가 사교육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투자하고 있다. 조 교수는 최근 발간한 책 '정해진 미래'에서 "월급의 3분의 1을 사교육에 쓸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왜 사교육을 끊었나.

"첫째가 5학년 때 잠시 수학 학원에 다녔다. 어느 날 집에서 울고 있길래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학원 숙제가 너무 어려워서'라고 하더라. 선행 학습을 시키니까 어려웠던 거다. 학원에 전화해 '선행 안 하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런 코스는 없다고 하더라. 그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 학원을 끊었다."

―다른 애들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하지 않나.

"공부를 잘해야 꼭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에 평범한 수준으로 공부한 분들이 자영업을 하는데, 경제적으로 나쁘지 않고 편안하게 산다. 성공의 가치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공부를 못해서 불안한 건 아니고, 학교에서 기가 죽을까 봐 걱정되긴 한다."

―인구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라고 하던데.

"사교육 시키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미 그런 '성공 공식'은 깨졌다. 대졸에 대한 희소가치가 없어졌다. 또 앞으로는 대학 가기가 너무 쉬워진다. 작년 대입 정원이 52만명, 수험생은 64만명이어서 경쟁률이 1.23대1이었다. 4년제는 1.91대1이다. 그런데 조만간 저출산으로 고 3 학생 수가 40만명으로 떨어지고, 4년제 대학 경쟁률은 2021년이면 1대1, 2025년엔 0.96대1이 된다. 10년 내 모든 수험생이 4년제 대학에 들어가도 자리가 남는다는 얘기다. 모두 가고 싶어하는 '인(in) 서울' 대학도 마찬가지다. 모든 수험생이 서울 4년제 대학에 지원해도 2020년엔 6.73대1, 수도권으로 넓히면 4.14대1로 경쟁률이 떨어진다. 실제로는 전국적으로 분산될 테니까 경쟁률이 훨씬 낮아진다."

―그래도 최상위 대학에 가기는 여전히 힘들지 않겠나.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대학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 땐 좋은 대학 나와 대기업에 가면 성공이라고 했는데, 이제 그렇지 않다. 대기업에 가서 35~40세까지 남아 있는 비율이 높지 않고, 심지어 이미 젊은 애들은 대기업 입사를 성공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 직업을 위해 사교육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그런 직업들이 전문성과 희소성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턱도 없는 말이다. 그런 직업은 정해진 은퇴 시기가 없어 노동 시장에 계속 남아 있다. 빈자리가 나지 않는 한 신규 세대가 들어갈 수 없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판도가 또 달라질 것이다. 특히 변호사는 고령 사회가 되면 송사가 줄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엔 어떤 직업이 유망한가.

"딸한테 '농고(農高)에 가자'고 말한다. 농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진담이다. 현재 농촌 인구가 전체의 15%밖에 안 되고, 평균 연령이 60세다. 농촌에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어려서부터 농업 지식을 쌓고 대학에서 농업을 공부하면 대단한 전문 인력이 되고, 희소가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유망 직업이 미래에도 유망한 것은 절대 아니다."

―학교 교육 방식도 현재 대입제도에 맞춰져 있는데.

"지금 학교 교육은 아이들에게 교과서 지식을 다 기억하라고 한다. 요즘 구글이 없으면 연구나 공부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반대로 교육을 받고 있다. 암기식 교육은 우리 사회가 제조업 기반일 땐 필요했지만 앞으로는 창의성이 중요한 시대다. 주제를 주고 컴퓨터로 필요한 지식을 찾아가며 공부하는 방식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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