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 연아 후계자'는 17세 러시아 샛별

이순흥 기자 2016. 12. 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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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데바, 러 피겨선수권서 233.57점.. 비공인으로 김연아 기록 넘어]
- 평창 놀라게 할 '세일러문 마니아'
가공할 점프 기술, 1년간 金석권.. 3세부터 피겨, 포기모르는 연습광
- 그간 '포스트 김연아' 많았지만..
소치1위 소트니코바, 네일숍 운영.. 리프니츠카야는 잇단 부상에 추락

강력했던 통치자의 집권이 끝나면 혼돈의 시대가 온다. '피겨 여왕' 김연아(26)가 주름잡았던 얼음판도 그랬다. 그가 2014 소치올림픽 이후 스케이트를 벗으면서 김연아의 자리를 노리는 도전자들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그리고 그 혼란 끝에 '여왕의 후계'에 가장 접근한 샛별이 등장했다.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7·러시아)가 그 주인공이다.

메드베데바는 25일(한국 시각) 끝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에서 총점 233.57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김연아가 보유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228.56점·2010 밴쿠버올림픽)을 넘어선 것이다. 러시아 국내 대회에서 나온 점수라 ISU(국제빙상연맹) 공인은 받지 못한 비공인 기록이지만, 현지에선 "세계기록 경신도 시간문제"라며 들떠 있다. 실제로 메드베데바는 이달 초 ISU 그랑프리 파이널(프랑스 마르세유)에서 227.66점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프리스케이팅 점프 실수가 아니었다면 김연아의 최고 기록을 넘을 수도 있었다.

그동안 김연아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건 메드베데바가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는 자국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당시 김연아를 꺾고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실력보단 러시아 '텃세'로 메달을 쥐었다는 비판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소트니코바는 네일숍 운영자로 변신하고, TV쇼에 출연하는 등 연예인 비슷한 활동을 더 활발히 했다. 현재 소트니코바의 세계 랭킹은 70위까지 추락했다. 소치 당시에 소트니코바 이상의 천재로 주목받았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도 잇단 부상으로 무릎을 꿇었다. 최근엔 상위권 진출도 못하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메드베데바가 가장 강력한 '포스트 김연아'로 평가받는 건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1년 새 치른 대회 타이틀을 모두 석권했기 때문이다. 시니어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시작으로 유럽선수권, 세계선수권 금메달이 모두 그의 차지였다.

메드베데바의 강점은 가공할 점프력이다. 그는 이번 러시아 선수권에서 트리플(3회전) 점프를 3회 연속 뛰는 콤비네이션 기술을 구사했다. 경기 전 코치와 상의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보통 선수들은 3회전 점프를 두 번만 한다. 3회전 연속 점프는 2개까지만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메드베데바가 3회 연속 점프를 한 건 본인 점프에 대한 자부심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안소영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피겨)이사는 "메드베데바는 훈련 때도 3회전 점프를 4~5회 연달아 뛸 정도로 기술력이 좋다"며 "난도가 높은 타노 점프(손을 머리 위로 들고 뛰는 점프)를 주로 하는 것도 더 많은 가산점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바가 피겨를 시작한 건 만 세 살 때다. 피겨 선수 출신이었던 어머니가 자세 교정을 위해 딸을 빙판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연습광'으로 통했다. 10년 넘게 메드베데바를 지도한 에테리 투트베리드제 코치는 "그의 가장 큰 재능은 노력"이라며 "결코 포기하는 법 없이 모든 동작을 마스터한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 마니아인 메드베데바는 얼마 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만화 '세일러문' 복장으로 갈라쇼에 나서기도 했다.

욕심 많은 그는 지난해 한 러시아 매체 인터뷰에서 여러 선수의 장점을 고루 닮고 싶다고 했다. 김연아에 대해선 "스피드와 환상적인 점프 능력을 닮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에서도 메드베데바를 우승 후보 1순위로 꼽는다. 안소영 이사는 "현재 갖춘 기술력에 앞으로 성숙미, 경험 등이 가미된다면 평창에서 모두를 놀라게 할 연기를 펼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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