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타고 와서 첫차 타고 갑니다, 고척돔 '싸이 나이트클럽'

김성현 기자 2016. 12. 26.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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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콘서트 '올나잇 스탠드']
이틀간 관객 5만명, 매출 50억원.. 첫 곡부터 강렬한 '챔피언' 열창
빨간 치마의 여장도 서슴지 않고 신청곡 받아 새벽까지 앙코르

지난 23일 자정 서울 고척스카이돔.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경기장이 문 닫은 기간이지만, 이날 경기장의 모든 조명이 환하게 켜졌다. 가수 싸이가 지난 2003년부터 열고 있는 심야 공연 '올나잇 스탠드'가 23~24일 이틀간 열린 것이다.

'외박이냐 대박이냐 그것이 참 문제로다.' 경기장 한복판에 설치된 가로 70m의 무대와 대형 화면 3개 위에 붙어 있는 문구가 보여주듯, 공연은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시작됐다. 지난해에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1만4700석)에서 낮과 저녁 시간에 세 차례 열리고 마지막 공연만 자정에 시작했다. 하지만 올해 고척스카이돔(2만5000석)으로 무대를 옮기면서 2회 공연 모두 자정으로 시간대를 옮겼다. 이틀 공연 매진으로 총관객만 5만명. 말 그대로 막차 타고 왔다가 첫차 타고 돌아가는 '밤샘 콘서트'의 시작이었다.

공연 시간만 늘리는 인사말이나 썰렁한 농담 없이 거두절미하고 '챔피언'부터 불러 젖히는 도입부가 인상적이었다. 강렬한 록 스타일로 편곡된 '챔피언'에 경기장은 '서울에서 가장 거대한 나이트클럽'으로 변했다. 티켓 가격(7만7000~16만5000원)으로 추산한 이틀 공연의 매출 규모는 50억원대에 이른다. 공연계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연말 시장에서도 싸이의 콘서트는 최강자로 꼽힌다.

초대형 산타클로스 인형이 대형 무대 복판에서 서서히 일어서는 가운데, 싸이가 홀로 격렬하게 춤추는 장면도 장관이었다. 산타 복장을 벗기자 산타 인형이 속옷 차림으로 바뀌는 극적 반전(反轉)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그 뒤 싸이는 빨간 치마와 스타킹의 여장(女裝)을 하고 박지윤과 보아 등의 히트곡을 연이어 부르는 '깜짝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스타이자 '챔피언' 같은 인기곡을 보유한 국민 가수, 무대에서 여장도 서슴지 않는 'B급 연예인'까지 다채로운 이미지야말로 싸이의 강점이었다.

초대 가수로 출연한 래퍼 비와이와 가수 비·전인권의 열창을 포함해 본공연이 끝난 시각은 정확히 새벽 3시. '강남스타일'을 끝으로 퇴장하는 듯싶었던 싸이는 다시 무대로 올라와 1990년대 춤곡을 메들리로 불렀다. 서태지와 DJ DOC, 김건모와 '테크노 여전사' 이정현까지 최근 재조명받고 있는 1990년대 댄스 음악을 싸이의 목소리로 듣는 것도 '별미'였다. 싸이는 '오렌지족(族)'이나 'X세대'로 통칭됐던 1990년대 대중문화의 자산(資産)을 고스란히 흡수한 계승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템포의 댄스곡과 엇박자 없이 정확하게 구분되는 랩, 단번에 귀에 쏙쏙 들어오는 후렴구까지 그의 노래는 1990년대 음악과 공통분모가 많았다.

공연장이나 노래방에서 마지막 곡으로 즐겨 부르는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끝으로 공연도 막 내리는 듯싶었다. 하지만 새벽 4시쯤 싸이는 무대에 다시 올라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끝나면 버스나 지하철 첫차가 올 때까지 관객 여러분이 너무 오래 기다리실 것 같아서요." '연예인'과 '강남스타일' 같은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관객들의 신청곡까지 받아 정수라의 '환희'까지 불렀다.

싸이는 "본공연보다 앙코르가 길어지면 공연계의 '상도덕'을 어기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게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어느새 불혹(不惑)이 된 '국민 딴따라'의 16년 장수 비결이 이 말에 압축되어 있었다. 가요 메들리를 빼고도 30곡을 부른 뒤 공연이 끝난 시각은 정확히 오전 4시 50분. 공연장을 나서자 버스 정류장에 첫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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