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4년 뒤면 석탄보다 '발전 비용' 싸져요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 2016. 12. 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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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전지의 경제학]
- 태양전지, 기술 발전할수록 저렴
제조비 10분의 1 되기까지 '10년' 2020년엔 석탄 발전 단가와 비슷
'그리드 패리티' 지점 지나면 정부 지원 없이도 구매 늘어나
2024년, 120조원대 시장 전망
- 차세대 강자 '페로브스카이트 전지'
한국 연구진이 개발 주도해 에너지 효율 높고 만들기도 쉬워
가격도 실리콘 전지 3분의 1 수준.. 미래 먹거리로서 가치 충분
기업 주도 상용화 연구 시작돼야

올해 에너지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뉴스 중 하나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의 합병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엄청난 적자 기업인 솔라시티와 합병한 이유로 '무한한 에너지원(源)인 태양광'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

실제로 머스크는 솔라시티와의 합병 직후 남태평양의 작은 섬 '타우'에 필요한 전기를 모두 태양광으로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섬 주민 600명은 육지에서 디젤 연료를 가져오는 불편을 덜고, 태양광 발전 설비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만으로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태양전지의 경제적 효율은 15%

태양이 빛을 내는 한 태양광은 가장 매력적인 에너지원입니다. 저렴해진 태양전지에 빠르게 발달하는 주변 기술을 결합하면 머스크가 구상하는 타우 섬의 모습은 지구 전체로 확대될지 모릅니다.

실제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1·2세대에서 더욱 발전한 3세대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목전에 둔 태양전지는 우리 일상 속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태양전지는 태양광을 받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태양전지의 원리는 1839년 발견된 '광전효과(光電效果)'입니다. 반도체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튀어나와 양극(陽極)으로 이동하면서 전류가 생성되는데, 이런 광전효과를 전기 생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초기 태양전지는 셀레늄(Se)을 이용해 만들었는데 효율은 1~2%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여기서 효율은 전지가 받은 태양빛 중에서 어느 정도를 전기로 바꿀 수 있는지 나타내는 값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시에 있는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 본사. 건물 옥상과 외벽이 온통 태양전지 패널로 덮여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올해 솔라시티를 합병하면서 태양광으로만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솔라시티

효율이 높을수록 같은 면적의 태양전지에서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발전 단가도 낮아집니다. 이 때문에 태양전지 개발에서는 효율이 가장 중요한 기술력 기준입니다. 본격적인 태양전지 개발은 1954년 벨 연구소에서 실리콘(Si) 태양전지로 4% 효율을 기록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재료의 순도를 높이고 제조 공정이 발달하면서 현재는 25% 정도까지 효율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전기 생산에 사용하는 양산형 실리콘 태양전지 모듈의 효율은 15% 전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보다 효율을 더 높이면 제조 가격이 너무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처럼 특수한 곳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가격이 큰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40% 이상 고효율 태양전지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드 패리티' 지나면 태양전지 불티

화석연료는 수요가 증가할수록 채굴 경쟁이 벌어지고 가격이 올라갑니다.

반면 태양전지 같은 신재생 에너지는 기술 경쟁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현재 추세를 볼 때 2020년이면 태양광과 화석연료 중 가장 싼 석탄의 발전 단가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값이 같아지는 지점을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고 합니다. 현재의 태양광 발전은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그리드 패리티부터는 정부 지원 없이도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사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므로 태양전지 보급이 더 빨라집니다. 태양전지 가격은 실제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실리콘 태양전지의 모듈 가격은 1976년 약 70 달러에서 30년 뒤인 2006년 7달러로 낮아졌습니다. 여기서 10분의 1 수준인 0.7 달러까지 하락하는 데는 불과 10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제조 장비 가격이 낮아지고 효율이 개선되면 가격은 더 저렴해질 겁니다.

현재 태양전지 시장은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가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더 싼 재료로 큰 면적을 만들 수 있는 2세대 '박막(薄膜)형 반도체 태양전지'는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박막형 반도체 태양전지가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에 실리콘 태양전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2세대 태양전지는 일반적인 반도체 제조 공정과 비슷한 고가의 장비로 만듭니다. 그래서 2000년대 이후에는 화학 합성으로 쉽게 얻을 수 있는 소재와 단순한 공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3세대 태양전지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무기물(無機物)로 이뤄진 기존 태양전지는 딱딱하고 불투명하며 무겁습니다. 하지만 유기물이나 유·무기 하이브리드 화학소재로 태양전지를 만들면 유연하고 반투명하고 가벼운 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태양전지를 건물 창문에 붙이거나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 건축물 외벽 자재로도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층 건물에서 쓰이는 전력을 현장에서 바로 공급할 수 있는 '제로(0) 에너지 빌딩'이 가능해집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드론의 자립형 전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주도한 차세대 강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3세대 태양전지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효율·가격·내구성을 만족해야 합니다. 불행히도 지금까지 3세대 태양전지인 유기·양자점·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효율 측면에서 기존 태양전지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등장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다릅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부도체·반도체·도체의 성질을 모두 가지는 특별한 금속 산화물입니다. 화학 합성으로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현재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은 실험실에서 최대 22% 수준입니다. 이 기술의 발전에는 한국 연구자들의 공이 컸습니다. 22.1% 세계 최고 효율도 한국 연구진의 기록입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저렴한 원료로 쉽게 합성되는 재료를 사용하므로 원재료 수급 우려가 없습니다. 고온 가공 공정이 아닌 인쇄 공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실리콘 태양전지의 3분의 1 가격이면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럭스(Lux)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 시점을 2020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기업 주도로 패널크기를 대형화하고 양산 체제를 갖춰야 합니다.

현재 영국·호주·미국·중국 등에서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이 생겨나 관련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뛰어난 기술력에 비해 기업 주도 상용화가 미진합니다. 프런티어에너지 솔루션 같은 스타트업 회사가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s) 시장 예측에 따르면 태양전지 시장은 매년 평균 12%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 이르면 1000억달러(약 12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 될 전망입니다. 2016년에도 이미 원자력 발전소 70기에 해당하는 70기가와트(GW) 규모 태양전지가 설치됐습니다. 한국이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는 페로브스카이트를 비롯한 새로운 태양전지들이 새로운 산업을 형성하면서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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