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알파고, 한중일 톱기사 모두 꺾을 수 있어"

2016. 12. 26.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딥젠고' 개발팀 가토 히데키 대표
[동아일보]
일본 바둑 AI ‘딥젠고’ 개발팀의 가토 히데키 대표는 23일 “딥젠고가 한중일 톱 기사를 모두 꺾을 가능성이있다”고 말했다. 딥젠고는 내년 3월 한중일 대표 기사와 대국을 가질 예정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바둑챔피언십에서 한중일 최고 기사를 모두 꺾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바둑 인공지능(AI) 딥젠고(DeepZenGo) 개발팀의 가토 히데키(加藤英樹·63) 대표는 23일 도쿄(東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딥젠고가) 지난달 조치훈 9단과의 대결에서 1승 2패로 졌지만 대등한 승부를 벌였고 당시 발견한 약점을 보완하면서 급격히 실력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딥젠고는 현재 일본 기원이 제공한 기보(棋譜)를 학습하고 프로기사들과 대국을 거듭하면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가토 대표는 “알파고가 3000만 국면 이상을 학습했다고 하는데 딥젠고도 비슷하다. 이는 인간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것”이라며 “올 3월 개발을 시작했을 때 딥젠고 실력은 알파고의 3∼4%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0∼30%로 3개월 후엔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당시의 알파고 이상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바둑 실력을 수치화한 국제바둑랭킹인 ‘ELO 레이팅’에서 중국의 커제(柯潔), 한국의 박정환, 일본의 이야마 유타(井山裕太) 등 세계 톱기사들은 현재 3500∼3600점대다. 가토 대표는 “딥젠고의 실력은 현재 3200점 안팎이며 내년 3월에는 3600점 이상이 돼 한중일 최고 기사를 능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가토 대표는 ‘천재 프로그래머’로 불리는 오지마 요지(尾島陽兒) 씨와 손잡고 집에서 바둑 소프트웨어 ‘젠’을 만들어 최근까지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를 석권한 주역이다. 그는 “2009년 이후 여러 차례 우승했지만 최근 실력이 정체 상태여서 고민이었다. 그런데 1월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알파고 논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딥러닝(Deep Learning·강화학습) 방식을 적용해 프로기사에게 뒤지던 바둑 AI의 실력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가토 대표는 “구글의 자금과 인력으로 대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투입했는데 개인이 이를 따라가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때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드왕고의 가와카미 노부오(川上量生) 회장이 ‘올 저팬(All Japan) 체제로 알파고에 맞서자’고 제안했다. 가토 대표는 “드왕고는 프로그램 개량에 필요한 시설과 인력을 지원하고 도쿄대 연구팀은 학술적 부분을, 일본 기원은 기보 제공 및 대국 주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바둑 AI의 등장으로 바둑이 쇠퇴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가토 대표는 “AI 등장 전부터 바둑 인구는 줄고 있었다. 한 번 두려면 1시간 이상 걸리는 데다 입문 후 재미를 느낄 때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즐길 수 있게 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인간과 AI의 대결은 일종의 이종격투기”라며 “바둑 AI는 초반은 강하지만 전체적으로 인간을 능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프로기사들이 AI를 활용하면 또 다른 바둑의 세계를 발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기사들에게는 “앞으로는 승부를 떠나 팬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딥젠고는 한중일 대표와 겨루기 직전 세계 컴퓨터 바둑대회에서 딥러닝을 활용한 중국 바둑 AI 2개와 대결한다. 가토 대표는 “인터넷 바둑에서 중국 AI가 세계 정상급 프로기사들을 연파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내년에 알파고는 나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나오더라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바둑 AI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가토 대표는 후지쓰연구소 등에서 40년 동안 AI를 연구한 전문가다. 대학 때 배운 바둑 실력은 초단 수준이라고 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어제 못본 TV 명장면이 궁금하다면 'VODA'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