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혁신의 현장] 8600만명 취향 저격..방송국 뺨치는 넷플릭스
영화·드라마·리얼리티쇼·다큐 등
연 50억 달러 투자, 방송 제작 큰손
시청습관 등 추천 알고리즘에 반영
스토리텔링·기술력 혁신 잇따라
최근 수년간 넷플릭스에 붙은 수식어는 ‘월정액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였다.
“결정적 순간을 잡기 위해…실험 또 실험”
이를 넷플릭스 내부에서는 ‘결정적 순간(Moment of Truth)’을 위한 경쟁으로 부른다. 토드 옐린 제품 혁신담당 부사장은 “넷플릭스에선 ‘결정적 순간을 노려라(we look to win the moment of truth)’는 말이 있다”며 “퇴근후 TV를 켜거나 게임·페이스북·유튜브를 하거나, 잡지를 펴는 바로 그 순간 넷플릭스를 보게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토드 옐린 부사장은 “사용자가 ‘넷플릭스, 프랭크 언더우드(넷플릭스 독점 시리즈 ‘하우스오브카드’의 남자 주인공)가 개를 죽이는 장면 나오는 에피소드 좀 보여줘’라고 말하면 바로 해당 장면을 볼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삼성·LG 같은 제조사들, 구글·애플·MS 같은 파트너들과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글이 올해 출시한 음성비서 스피커 ‘구글홈’은 지난 15일부터 넷플릭스와 연동됐다.
넷플릭스 임원들은 끊임없는 실험이 넷플릭스의 혁신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실험실에는 스마트폰이나 VR(가상현실) 기기, 콘솔 게임기와 넷플릭스가 인증한 수많은 스마트TV들이 즐비했다. 크리스 제프 UI 혁신 부사장은 “우린 뭔가를 혁신하고자 할 때 아주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며 “모든 가설을 테스트에 부쳐 보고, 오래 공들인 테스트이더라도 결과가 안 좋으면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다시 찾는 식”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보통 수천명 규모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A/B테스트를 통해 특정 아이디어를 검증한다. 개개인의 취향과 시청 습관, 사용 기기 등 각종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최적의 콘텐트를 추천하는 ‘넷플릭스 알고리즘’은 테스트를 통해 꾸준히 진화하고 있었다. 토드 옐린 부사장은 자신의 넷플릭스 홈 화면을 보여주며 “어제 밤에 본 콘텐트와 1년 전이나 3년 전에 본 콘텐트, 시작 후 10분 만에 중단하는 콘텐트, 시리즈 중 시청을 중단한 에피소드(회) 등 8600만명의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비중도 모두 테스트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몰입을 더하는 디자인, 스토리텔링의 혁신
이에 대해 크리스 제프 UI 혁신 부사장은 “개인 취향에 맞춰 추천한 작품의 포스터를 주르륵 배열한 ‘자판기 디자인’과 달리,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영상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라며 “지난 50년간 사람들의 TV 시청 경험과 더 가까이 다가갈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빠르게 새 동영상을 재생하는 기술이 디자인 혁신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엔 ‘시청한 시리즈와 비슷한 주제의 영화를 찾아보는’ 트렌드도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를 ‘빈지 페어링(Binge Pairing·몰아서 같이 보기)’으로 분석했다. SF 시리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를 본 후 영화 ‘스타트렉’을 보고, 며칠 후 다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는 식이다.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8600만 중 약 3000만명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내년엔 60억 달러(약 7조2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그리고 또 로컬 서비스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은 ‘오렌지 이즈 뉴 블랙’(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이나 ‘옥자’(봉준호 감독 제작) 같은 영화는 없지 않느냐”며 “넷플릭스만의 특별한 콘텐트가 무기”라고 강조했다.
로스 가토스(미국)=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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