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혁신의 현장] 8600만명 취향 저격..방송국 뺨치는 넷플릭스

박수련 2016. 12. 2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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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서 진화
영화·드라마·리얼리티쇼·다큐 등
연 50억 달러 투자, 방송 제작 큰손
시청습관 등 추천 알고리즘에 반영
스토리텔링·기술력 혁신 잇따라

최근 수년간 넷플릭스에 붙은 수식어는 ‘월정액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넷플릭스를 이 틀 안에 가둘 수 없게 됐다. 이달 1일부터 넷플릭스는 동영상을 사용자의 스마트폰 기기에 저장(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인터넷 없는 넷플릭스’가 가능해졌다.
미국 넷플릭스 본사 실험실에서 만난 크리스 제프 UI(사용자 인터페이스) 혁신 부사장은 “1500종이 넘는 기기 로 사용자의 ‘넷플릭스 몰입도’를 높일 방법을 꾸준히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사진들은 넷플릭스 본사 벽면을 장식한 인기 시리즈. [로스 가토스=박수련 기자]
게다가 넷플릭스는 요즘 ‘엔터테인먼트 방송 제작업계 큰 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트)은 올해를 기점으로 영화, 드라마는 물론 리얼리티쇼와 다큐멘터리 등 웬만한 방송국을 망라하는 규모로 커졌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콘텐트 제작 투자 규모(올해 50억 달러·약 6조250억원)는 미국 방송업계에서 스포츠방송 ESPN(73억 달러)의 뒤를 잇는 2위다. 남미·일본·유럽·인도 등 지역별 특화 콘텐트도 늘리고 있다. ‘변신의 귀재’ 넷플릭스 본사인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 가토스에서 주요 임원들을 만나 넷플릭스 혁신의 비밀을 들여다봤다. 넷플릭스 독점 콘텐트 제작은 주로 LA에서 이뤄지지만, 로스 가토스 본사는 넷플릭스가 경쟁력 핵심으로 꼽는 정교한 소비자 분석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결정적 순간을 잡기 위해…실험 또 실험”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지난 6월말 방한 때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다른 모든 엔터테인먼트”라며 “사람들이 놀고 쉴 때 즐기는 모든 것들과 경쟁한다”고 말했다.

이를 넷플릭스 내부에서는 ‘결정적 순간(Moment of Truth)’을 위한 경쟁으로 부른다. 토드 옐린 제품 혁신담당 부사장은 “넷플릭스에선 ‘결정적 순간을 노려라(we look to win the moment of truth)’는 말이 있다”며 “퇴근후 TV를 켜거나 게임·페이스북·유튜브를 하거나, 잡지를 펴는 바로 그 순간 넷플릭스를 보게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토드 옐린 부사장은 “사용자가 ‘넷플릭스, 프랭크 언더우드(넷플릭스 독점 시리즈 ‘하우스오브카드’의 남자 주인공)가 개를 죽이는 장면 나오는 에피소드 좀 보여줘’라고 말하면 바로 해당 장면을 볼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삼성·LG 같은 제조사들, 구글·애플·MS 같은 파트너들과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구글이 올해 출시한 음성비서 스피커 ‘구글홈’은 지난 15일부터 넷플릭스와 연동됐다.

넷플릭스 임원들은 끊임없는 실험이 넷플릭스의 혁신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사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실험실에는 스마트폰이나 VR(가상현실) 기기, 콘솔 게임기와 넷플릭스가 인증한 수많은 스마트TV들이 즐비했다. 크리스 제프 UI 혁신 부사장은 “우린 뭔가를 혁신하고자 할 때 아주 구체적으로 접근한다”며 “모든 가설을 테스트에 부쳐 보고, 오래 공들인 테스트이더라도 결과가 안 좋으면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다시 찾는 식”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보통 수천명 규모로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A/B테스트를 통해 특정 아이디어를 검증한다. 개개인의 취향과 시청 습관, 사용 기기 등 각종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최적의 콘텐트를 추천하는 ‘넷플릭스 알고리즘’은 테스트를 통해 꾸준히 진화하고 있었다. 토드 옐린 부사장은 자신의 넷플릭스 홈 화면을 보여주며 “어제 밤에 본 콘텐트와 1년 전이나 3년 전에 본 콘텐트, 시작 후 10분 만에 중단하는 콘텐트, 시리즈 중 시청을 중단한 에피소드(회) 등 8600만명의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반영하는 비중도 모두 테스트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몰입을 더하는 디자인, 스토리텔링의 혁신
삼성 기어VR에서 보여지는 가상의 넷플릭스 영화관.
넷플릭스는 지난 11월 미국 등에서 ‘동영상 미리보기’ 디자인을 홈 화면에 적용했다(국내엔 미적용). 특정 시리즈의 제목을 클릭하기 전 포커싱(마우스 화살표 올려두기)만 해도 주요 내용을 요약한 짧은 동영상이 재생된다. TV 리모컨으로 채널을 바꾸면 바로 새 영상이 흘러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

이에 대해 크리스 제프 UI 혁신 부사장은 “개인 취향에 맞춰 추천한 작품의 포스터를 주르륵 배열한 ‘자판기 디자인’과 달리, 사용자의 몰입도를 높이는 동영상을 강조하는 디자인”이라며 “지난 50년간 사람들의 TV 시청 경험과 더 가까이 다가갈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빠르게 새 동영상을 재생하는 기술이 디자인 혁신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등장 이후, 콘텐트의 스토리텔링(이야기 전개) 방식은 물론 콘텐트 소비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넷플릭스는 1년 이상 공들여 제작한 오리지널의 전편(보통 10시간 이상 분량)을 하루에 다 공개한다. 방영 주기에 따라 지난 내용을 요약하고 주요 인물을 주기적으로 등장시키는 기존 방송 드라마와 달리 넷플릭스 오리지널에선 파격적인 스토리 전개가 가능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 가토스에 위치한 본사.
시청자들도 넷플릭스엔 다르게 반응했다. 열서너 시간 분량의 시리즈를 한꺼번에 보는 ‘몰아보기’(Binge watching)로 응답한 것이다. 토드 옐린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기존 TV처럼 제한된 시간대를 두고 시청률 경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창의적인 스토리가 가능하다”며 “360도 방향에서 스토리를 전개해야 하는 VR 스토리텔링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시청한 시리즈와 비슷한 주제의 영화를 찾아보는’ 트렌드도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를 ‘빈지 페어링(Binge Pairing·몰아서 같이 보기)’으로 분석했다. SF 시리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를 본 후 영화 ‘스타트렉’을 보고, 며칠 후 다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하는 식이다.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 8600만 중 약 3000만명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에 내년엔 60억 달러(약 7조23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아마존 프라임, 유튜브 그리고 또 로컬 서비스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은 ‘오렌지 이즈 뉴 블랙’(넷플릭스 인기 오리지널)이나 ‘옥자’(봉준호 감독 제작) 같은 영화는 없지 않느냐”며 “넷플릭스만의 특별한 콘텐트가 무기”라고 강조했다.

로스 가토스(미국)=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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