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정국]'낡은 헌법' 바꾸자며 나온 개헌론..정략적 계산에 '궤도 이탈'

정환보·김지환 기자 2016. 12. 2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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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근본적 차단 필요성엔 공감
ㆍ문재인 “대선 이후” 확고…손학규·김부겸은 “즉시”
ㆍ새누리·국민의당·보수신당에 비문계도 ‘연대’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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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정국이 ‘개헌’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개헌을 주장하는 대선주자들에 이어 국민의당이 지난 23일 ‘즉각 추진’ 당론을 채택했고, 여야가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다음달부터 가동키로 하면서 개헌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헌론은 근본적으로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이 제왕적 대통령을 막지 못했다는 반성과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할 새 헌법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개헌 추진 시기와 권력구조에 대한 논쟁에 치우친 정치공학적 계산만 난무하고 있다.

■ 개헌론, 왜 분출하나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을 근본적 방법, 즉 개헌에 대한 요구는 줄곧 있어왔다. 하지만 급선무였던 박 대통령 탄핵·퇴진 문제에 시민들의 요구가 집중되면서 개헌 논의는 잠복한 상태였다.

이후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일단락되자 근본적 사회개혁 요구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분권형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등과 같은,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요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직접 민주제 요소를 강화하고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자는 정치 개혁, 검찰 개혁 등 행정제도 개편, 지방분권의 제도화, 재벌 집중 경제구조 혁파를 위한 경제민주화 등 사회 전 분야에서 개혁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기존 헌법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을 개혁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헌집을 허물고 새집을 지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개헌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 서로 “정략적”…헛도는 개헌론

개헌 필요성에는 정치권에서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갑론을박 중인 개헌 논의는 ‘대선 전이냐, 이후냐’는 시기 문제에 집중돼 있다. ‘즉시 추진하자’는 쪽과 ‘대선 공약에 포함시켜 차기 정부에서 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서로를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면서 비난하는 형국이다.

‘대선 이후 개헌’ 입장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3일 “저는 누구보다 일찍부터 개헌 필요성을 말해온 사람”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개헌을 말하고 싶은 분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나 목적 때문에 개헌을 말하면서 저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즉시 개헌’ 입장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제2의 박근혜가 나와도 좋다, 나만 대통령이 되면 된다는 말”이라며 문 전 대표를 겨냥해 “호헌 세력의 진면목”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대선 이후’ 입장이었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 실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 개헌안을 마련하자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개헌을 합종연횡의 고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조기대선을 앞둔 정국에서 세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 차원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 경쟁에 들어간 새누리당,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은 물론 개헌파인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와 민주당 내 비문재인계도 여차하면 ‘개헌연대’에 합류할 조짐이다. 총체적 개혁 요구를 담아내기 위한 개헌 논의가 아니라 정치적 셈법이 우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5일 페이스북에 “내년 봄 개헌하자는 순간, 재벌·검찰·언론 개혁은 물 건너가고 ‘친박당’의 발언권이 유지·보장될 것”이라며 “현 시기는 ‘개헌’이 아니라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합의가 어려운 권력구조 논의보다는 국회 개헌특위를 통해 지방분권 등 합의 가능한 사안부터 정리해 나가라는 주문도 나온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개헌 방향은 권력구조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방분권화를 과감하게 이루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보·김지환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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