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규제 日만큼만 유연해도 韓4차산업 경쟁력 8계단 '점프'

신현규,임성현,김대기,원호섭,박은진,김연주 2016. 12. 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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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성공의 조건 1부 ④ ◆

'법·제도 유연성 62위, 노동시장 유연성 83위.'

한국 4차 산업혁명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 순위들이다.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스위스 금융회사인 UBS가 발표한 각국 4차 산업혁명 적응력 순위에서 한국은 종합 25위를 차지했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우리나라 위상과는 맞지 않는 부끄러운 순위였다.

매일경제가 UBS의 계산 방식을 분석해 본 결과 그 배경에는 법·제도,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낮게 평가된 원인이 있었다. UBS는 교육 시스템, 기술수준, 사회간접자본, 노동시장 유연성, 법·제도 유연성 등 5가지 항목을 두고 각국 순위를 매긴 다음 이 순위를 평균한 숫자로 랭킹을 매겼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교육 시스템(19위), 사회간접자본(20위), 기술수준(23위) 등은 양호했지만 법·제도 유연성(62위), 노동시장 유연성(83위)에서 참혹한 결과가 나왔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교육, 인프라스트럭처, 법률체제 등이 유연한 국가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변화의 속도와 강도가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국의 제도적·사회적 유연성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순 두산그룹 부회장은 "독일 인더스트리 4.0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 위에 유연한 사회적 대응이 있었기에 성공했다"며 "하지만 한국에는 강력한 노조, 공부 안 하는 경영자, 외국 사례 베끼기에 바쁜 정책 입안자가 있다"고 비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자세 대신 변화를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와 근본적으로 이에 대처할 실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이 노동시장과 법·규제 유연성을 일본 수준만큼이라도 끌어올리면 4차 산업혁명 적응력 순위는 17위로 8계단 껑충 뛴다.

하지만 변화에 실력으로 대처하기보다 정치적 '밥그릇 지키기'에 의존하는 사회집단이 아직 많은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그 하나의 증거로 늘어나는 규제가 있다. 한국의 기업 규제는 2009년 1만2878건에서 2013년 1만5269건으로 4년 사이 2400여 건 불어났다. 규제의 숫자를 투명하게 드러내겠다던 정부는 2014년 이후 그 숫자를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과거 계산법대로 산정해 본다면 규제는 훨씬 많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는 종종 특정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이 구글 지도 국외 반출을 제한한 것도 네이버와 한국 지도산업 종사자들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가 활용된 사례였다.

민원기 미래창조과학부 기획조정실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규제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며 "네거티브 규제 이상으로 규제를 풀거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한 사례로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 제도가 꼽힌다. '샌드박스'는 화약이나 총탄을 마음껏 터트려 볼 수 있는 공간을 상징하는데, 신제품 등을 개발했을 때 규제 없이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가령 A은행과 B은행이 각자의 고객 정보를 교환하면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추진할 경우 샌드박스 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노동시장 경직성도 한국 사회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가 부족하다는 증거 중 하나로 꼽힌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직업전환율이 그 어느 시대보다 높게 나타날 것"이라며 "최근 만난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201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가 노동을 보호해야지, 기득권을 가진 노동자를 보호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고 했다. 이원우 서울대 공익법센터 소장도 "법은 경쟁을 보호해야지, 경쟁자를 보호해서는 안 된다"며 "시장경쟁 촉진과 이를 통한 소비자 효용 극대화가 정책의 중요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 신현규 차장(팀장) / 임성현 기자 / 김대기 기자 / 원호섭 기자 / 박은진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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