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6년 10대 뉴스(종합)

윤종성 2016. 12. 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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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어느 해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있다. 리우 올림픽을 보며 다 같이 환호했던 것도 잠시. 2016년은 온갖 특혜와 비리로 얼룩진 권력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최악의 내홍을 겪은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성난 민심(民心)은 수백만개의 촛불을 밝히며 거리로 뛰쳐나왔고, 이는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졌다. 조기 대선이 예고된 정유년(丁酉年)은 병신년의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 해를 ‘10대 뉴스’로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朴 탄핵 부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비선 실세’ 최순실. 그의 이름은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박관천 전 경정이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라고 밝히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한동안 잊혀졌던 그 이름은 지난 9월20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보도로 재등장하고, 한달 뒤 대통령 연설문 등 청와대 비밀자료가 그에게 유출됐다는 보도가 뒤따르면서 공분의 대상이 됐다.

박 대통령은 세 차례에 걸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일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최 씨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이후 검찰은 최 씨는 물론 국정농단을 도운 혐의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구속하고 이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동정범으로 적시했다.

급기야 박 대통령은 지난 11월 29일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지만,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지난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에는 전국적으로 232만명(주최 추산)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규모다. 결국 국회는 지난 9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당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가세한 가운데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지난달 여야 합의로 출범한 박영수 특검호(號)의 ‘최순실 게이트’ 파헤치기는 새해까지 이어진다.

◇김영란법, ‘더치페이 시대’ 열다

국정농단 파문이 일기 전 최대 이슈는 지난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었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2015년 3월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약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다.

당초 법안은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적용 대상은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160만 명), 교직원(70만 명), 언론사 임직원(20만 명) 등 25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의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약 400만 명.

법 적용 대상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대한변호사협회와 기자협회 등은 지난 7월 28일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법 시행 석달이 돼가는 지금도 법 해석을 놓고 혼란이 적지 않다. 법시행 후 한 여성은 자신의 고소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떡을 보내 김영란법 위반 1호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이나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흔들리는 한반도’..지진 공포에 떨다

경북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웠다. 9월 12일 오후 8시 33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보다 앞선 오후 7시 44분 경주 남남서쪽 8.2㎞ 지점에서 5.1 규모 전진이 발생했다.

규모 5.8의 지진은 지난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규모다. 수도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진을 감지했을 정도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3명이 다쳤고 경주, 울산, 포항 등에서 5120건의 재산 피해가 났다. 지진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에 있는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 가동을 중지했다가 3개월 만에 재가동했다.

경주에선 9월 지진 후 지금까지 지속적인 여진이 발생하고 있다. 규모 1.5~3.0의 여진이 529회로 가장 많았고, 규모 4.0~5.0의 여진도 2회나 됐다. 한반도의 지진 환경이 변화하면서 작은 지진이 더 자주 발생하고, 큰 지진이 발생하는 주기도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세돌의 값진 1승..“AI 주인은 인간”

지난 3월 서울에서 인공지능 알파고(Alpha Go)와 천재바둑기사 이세돌의 바둑대결이 열렸다. 인공지능(AI)과 인간 최고 기사의 대결이란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세기의 대국’이었다. 구글의 인공지능 전문 자회사 딥마인드는 ‘알파고’라는 바둑 인공지능을 개발해 인간 최고수로 인정받는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아,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절대 잘 둘 수 없다고 여겨진 영역이었다. 이 때문에 대국 전만 해도 이세돌 9단이 완승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예상을 뒤엎고 인류 대표로 나선 이세돌을 상대로 4승 1패를 거뒀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순간이었다.

대국 후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1∼3국을 내리 패했던 이세돌이 제4국에서 1승을 따내는 모습에서 인간의 위대함을 확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세기의 대국은 인류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美-中에 낀 한국..골칫거리 ‘사드’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한반도가 들끓었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마다 반대 집회가 열리더니, 경북 성주군 성산리가 배치 지역으로 낙점되자 성주군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한·미 군 당국은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롯데골프장으로 부지를 변경해야 했다.

사드 배치는 외교 문제로까지 번졌다. 사드가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판단하는 중국이 잇따라 보복성 조치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 후 한국행 단체여행객을 축소하고, 한류 콘텐츠 방영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중국내 한류(韓流)의 열기도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의 중국 사업장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나섰다.

사드 배치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방부는 내년 5월말까지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이지만, 야권의 반대로 절차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보복 조치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의 압박도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 이후 사드 배치의 전면 재검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헛심 쓴 가덕도·밀양..‘지역이기주의 종언’

사드 배치 선정을 두고는 여러 후보지들이 서로 ‘네 것’이라고 결사 항전했다면,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두고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이 서로 ‘내 것’이라며 티격태격 다퉜다. 신공항 건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워 본격 추진했다. 하지만 유력 후보지였던 가덕도와 밀양의 갈등이 불거지자, 이 전 대통령은 사과하며 ‘백지화’를 발표했다.

꺼진듯 했던 신공항 불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되살아났다. 이후 신공항 건설 추진안이 다시 발표되면서 지역 간 세 대결도 재연됐다. 부산시민 2만여 명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와 건설을 촉구하는 총궐기 대회를 하는가 하면, 시민단체 회원 등 5명은 삭발을 하기도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신공항 후보지 선정 작업은 5년 전과 똑같이 “김해공항 확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내 ‘해프닝’으로 끝났다.

새 부지에 공항을 짓는 계획이 또 한 번 백지화된 것이다.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 방안을 위한 공항개발기본계획을 내년 중 수립할 방침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와 신공항 부지 등 두 사건을 통해 보여진 갈등과 분열은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yard),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로 대변되는 극도의 지역 이기주의라는 평가를 받았다.

◇브렉시트..英 43년 만에 EU와 ‘결별’

지난 6월23일 전 세계는 영국을 주목했다. 이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두고 사상 첫 국민투표 결과가 실시됐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는 의외였다. 반대 진영이 우세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찬성이 51.9%로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가 결정된 것. 이로써 영국은 지난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만에 EU와 결별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gk자 세계 증시는 ‘브렉쇼크(브렛시트+쇼크)’에 빠졌다. 24일 하루 동안만 시가총액이 47조원 가량 증발했다. 이는 지난 2011년 11월 10일 이후 최대치다. 국내에서도 코스피지수가 4% 넘게 빠지고, 코스닥지수는 7% 이상 급락해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하지만 충격파가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런 결과는 영국인들 사이에서 영국의 EU 재정분담금 부담이 큰 데 비해 혜택이 적은 데다, EU의 과도한 규제로 영국의 성장이 발목 잡혀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탓으로 분석된다. 투표 직후 ‘리그렉시트(regreixt:브렉시트를 후회한다)’란 신조어가 영국 국민들 사이에 퍼지면서 재투표 주장도 일었지만, 돌이키기에는 늦었다. 영국 정부는 내년 3월말까지 EU 탈퇴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12년 만에 닫힌 ‘南·北 경협 상징’

지난 2월 10일. 남북 경제 협력의 상징이자 유일한 남북관계의 끈이었던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단전, 단수와 함께 모든 인력을 철수시켜 지난 2004년 시범단지 준공 후 12년 만에 완전 폐쇄 절차를 밟은 것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는 등 극단적으로 도발하자,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으로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고도화에 악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은 6160억원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정부와 민간에서 진행된 총 투자금액도 1조 190억원 수준이다. 북한이 이 돈으로 무기를 개발해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개성공단이 가동 전면 중단에 들어간지 10개월이 지나면서 철수 기업 124개사의 피해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개성공단 폐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개성공단 관련 논란이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아웃사이더 美 대통령 등장에 전세계가 ‘덜덜’

미국 국민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를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야말로 대이변.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아웃사이더 대통령’, ‘부동산 재벌 대통령’을 배출했다. 기성 정치인이 아닌 ‘아웃사이더’가 대통령이 된 것은 240년 미국사에서 처음이다. 그는 내년 1월 20일 취임 시 만 70세로 미국 최고령 대통령이 되는 기록도 세운다.

예상을 깬 미국의 선택은 양극화에 따른 삶의 질 저하, 금권 기득권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표심(票心)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치 초보나 다름없는 트럼프에게 백인 저소득층의 지지가 몰린 것도 기성 워싱턴 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다.

전 세계는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는 트럼프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간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장한 것을 고려하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동맹의 재조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협상을 주장했기에 한반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일단은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할 수 있다’ 신드롬 남긴 리우올림픽

전 세계인의 축제로 불리는 올림픽. 올해는 4년 만에 돌아온 올림픽의 해였다. 지난 8월 6일부터 16일간 열린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역대 최다인 206개국에서 선수 1만1000여명이 참가했다. 우리나라는 24개 종목에 총 333명의 선수단을 파견, 국가별 메달순위 8위(금 9개, 은 3개, 동 9개)를 기록했다. ‘10(금메달 10개)-10(메달 순위 10위)’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톱10’ 안에 들어 자존심은 세웠다.

올림픽 스타도 배출됐다. 남자 에페의 박상영은 우리나라 사상 최초로 에페 종목 금메달을 따냈다. 박상영은 뒤지고 있던 마지막 경기에서 ‘할 수 있다’고 읊조리며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박인비는 1900년 파리 올림픽 이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1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어 골프 역사상 최초인 ‘골든 커리어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올림픽 열기는 생각만큼 높지 않았다. 지구 반대에 위치한 브라질에서 열리면서 주요 경기가 새벽에 열렸기 때문이다. 국제적 이벤트가 국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완전히 빗나갔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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