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시즌제를 적극 응원합니다

우동균 2016. 12. 2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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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2016 <무한도전> , 감동은 남았지만..

[오마이뉴스 글:우동균, 편집:김윤정]

벌써 방영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무한도전>(이하<무도>)은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한국 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 1위에 24개월 연속으로 랭크될 정도로 영향력도 높다. 그 순위에서 가끔 1위를 놓쳐도 <무도>는 언제나 상위권에 있었다. 그만큼 <무도>는 항상 트렌드를 이끄는 예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무도>의 뛰어난 아이디어들은 타 예능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10년 동안 그 자리에서 10%를 넘기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무도>에 시청자들은 경외심을 보낸다. 그만큼 <무도>의 팬덤은 강력하다.

<무도>는 의미와 가치를 지닌 방송으로 예능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도 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송된 '칭찬합시다' 역시 묵직한 감동을 안기는 기획이었다. 특별한 영웅이 아닌, 우리 주변의 영웅을 찾아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준 <무도>의 따듯함은 시청자들이 <무도>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무도>의 최근 동향이 '의미'나 '감동'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을 무작정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환경문제에서 역사에 이르기까지 <무도>는 '의미 있는' 기획을 선보이며 올해도 호평을 받았다. 물론 올해 선보였던 '우주여행 특집' 'LA 컨피덴셜' '북극곰의 눈물' '위대한 유산' 같은 기획들은 <무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독보적인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의미 있는 기획이 진행되는 동안 <무도>가 10년간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웃음'은 다소 부족했다.
 <무한도전>의 한 장면.
ⓒ MBC
<무도>의 본질은 예능이다. 초반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할 당시에는 실제로 '무모한' 미션에 몸 사리지 않고 무조건 부딪치며 웃음을 창출해 냈다. 지금의 <무도>는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러워졌지만, 독보적인 예능으로서의 지나친 책임감에 짓눌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무도>의 선봉장에 선 김태호 PD 역시 <무도>에 대한 고충을 토해냈다. 김태호 PD는 이번 달 13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 달의 점검 기간과 두 달의 준비 기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으며 크리스마스 소원을 빌었다. 이어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 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라는 말을 통해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한 "에라 모르겠다. 방송국 놈들아. 우리도 살자. 이러다 뭔 일 나겠다"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며 현재 상황이 심각한 상태에 달했음을 토로했다.

사실 언제나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던 김태호 PD의 입에서 불만이 섞인 목소리가 나온 것은 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김 PD는 2015년 11월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새로운 도전' 특별강연에서 "2008년부터 TV 플랫폼을 벗어나 영화, 인터넷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건의를 많이 했다. 하지만 문제는 <무한도전>의 시즌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아이템을 해결할 수 없더라"고 말했다. 또한 "사실 <무한도전>이 토요일 저녁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2009년까지 웬만한 건 다 했다"며 "그때부터 (TV) 플랫폼 밖으로의 도전이 필요했던 상황인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무한도전'이 시즌제가 되는 게 제일 좋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다"면서 시즌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무한도전>의 MC 유재석.
ⓒ MBC
또한 멤버들이 연달아 구설수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김태호 PD는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춘계 세미나에서 "출연자가 5명, 혹은 4.5명라고 할 만큼 버거운 형태"라면서 "우리 상황에서는 새 식구가 빨리 생기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양세형 등의 투입과 광희가 처음보다 자리를 잡아가면서 캐릭터의 부족 현상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해도 <무도>는 전성기 시절보다 멤버들의 캐릭터 구성이 여전히 풍성하다고 볼 수 없다. 캐릭터를 소비시키며 <무도>를 이끌어 온 멤버들 역시 재충전의 시기가 필요하다. 정형돈은 복귀한 이후에도 <무도> 출연을 고사할 만큼, <무도>라는 프로그램의 체력과 정신력 소모는 상당하다. 그러나 여전히 <무도>에 최고의 퀄리티를 기대하면서도 최고의 환경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상 <무도>는 지난 10년간 언제나 '위기'가 아니냐는 평가가 따라붙었고, 이에 "무도는 항상 위기"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등장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콘텐츠나 멤버 구성에 대한 어려움이 터져 나왔다면 그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킨 <무도>의 진정한 위기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MBC 측은 이런 <무도> 제작진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프로그램에 굳이 휴지기를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예능은 유독 박수칠 때 쉴 수 없는 장르다. 투자 대비 시청률이 잘 나오는 영역이기도 하고, 한번 시작하면 시청자들의 관심이 사라지기 전까지 쉴 수도 없다.

그러나 <무도>가 10년이 넘도록 쌓아 올린 것은 단순히 '뽕을 뽑아야 하는' 예능으로서의 역할이 아니다. <무도>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에 시청자들이 무한한 신뢰를 보내게 만들었다. 어떤 프로그램도 10년 동안 이런 커리어를 쌓은 역사는 없었다. 그 역사를 초라하게 끝내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무도>가 앞으로 10년을 더 이어나가려면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휴식과 시즌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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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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