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리니지..모바일 게임 판도 흔드는 'IP의 힘'

이효상 기자 2016. 12. 2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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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세계 최다판매 ‘전설의 게임’…‘포켓몬 고’보다 성장 빨라
ㆍ국내선 ‘리니지’도 출시 이후 뮤지컬·웹툰 등서 자주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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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애플 신제품 발표 현장. 연단에 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앱스토어에 없었던 것, 아니 없었던 사람이 한 명 있다”며 운을 뗐다. 이내 대형 스크린에는 ‘파란 멜빵바지에 콧수염을 기른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인 ‘슈퍼마리오’가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과 만난 순간이다.

‘슈퍼마리오’가 스마트폰으로 들어왔다. 닌텐도는 지난 16일 아이폰용으로 모바일 게임 ‘슈퍼마리오 런’을 출시했다. 출시와 동시에 주목을 받은 이 게임은 출시 4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전체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 출시 첫날 벌어들인 돈만 500만달러(약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돌풍은 계속되고 있다. 출시 후 4일 만인 20일에는 닌텐도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다운로드 4000만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 초 게임업계에 돌풍을 몰고 온 ‘포켓몬 고’보다 빠른 속도다. 출시 일주일 만인 23일에는 100여개 국가의 앱스토어 게임 애플리케이션(앱) 순위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돌풍은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슈퍼마리오’였기에 가능했다. 1985년 처음 게임으로 출시된 ‘슈퍼마리오’는 이후 250여개의 게임으로 변주된 전설의 게임이다. 기네스북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게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흥행은 모처럼 등장한 ‘슈퍼마리오’를 세계인들이 열정적으로 반겨준 셈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처럼 유명 캐릭터 등 지적재산권(IP)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사례들이 종종 발견된다.

올 초 돌풍을 일으킨 증강현실(AR) 기반 게임 ‘포켓몬 고’도 비슷한 성공 사례다. 1995년 게임으로 최초 출시된 후 만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포켓몬스터’에 기반을 둔 이 게임은 출시 첫날 9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한 해 동안 게임 관련 화제가 이어지면서 올해의 구글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인기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가 IP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1998년 게임으로 출시된 리니지는 이후 뮤지컬, 웹툰, 웹소설 등에서 자주 사용됐다. 최근에는 넷마블이 엔씨소프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했다. 이 게임은 23일 기준으로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 모두에서 국내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출시 당일에만 다운로드 수가 200만건을 돌파하면서 하루 동안 7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출시한 ‘리니지 레드나이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게임은 구글플레이 전체 앱 매출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게임의 성공에는 리니지 IP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게임 역사에서 ‘마리오’나 ‘마블 히어로’, ‘포켓몬’처럼 흥행력을 가진 ‘슈퍼 IP’는 없었는데, 두 게임이 성공하는 걸 보니 ‘리니지’가 슈퍼 IP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또 다른 모바일 게임 ‘리니지M’도 준비 중이다. 이 게임은 원작인 PC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모바일 환경으로 옮긴 게임으로, 과거 이용자들의 향수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명 IP가 흥행보증 수표로 떠오르면서 관련 게임들의 개발도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넥슨은 ‘레고’를 이용해 모바일 게임 ‘레고 퀘스트&콜렉트’를 개발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로비오사와 계약을 맺고 ‘앵그리버드’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회사 넵튠 역시 ‘짱구는 못 말려’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유명 IP가 언제나 게임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슈퍼마리오 런’의 흥행에도 닌텐도의 주가는 10%가량 떨어졌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게임 내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원작을 해본 사람들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와 함께 앱의 별점도 2점대로 낮아졌다. ‘포켓몬 고’ 역시 추가로 즐길 만한 콘텐츠 업데이트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시 초기의 인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명 IP를 쓰면 초반에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게임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이용자 반응을 취합해서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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