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시장 불황속 대여·수선 수요는 '날개'

전지현 2016. 12. 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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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틀 판매 140% 급증

40대 주부 김지현 씨는 빠듯한 가계부 탓에 새 겨울옷 장만을 포기했다. 대신 10여년 동안 장롱 깊숙이 보관해온 캐시미어 롱코트를 수선해 입고 있다. 다행히 요즘 다시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코트가 유행해 전혀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불황에 소비자들이 의류 구입비를 줄이는 대신에 오래된 옷 수선과 렌털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유명 여성복 브랜드 A사는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10% 줄어든 반면에 고객의 수선 요청 건수는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기 여성복 브랜드 ‘보브’와 ‘지컷’, ‘타임’, ‘마인’의 올해 수선건수도 지난해보다 각각 5%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오래된 물건에 디자인을 입혀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소비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직접 옷을 고쳐 입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은 올해 의류 수선용 미니 재봉틀 판매액(1월 1일~12월 18일)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1% 급증했다고 밝혔다. 미니 재봉틀은 바느질이 서툰 사람도 간단한 작동법만 익히면 쉽게 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바늘과 실, 옷감 접착용 테이프 등 의류 수선용품 매출도 지난해보다 60% 증가했다. 최근 의류 수선용품으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옷감 접착용 테이프. 다리미만 있으면 재단이나 박음질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길이로 수선할 수 있고 구멍 난 부분도 메울 수 있다.

옷을 빌려 입는 패션 렌털 사업도 성업중이다. 지난 9월 론칭한 SK플래닛 패션 렌털 서비스 ‘프로젝트 앤’ 가입자수는 3만명을 넘겼으며, 월 이용권 구매고객수가 4000명을 돌파했다. ‘손 안의 옷장’을 표방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유명 브랜드 옷을 빌려 입을 수 있어 20·30대 여성들의 호응이 크다. 1벌씩 4회 이용할 때 월 이용료는 8만 원, 2벌씩 4회 이용할 때는 월 13만 원을 결제하면 된다.

SK플래닛은 패션을 옷장에 담아두는 소유의 개념이 아닌 즐길 수 있는 대상으로 접근했다. 마치 음악이나 영화 등을 다운받지 않고 모바일 스트리밍 방식으로 감상하는 것처럼 언제든지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골라서 입고 새로운 옷과 교환할 수 있다. 회사측은 해외 명품 브랜드와 국내 유명 브랜드, 신진디자이너 브랜드 100여 곳의 최신 여성 의류 상품 1만2000여 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도 지난 7월부터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프리미엄 패션 렌털 매장인 ‘살롱 드 샬롯’을 운영중이다. 드레스, 정장, 주얼리, 핸드백 등 결혼식이나 돌잔치, 연회용으로 자주 입지 않는데다가 가격대가 높은 상품을 빌려준다. 이용 가격은 2박3일 기준으로 여성 드레스 및 남성 정장이 각각 30만원대, 아동 드레스 및 잡화 상품은 10만원대다.

이애나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chief buyer)는 “SNS에 입소문이 나서 고객이 늘고 있다”며 “하루에 많게는 50여명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 것이 아니라도 내 것처럼 쓸 수 있다’는 유목민적 소유 방식과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패션 렌털 사업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원투웨어나 코렌탈, 열린옷장 등 스타트업 기업이 활발하게 렌탈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외서도 패션 렌털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패션 렌털 브랜드 ‘렌트더런웨이’는 회사 설립 7년만인 지난해 매출 8000억원을 올렸으며 일본 ‘에어클로짓’은 2014년 말에 오픈한 이후, 1년만에 가입 회원 수가 7만명을 돌파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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