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와 '안투라지' 사이..사전제작 드라마의 명암

2016. 12.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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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전제작은 거의 없어..쫓기듯 제작"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지난 1년여 한국 드라마계의 화두였던 사전제작이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하고 절벽을 만났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너도나도 뛰어들었던 사전제작 드라마가 잇따라 흥행하지 못한 데다, 사전제작의 목적이었던 중국시장이 갑자기 닫혀버렸기 때문이다.

방송가는 달라진 중국시장 정세와 사전제작 드라마의 장단점을 검토하며 드라마 제작의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 '태양의 후예'만 빛났네

KBS 2TV '태양의 후예'는 한국과 중국을 뒤흔들며 지난 4월14일 38.8%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반면 tvN '안투라지'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혹평에 시달리다 지난 24일 1%에도 못 미치는 0.8%의 시청률로 초라하게 퇴장했다. 둘 다 사전제작을 통해 완성된 드라마인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런데 '안투라지'만이 아니다. 올해 선보인 사전제작 드라마 중 성공작은 '태양의 후예' 단 한편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작품은 모두 저조한 시청률, 엉성한 만듦새에 대한 혹평에 시달렸고 심지어 방송이 수차례 미뤄지면서 '신선도'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KBS 2TV '함부로 애틋하게'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 속에 8.4%로, SBS TV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빼어난 영상미에도 미스 캐스팅 논란 속 11.3%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tvN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는 여주인공인 박소담의 지상파 드라마 출연 문제로 편성이 몇차례 밀리다가 지난 10월 시청률 3.4%로 막을 내렸고, 드라맥스 '1%의 어떤 것'은 1.3%로 종영했다.

심지어 한류스타 이영애의 복귀작인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는 '사드 정국' 아래에서 중국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결국 방송이 내년으로 넘겨지고 말았다.

현재 진행형인 작품도 있다.

지난 19일 출발한 KBS 2TV '화랑'이 1회 6.9%, 2회 7.2%를 기록했고, 지난 9일 시작한 KBS 2TV 시트콤 '마음의 소리'는 1회 5.7%, 2회 3.4%, 3회 4.2%를 기록 중이다.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두 작품 모두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 중국에 의한 사전제작…"진정한 사전제작 아니다"

사전제작 드라마란 방송 전 모든 제작 공정이 끝난 드라마를 말한다.

한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생방송 촬영'은 대본을 써나가면서 촬영을 하고 방송 시간에 맞추는 시스템인데, 대개 그주 방송분을 방송 시간 직전까지 만들고 있어 간혹 '방송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위험과 폐단이 큼에도 방송사들의 편성과 캐스팅 전쟁 속 좀체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생방송 촬영'은 중국 왕서방들의 투자를 받으면서 달라졌다.

차이나머니를 벌기 위해서는 한-중 동시 방송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 방송 전 심의를 통과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사전제작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사드 정국'으로 그마저도 '1년 천하'로 끝날 위기에 처한 것.

방송가에서는 올해 선보인 사전제작 드라마들이 대부분 진정한 의미에서는 사전제작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사전제작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제작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드라마는 중국의 스케줄에 맞춰 '생방송 촬영'과 별반 다를 게 없이 쫓기듯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정성효 KBS 드라마사업부 센터장은 25일 "사전제작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시간적 여유 없이 제작된 드라마가 태반"이라며 "배우 스케줄, 투자와 심의 스케줄에 맞춰 쫓기듯 제작해 사전제작 드라마라도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올해 '태양의 후예'로는 찬사를 듣고, '함부로 애틋하게'로는 혹평을 받았다.

정 센터장은 "'태양의 후예'는 원작이 있기에 그것을 토대로 대본을 다듬을 시간이 충분했고 촬영에도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반면 '함부로 애틋하게'는 빠듯한 스케줄 속 대본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결국은 '웰메이드'가 정답…"충분히 검토해 완성도 높여야"

방송가는 사전제작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은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초 큰 사랑을 받은 tvN '시그널'은 뒤늦게 중국에서 서비스됐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 동영상 사이트 텐센트 이용자들로부터 10점 만점에 9.6점의 평점을 받았다.

특히 '태양의 후예' 중국 버전이 국내 버전과 상당 부분 차이가 났던 것과 달리, '시그널'은 16부 전회가 무삭제 버전으로 심의를 통과해 국내 버전과 동일하게 서비스되면서 두달 만에 누적 조회수 1억 뷰를 넘어섰다.

'시그널'은 사전제작은 아니었지만 기획과 대본을 충분히 검토해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정 센터장은 "내년 해외시장이 또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제작사들이 사전제작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제작하든 잘 만들어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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