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내 경제 10대뉴스] 저성장과 정치 파고에 흔들리고 방황했던 경제

조선비즈 취재본부 2016. 12. 25.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 경제는 저성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세계 경기 부진으로 경제를 이끌던 수출이 곤두박질 쳤고, 기업들의 투자도 부진하며 결국 분기 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조선과 해운 등 주력산업이 부진하며 산업계는 구조조정에 휩쓸렸고,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이 발화하며 전량 리콜하는 초유의 사태도 겪었다.경제가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대통령 탄핵사건 등으로 이를 앞장서 헤치고 나갈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급격하게 약화한 상황이다. 격진을 겪었던 한국경제의 2016년 10대 경제뉴스를 조선비즈가 꼽아봤다. [편집자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에 대해 2선 후퇴를 언급하면서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인선하면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 내정자의 어정쩡한 경제 컨트롤타워 '동거 상황'이 발생했다./연합뉴스

◆ 대통령 탄핵과 경제 컨트롤타워 실종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헌정(憲政) 사상 두 번째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통과로 이어졌다. 극심한 혼란 속에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은 11월 초부터 멈췄다.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 국무총리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하는 수습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사전 협의 없는 인선에 반발한 야권은 김 총리 내정자와 임 부총리 내정자의 인준을 거부하면서,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경제부총리 내정자인 임 위원장이 동거(同居)하는 어정쩡한 사태가 벌어졌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유일호냐 임종룡이냐’식의 핑퐁게임을 했고, 사상 초유의 경제컨트롤타워 부재 사태는 탄핵안 가결 후 대통령의 장관 임명권 행사가 불가능해진 12월 13일 ‘유일호 유임’으로 결론이 나서야 종식됐다.

국내외 경기 여건이 악화되면서, 고용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 / 연합뉴스

◆ 짙은 경기침체…4분기 연속 0%대 성장 우리 경제가 4분기 연속 0%대로 성장하는 데 그쳤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분기 성장률은 작년 4분기 0.7%에 이어 올해 1분기 0.5%, 2분기 0.8%, 3분기 0.6%를 기록했다. 조만간 발표될 4분기 성장률은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계속해온 돈 풀기에 힘입어 국내총생산(GDP)와 고용, 물가 등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동안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흔들리면서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1월 이후 19개월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8월 잠시 반등했고, 9~10월 다시 내려갔다. 조선 해운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진행되며 퇴직자가 늘었고 기업에서도 신입사원을 뽑지 않거나 채용계획을 줄여 청년실업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여 내수 절벽이 현실화 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9월 2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열린 갤럭시노트7 관련 긴급 브리핑에 참석해 사과하고 있다. / 조선일보DB

◆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 발화와 리콜

최고의 역작으로 평가받았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이 무너졌다. 출발은 화려했다. 국내외 언론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8월 출시 직후부터 갤럭시노트7는 전 세계에서 발화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9월 2일 전량 리콜을 실시했지만, 배터리를 교환한 새 갤럭시노트7에서도 발화 사고는 이어졌고 일부 국가에선 기내 소지를 금지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출시 59만일 만에 갤럭시노트7의 생산·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올 3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6% 급감한 1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3조원 중반대의 기회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브랜드 가치 손상에 따른 손실, 한국제품 전체 이미지에 미친 손실은 계산조차 하기 힘들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조선일보DB

◆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물류 대란

세계 7위, 국내 1위 원양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8월 31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지 하루 만이었다. 한진해운은 5년 넘게 계속된 글로벌 치킨게임의 첫 희생자가 됐다.
한진해운 퇴출의 파장은 거셌다. 법정관리가 시작되자마자 한진해운 선박들은 세계 각국 항만에서 가압류, 작업거부 등으로 발이 묶였다. 컨테이너 물류 흐름은 완전히 끊겼고, 올해 초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운임은 폭등했다.
한진해운의 모든 선박이 짐을 내리는데 3개월이 걸렸지만, 그 사이 40년 넘게 구축했던 물류 네트워크와 신뢰는 완벽히 무너졌다.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알파고 모멘텀’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이후부터 AI 분야에 관심이 커졌다. 국내 관련 업체들도 AI를 도입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조선일보DB

◆ 알파고 쇼크와 인공지능 열풍

지난 3월 대한민국은 ‘알파고 쇼크’에 빠졌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 Go)가 가장 창조적인 기사라고 불리던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4승 1패로 승리하면서 인간 능력의 한계와 AI 위력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다.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정부가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을 출범시키고 강남 사교육 시장에도 코딩 학습 열풍이 불었다. 이후에도 구글은 인공신경망 기술을 활용한 번역 서비스로 또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가천대 병원에 IBM AI 의사가 등장했으며 한국어 AI 스피커 SK텔레콤 ‘누구’가 출시돼 돌풍을 일으켰다. 금융권, 유통업계 등에서도 대화형 로봇을 이용해 주문과 상담을 받는 ‘챗봇’ 개발 열풍이 한창이다.

저금리 기조 속 호황을 누리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등의 여파로 올해 한 해 큰 부침(浮沈)을 겪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잠실주공 5단지 아파트. /연합뉴스

◆ 강남 재건축 급등락

올해 한 해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냉탕과 온탕을 모두 겪었다.

조선DB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시중 자금이 쏠리고 일반분양이 잇따라 흥행한 데 힘입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한때 3.3㎡당 4000만원(10월 첫째주 기준)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1단지는 이 시기 3.3㎡당 8033만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돌파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한 정부가 잇따라 시장 규제 대책을 내놓은 뒤로 치솟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과 청약 요건을 강화하는 등 투기수요 차단에 초점을 맞춘 ‘11·3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11·3 대책 이후 두 달 간 1.28% 하락했다. 2억원을 호가하던 강남 재건축 분양권 프리미엄이 1000만원까지 급락한 사례도 나왔다.

◆ 전경련, K스포츠·미르재단 강제 모금 의혹으로 해체 위기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주도한 K스포츠·미르재단 강제 모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설립 55년 만에 해체 위기에 놓였다.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9명의 총수 중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 오너가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전경련은 우리 경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면서도 재벌 이익 대변에 앞장선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경유착’의 고리로 지목돼 수난을 겪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은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 간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선DB

◆ 김영란법 실시로 접대문화 전환점에

공직자 부패 척결을 목적으로 제정된 김영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이 법은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9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에게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부정 청탁과 알선 행위도 처벌토록 했다.
법 적용 대상은 당초 정부안에서 정한 국회, 법원, 정부와 정부 출자 공공기관, 공공 유관단체, 국·공립학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 모든 언론사로 확대됐다. 법 시행 이후 내수 경기 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 우리은행 민영화 4전5기 끝에 성공

우리은행의 주인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뀌었다. 정부가 2001년 공적자금을 투입한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앞서 정부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네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50% 중 29.7%를 한화생명과 동양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에 매각했다, 이들 7곳은 우리은행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면서 우리은행 경영을 책임진다.
이번 매각 성공으로 예금보험공사는 공적자금 2조4000억원을 추가로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2조8000억원이다. 그동안 8조3000억원을 회수했고, 이번 매각 자금까지 합쳐 총 10조6000억원을 거둬들였다.
우리은행의 지배구조도 변경된다. 우리은행은 이달 30일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를 개편한다. 한화생명 등 우리은행 지분 4% 이상을 인수한 5곳의 과점주주는 각각 사외이사 1명의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되면, 새롭게 구성된 사외이사들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신임 행장을 선출한다. 새 행장까지 선출하면 우리은행 민영화는 마무리된다.

◆ 삼성, 이재용시대 맞아 그룹 전략 일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10월 27일 열린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책임경영’에 전면 나섰다.
삼성의 오너 경영인이 삼성전자 등기이사가 된 것은 이건희 회장이 2008년 4월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이후 8년 7개월 만이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등기이사직 사임 이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움직였다. 지금도 권오현 부회장, 신종균·윤부근 사장이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각각 반도체·스마트폰·가전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동안 비등기이사로서 한 발 떨어져 의사 결정에 참여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 등재 이후 미국의 자동차용 전자 장비 전문 기업 하만(Harman)을 전격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인수 금액은 국내 기업의 해외 M&A 사상 최대인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주회사 체제 도입 검토 등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12월 23일 기준 178만2000원대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