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돈으로 결제하면 카톡 이모티콘이 '반값'..온라인에 몰아친 '이집트 열풍'

최주용 기자 2016. 12. 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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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주원(27)씨는 지난 19일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의 질문게시판에 ‘쓸 수 있는 이집트 주소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씨는 다른 네티즌이 알려준 이집트 카이로의 한 가전제품 판매점 주소를 사용해 구글 결제센터에 새 신용카드를 등록하고, 카카오톡에서 300초코(약 3300원)짜리 이모티콘을 샀다. 그런데 이씨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1500원 정도였다.

온라인에서 때아닌 ‘이집트 열풍’이 불고 있다. 이집트파운드(EGP)화로 결제하면 국내 가격보다 절반이나 3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스마트폰앱이나 온라인 이용권 등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폭락한 이집트파운드(EGP)와의 환차익을 이용한 것인데, 구글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 등에서 주소지를 해외로 바꾸는 것만으로 해당 국가의 화폐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국내에서 이집트 주소를 등록한 ‘가짜 이집트인’들은 메신저 이모티콘, 스마트폰 앱, 모바일 게임, 온라인 이용권 등을 집트파운드화로 결제하고 있다. 인기 모바일게임 ‘마인크래프트’는 한국 구글 계정으로 접속하면 약 8500원이지만, 주소지를 이집트로 바꿔 접속하면 약 3600원에 살 수 있다. MS의 최신 운영체제(OS)인 윈도우10 프로 버전 국내 표시가격은 25만6400원이지만, 이집트파운드로는 약 11만원에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이런 ‘이집트 디스카운트’는 지난달 3일 이집트 정부가 자국 통화가치를 48% 절하하고 변동환율제를 시행하면서 가능해졌다. 심각한 달러 부족 사태에 시달리던 이집트 정부는 IMF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환율제도 변경을 받아들였다. 11월 2일 1EGP는 128.83원이던 환율이 일주일 만에 70원 이하로 내려갔고 12월 24일 현재 64.27원을 기록하고 있다.

갑작스런 환율 변동에 먼저 대처한 쪽은 기업이 아니라 인터넷 누리꾼들이었다. 이 같은 정보를 뒤늦게 알게 된 업체들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스마트폰 게임 ‘세븐나이츠’ 등은 이집트 파운드 가격을 두 배로 올렸다. 카카오 관계자는 “상황 파악은 하고 있지만, 아직 내부에서 논의 중이다.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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