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공연계 결산]'김영란법' 당혹 '블랙리스트' 황당

이한철 기자 2016. 12. 2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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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이한철 기자]
김영란법 시행은 올 한해 공연계 최대 이슈가 됐다. ⓒ 데일리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폭탄 맞고 최순실 게이트와 블랙리스트까지, 2016년 공연예술계가 한껏 몸을 낮췄다. 한꺼번에 터진 대형 악재로 인해 가뜩이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공연계가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과 문화를 바꿔놓을 수 있다면, 재도약을 향한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초대권 사실상 금지' 김영란법 대혼란

너도 나도 블랙리스트, 이러다 훅 갈라 '불안감'

지난 9월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은 올 한해 공연계 최대 이슈였다. 공직자를 비롯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에 대해 5만 원이 넘는 선물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탓에 공연 제작의 축이 됐던 기업들의 후원이 끊겨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기업들은 그동안 공연 제작을 지원하는 대신 초대권을 받아 VIP 고객 등을 관리하는 용도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공연 티켓이 대부분 5만 원을 훌쩍 넘기는 만큼, 초대권 활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5만 원 이하 '김영란 티켓'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다. 특히 기업 후원 비중이 컸던 클래식 공연들이 받는 타격은 심각했다. 일각에서는 2017년 볼 만한 공연들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김영란법에 따른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특히 국민 여론이 볼멘소리를 내는 공연계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도 부정적 요소다. 특히 묵은 관행을 철폐하고 건전한 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긍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또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정부는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부인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9437명의 이름이 담긴 명단을 공개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명단에는 유명 연예인부터 클래식계 예술인들까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세계무대 진출 활발
출연료 미지급, 파행 잇따라

극한의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무대를 향한 노력을 계속됐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와 같은 대형 뮤지컬뿐만 아니라 '김종욱찾기' '난쟁이들' '블랙메리포핀스' '빈센트 반 고흐' '총각네 야채가게' 등 참신한 소극장 뮤지컬들이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되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CJ E&M, 오디뮤지컬컴퍼니 등 대형 제작사들은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 진출을 목표로 해외 창작진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 여름 큰 호응을 얻은 '킹키부츠'에 이어 최근 개막한 '보디가드'는 CJ E&M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초연부터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큰 성공을 거뒀다.

수 년 전부터 꾸준히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들겨 온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또한 최근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인한 파행은 뮤지컬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특히 11월 개막 예정이던 대형 뮤지컬 '록키'가 개막 하루 전 취소되면서 큰 논란이 됐다. '삼총사' '잭더리퍼'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사랑받아온 제작사 엠뮤지컬아트는 이번 사태로 큰 위기를 맞고 있어 공연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밖에 '로맨틱 머슬' '불효자를 웁니다' '노서아 가비' 등이 출연료 미지급과 계약 문제 등으로 파행을 겪었다.

박효신의 급부상은 뮤지컬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 EMK뮤지컬컴퍼니

김준수, 박효신, 조승우 '막강한 영향력'
이수, 관객 거부로 하차 굴욕

김준수와 조승우, 그리고 박효신의 티켓 파워는 공연계 불황 속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김준수는 올 1월 뮤지컬 '드라큘라'에 이어 9월 '도리안 그레이', 그리고 내년 1월 개막 예정인 '데스노트'에 이르기까지, 매 공연마다 자신의 매진행진을 이어가며 변함없는 티켓 파워를 자랑했다. 특히 '데스노트'는 김준수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어서 관객들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

김준수는 뮤지컬 외에도 지난 6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와 12월 뮤지컬 콘서트 등 가수로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조승우 역시 '베르테르' '헤드윅' '스위니토드'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스위니토드'에서는 '여자 조승우'로 손꼽히는 옥주현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큰 화제를 뿌렸다.

김준수와 조승우가 양대 산맥을 구축해왔던 뮤지컬계에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 있다면 박효신이었다. 박효신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뮤지컬 '팬텀'에 캐스팅돼 자신의 출연 회차를 전석 매진시키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반면, 팬들의 거센 반발로 뮤지컬 출연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다. 올 상반기 EMK뮤지컬컴퍼니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차르트!'는 가수 이수를 캐스팅했지만, 관객들의 거센 반발로 끝내 캐스팅을 철회해야 했다.

오래 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실이 또다시 이수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수의 캐스팅 논란은 이후 뮤지컬 캐스팅에 또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사례가 됐다.

2017년, 원점에서 다시 뛴다

공연 업계는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는 내년 1월 16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를 개최한다. 한국뮤지컬대상 등 기존 뮤지컬 시상식이 폐지되거나 잠정 보류된 상황인 만큼, 뮤지컬 관계자들과 팬들은 협회의 이 같은 움직임을 크게 반기고 있다.

또 공연계 숙원 사업이었던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수년간 (주)인터파크와 기타 뮤지컬협회, 뮤지컬 제작사 등의 갈등을 겪으며 평행선을 달렸지만, 지난 11월 마침내 업무협약을 맺었다.

공연계는 이를 통해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인 공연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 활성화되면 신규 관객 유입과 공연 소비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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