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야구가 런닝맨을 오해한 건 아닌지..

조회수 2016. 12. 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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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프로야구 선수들이 그렇다. 야행성 올빼미에 가깝다. 새벽녘에나 잠 들고, 늦게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밤 활동이 체질화 돼서 그런 탓이리라.

그런데 빅보이는 다른 것 같다. 오히려 새벽형으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출연한 SBS <꽃놀이패>에서 그런 면모가 드러났다. 흙길 7형제 중 독보적인 기상 시간 1등이었다. 덕분에 이른 아침 찾아온 손님을 맞게 됐다. 그런데, 아뿔사. 눈부신 모닝 엔젤을 보고도 멀뚱~하다.

“아침부터 누가 오는데요? 형님(안정환)이 원하시는 분이 온 것 같은데….” 만약 이 대목에서 그가 ‘해수님’이라고 외쳤다면 예능 학점은 ‘A+’였을 것이다. 설혹, 이지은이라고 했더라도 ‘A’ 학점은 무난했다.

그런데 세상에. 그의 다음 독백이 상상 초월이었다. “죄송한데 누군지는 모르겠어요, 제가…. (더듬더듬) 아이돌인 것 같은데요.” 아이유를 몰라보다니. 선구안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한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국민 여동생은 식전부터 굴욕을 겪고 말았다.

                                                                                                                  SBS <꽃놀이패> 

그는 엄연한 천만 배우다. <해운대>의 메소드 연기로 신 스틸러로 등극했다. 때문에 귀국과 동시에 활발한 콜을 받았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가 스타트였다. 한국에 돌아온 지 일주일 밖에 안됐다는 데 냉장고 안은 엄청났다. 마트의 축소판이었다. 웬만한 먹거리들이 총망라됐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먹방이 아니었다. 수준 높은 토크 실력이었다. 동반 게스트 정준하를 밀어치고, 당겨치고. 자유자재로 공략한다. “처음에 친해졌을 때 형님(정준하)이 많이 챙겨줬다. 그런데 알고보니 모든 분하고 친하더라. 나도 그냥 친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닌가 싶더라.” 정준하가 짜장면 곱배기 77초, 막국수 3초를 자랑하자 깔끔하게 받아친다. “음식은 맛있게 음미하며 먹어야지.”

그는 이어 KBS <해피투게더>까지 발군의 예능감을 과시했다. 제작에 참여했던 한 연출자는 “나중에 이쪽 일을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재능”이라고 극찬했다. 어쩌면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의 계보를 이을 지도 모르겠다. 

런닝맨과 야구의 각별한 인연

참 이해가 안간다. 불과 얼마 전 아니었나. 개리가 그만둘 때는 특집까지 마련하며 그렇게 섭섭해 하더니….

<런닝맨>이 개편을 앞두고 개국 공신 2명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특히나 개리의 월요 커플은 자신의 하차 소식을 기사로 먼저 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7년을 함께 달렸는데. 시청자들은 ‘사람 귀한 줄 모른다’며 성토했다.

와중에 강호동만 머쓱해졌다. 시즌2 멤버로 합류하려다 괜한 구설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출연 결정도 번복해야 했다. 결국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SBS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크다. ‘빅2(유-강)’의 재회 말이다. 둘의 깨방정이 무척이나 그리웠는데. <공포의 쿵쿵따>, <x맨>…. 레전드의 부활도 역시 물거품이 됐다.</x맨>

                                                                                                       SBS <런닝맨>

그러고 보니 벌써 4년이 넘었다. 2012년 11월의 일이었다. 류현진이 <런닝맨>의 게스트로 출연했다.

그가 녹화 도중 쉬는 시간에 잠시 휴대폰을 들여다 본다. 그러더니 추신수에게 보여주며 뭔가를 속삭였다. 눈이 휘둥그래진 선배 메이저리거는 후배의 어깨를 두들기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소식은 어느덧 녹화 현장에 퍼져 나갔다. 유느님을 비롯한 멤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다저스가 포스팅 입찰권을 따냈다는 보도를 처음 확인한 순간이었다.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엄청난 거액이었다. 야구 역사에 남을 생생한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그로부터 <런닝맨>과 야구의 인연은 각별했다. 

런닝맨 괴담, 라디오스타 괴담 

바야흐로 귀향의 시즌이다. 메이저리거들이 험한 객지 생활을 마치고 고국에 머무는 시간이다. 그리운 가족의 품에서 안식을 찾을 때다. 막역한 절친에게 무지막지한 푸념과 뒷담화 쯤 한 보따리 풀어놔도 괜찮은 계절이다. 그래서 마음의 짐을 좀 내려놔도 큰 허물은 아닐 것이다.

그런 그들의 귀국 소식에 꼭 따라붙는 팬들의 반응이 있다. ‘제발 딴 짓 하지 말고, 푹 쉬고 몸 관리 잘하라’는 당부다. 얼마나 살뜰한 관심인가. 시즌 때 걱정만으로 부족하다. 오프 시즌에도 노심초사다.

팬들이 설정한 ‘딴 짓’은 운동에 방해가 될만한 요소들이다. 구체화 하자면 술, 담배, (어쩌면 여자 문제도?) 등이리라. 그리고 그걸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키워드가 <런닝맨>일 것이다.

대표적인 댓글러들의 지적은 이런 것이다. ‘런닝맨 같은 프로그램 나가서 연예인들이랑 어울리지 말고, 그럴 시간 있으면 웨이트라도 한 번 더 하고….’ 지극히 타당한 ‘말씀’들이다.

이런 걱정은 곧 현실이 된 것처럼 보였다. 출연했던 류현진, 추신수, 강정호 등에게 부상과 부진의 악재가 겹치면서다. 그럴 때마다 ‘거 봐라.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핀잔이 쏟아진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괴담’으로 유포되기도 했다. 선수들이 <런닝맨>에 출연한 뒤 부진과 부상, 스캔들에 말리게 된다는 수근거림이다. 비슷한 경우가 <라디오스타>에서도 생겼다. 마찬가지로 괴담이라는 허울이 덧씌워지기도 했다. 

                                                                                                                   MBC <라디오스타>

“우리 애가 그런 애가 아닌데, 친구 때문에…” 

귀국한 메이저리거들의 방송국 출입이 예전같지 않다. 이대호만이 적극적인 편이다. 나머지는 몸 사리는 눈치가 역력하다. 아마 이런 저런 이유로 나서기 곤란할 것이다. 반대로 섭외가 꺼려지는 대상이 된 지도 모른다. 그나마 김현수가 jtbc <아는 형님>과 tvN <인생술집>, 오승환이 tvN <내게 남은 48시간>에 출연했(한)다.

야구 선수, 카테고리를 넓히면 스포츠 스타의 예능 출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떨떠름하다. 특히 웃고 떠드는 프로그램에는 더욱 엄격하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인식은 타당한가.

물론 아주 나쁜 선례들이 있었다. 일찌감치 방송가에 진출한 프로야구 선수 출신들의 일탈이었다. 그들은 빗나간 개인사로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그 기억은 아직까지 선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둘 사이에 보편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건 논리의 비약이다.

TV 출연은 엄연히 소통의 수단이다. 유니폼 차림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팬들과 만날 수 있는 통로다. 더 많은 대중들과 연결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게 본질이다.

그 다음은 각자의 몫이다. 그것 때문에 훈련에 차질 생겼다고, 제대로 못 쉬었다고…. 아마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또다른 관점 하나. ‘자꾸 연예인들 하고 엮이면 좋을 일 없다’는 걱정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편견일 것이다. 비슷한 논리가 이런 것이다. 부모님들이 흔히 교무실에서 하시는 얘기다. “우리 아들이 원래는 착했는데, 못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나쁜 길로 빠진 것 같아요.” 그런데 그건 반대쪽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 ‘못된 친구’의 부모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다. “우리 애가 그런 애가 아닌데, XXX 때문에….”

A는 톱 레벨의 가수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B와도 가깝다. 하지만 어쩌다 공연 때문에 미국에 가도 연락을 머뭇거린다. “처음에 한 번 어울렸는데, 그 친구 주량이…. 너무 달려서 후유증이 며칠은 가더라구요. 다음 날 공연도 간신히 끝냈어요. 이제 스케줄 앞두고는 절대 (전화 안해요). 내가 피해 다닌다니까요.” 참고로 A는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술) 대표 선수다.

본질은 <런닝맨>이 아니다. 괴담은 억측일 뿐이다. 문제를 일으키고, 책임이 있다면 자신들 스스로의 몫이다. 그로 인해 자유로운 소통의 길이 오해받을 필요는 없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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