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토크②]황치열 "예능감? 원래 가진 것 없어 잃을 것도 없죠"

[일간스포츠 이미현]

이 남자 검소해도 너무 검소하다.

중국에서 돈을 벌 만큼 벌었어도 아직 옥탑방에 산다. 영하 9도로 내려가는 날에도 보일러 안 떼고, 패딩과 슬리퍼를 신고 지낸다. 좋아하는 음식은 막창이다.

주인공은 황치열이다. 9년 무명 시절을 견뎌내고 빛을 본 '고진감래 스타'다. 그는 지난 4월부터 중국판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시즌4에 출연하면서 '대박'이 났다. 황치열 하면 '나가수'가 떠오르고, 그가 부른 '뱅뱅뱅'은 필수 옵션으로 따라붙는다. 이후 승승장구했고 '대륙 스타'로 떠오르며 뉴스에서도 언급됐다.

하지만 취중토크로 만난 황치열에게 '대륙 스타'의 모습은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직접 주문하는 것은 물론, 테이블을 직접 세팅하기까지 했다. 가진 것 없이 구미에서 서울로 올라와 남자 4명이 90만 원으로 6개월을 버텼다고 한다. 노래 하나로 이뤄낸 성과라 자신감도 대단했다. "연예인이라고 변한 건 없어요. 전 그냥 노래를 잘해서 인기를 얻었죠.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일 뿐이죠."

- 중국 내 인기 비결은 뭘까요. "처음엔 스태프들이 저와 눈도 잘 안 마주쳤어요. 그래서 일일이 다 인사를 했어요. CCTV 팀에겐 카메라 보고 인사도 했죠. 그랬더니 스태프들 사이에서 사람 좋다고 소문이 났더라고요."

- 스태프들도 잘 챙기는 것 같아요. "직업에 높낮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전 그냥 노래를 잘할 뿐인 거예요. 그래서 촬영 끝나고 일이 없으면 현장에 가서 일 도와줬어요."

- 팬 사랑도 남다르던데요. "'나가수'에 합류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또 있어요. 팬분이 '나가수' 방송사인 후난TV 관계자와 사적으로 만나는 자리가 있었대요. 그때 팬분도 저를 홍보해주신 거죠. 팬분들이 저를 만들어 준거나 다름없어요."

- 팬 관리 비결이 있다면요. "매니저들에게 공손하게 대하라고 신신당부를 해요. 다른 걸 떠나서 사람에 대한 예의잖아요. 그렇지 않다면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니저들이 처음에 힘들어했어요.(웃음) 이제 팬들도 질서를 잘 지켜요. 팬과 스타가 믿음을 형성한 거죠."

- 생각나는 팬이 있나요. "얼마 전 팬 미팅 때 손가락만 움직이는 분이 오셨어요. 저를 보고 '희망을 얻고 살고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매니저와 제가 눈을 벌게져서 눈물 참느라 혼났다. 그래서 그 팬에게 숙제를 내줬어요. 다음엔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달라고."

- 중국어를 잘하게 된 비결이 있나요. "4개월 동안 중국말로 노래를 부르다 보니까 나만의 표기법이 생겼어요. 일단 큰 종이에 노래 듣고 소리 나는 발음을 한국말로 적어놓고 병음을 연습했어요. 편지 읽듯이 현지인에게 쭉 읽어주고 지적을 받았죠."

- 원래 털털한 편인가요. "무명생활을 보내면서 좀 다져진 편이에요. 원래 '나 잘났어' 하는 게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춤을 춰서 인기가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 '잘났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근데 서울 오니까 잘난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거기서 기가 죽었어요. 그래도 자신감은 떨어지지 않았어요. '내가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 보컬 트레이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돈을 벌려고 시작했어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었어요. 아버지께서 작은 공장을 하시는데 아들이 대를 잇길 바라셨어요. 근데 저는 가수를 하겠다고 한 거죠. 그래서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어요."

-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았나요. "아버지는 저에게 '여의도 병이 걸렸다'라고 표현을 했어요. 근데 저는 기회만 있다면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1년에 두 번 명절 때 내려갔다. 1박 2일 같은 2박 3일을 보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니'라는 말이 정말 듣기 싫었어요. 그게 4년이 넘다 보니 위축도 됐고요."

- 지금은 좋아하시죠. "매일 매일 문자 보내주시고, 정말 좋아하세요. 뉴스도 많이 나와서 아버지 어깨가 한껏 올라갔어요. 아버지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셨는데, 오히려 아버지가 스타병이 걸리신 것 같아요.(웃음)"

- 끼는 누구에게 물려받았나요. "어머니가 노래를 잘해요. 아버지는 그냥 사업가고요. 아버지는 항상 제 목소리가 꾀꼬리 같지 않다고 아무도 안 들을 거라고 했죠. 어릴 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웃음)"

- 예능에서도 두각을 보였어요. "절대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방송을 했어요. 전 원래 가진 게 없던 놈이에요. 잃을 것도 없고요. 그냥 있었던 이야기를 줄줄 얘기했는데 이렇게 터질지 몰랐어요."

- '나 혼자 산다'에서 옥탑방으로 이사해 화제가 됐죠. "아직도 살고 있어요. 전 이 집이 좋아요. 제가 벌어서 처음 얻은 집이에요. 잘 됐다고 이사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고요."

- 중국 행사를 포기하고 KBS '해피투게더'를 선택해 호감도 얻었어요. "사실 돈 이야기라 위험해서 제작진에 편집을 요청했어요. 장난삼아 대기실에서 장위안과 했던 이야기를 작가가 들었어요. 작가가 전현무 형에게 사인을 줬는데 장위안이 '중국 출연료가 한국보다 100배 높다'고 말한 거죠. 한 번쯤은 내가 중국에서 어느 정도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편집 안 된 게 전화위복이 됐죠.(웃음)"

- JTBC '아는 형님'도 고정 출연 중이었는데, 아쉽게 하차했어요. "아쉽지만 잘 돼서 너무 좋아요. 제가 출연했을 땐 시청률이 2%대였어요."

- '나가수' 때문에 '아는 형님'서 빠졌죠. "여운혁 국장님께 '나가수' 섭외가 들어왔다고 사실대로 말씀드렸어요. 여 국장님도 흔쾌히 다녀오라고 허락해주셨고요. '나가수'에서 이렇게 대박이 날 줄 몰랐으니까요. '나가수'에서 잘 되고,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를 안 했는데 포스터에서는 빠지지 않았어요. 언제든 복학생으로 돌아올 수 있는 느낌이었죠."

- 최근에 '아는 형님'에서 김희철과 민경훈이 프로젝트도 선보였죠. "조심스럽게 저도 '아는 형님'에 있었으면 같이 프로젝트를 하지 않았을까요. 그럼 제 꿈이 하나 또 풀리는 건데.(웃음) 둘이 너무 잘 돼서 기분이 좋아요. '아는 형님'이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내가 들어가고, 음반 내도 또 잘되고. 이상적인 그림이네요.(웃음)"

이미현 기자 lee.mihyun@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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