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도깨비 vs 전설 속 도깨비

아이즈 ize 글 이지혜 2016. 12.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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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이지혜

[tvN [도깨비]에는 도깨비 김신(공유)뿐만 아니라 저승사자(이동욱), 삼신할매(이엘) 등 한국의 많은 설화에 나오는 초자연적 존재를 다룬다. 그러나 그들은 애니메이션이나 KBS [전설의 고향]에서 보던 것과 사뭇 다르게 살아간다.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모두 공포스럽기보다는 멋지게 차려입은 미남들이고, 저승사자는 멋진 집을 사기 위해 300년 동안 돈을 모으기도 한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그저 도깨비나 저승사자에 현대적인 설정을 입힌 것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외로 [도깨비] 속 도깨비는 꽤 말이 된다. 최소한 KBS [태양의 후예]가 군인을 그리는 것보다는 훨씬. [도깨비]와 실제 역사 속 도깨비의 이야기를 비교했다.]

도깨비, 어느 마음 약한 신
[도깨비]에서 도깨비 신은 “어느 마음 약한 신”으로 지칭된다.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고, 도깨비 신부인 지은탁(김고은)의 언행 하나하나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섬세한 취향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머리에 뿔이 달리고 철퇴가 있는 방망이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도깨비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그러나 머리에 뿔이 있는 도깨비는 일본의 요괴 오니의 이미지가 한국의 교과서에 도깨비로 소개되면서 일어난 착각이다. 원래 한국의 도깨비는 뿔이 없고, 방망이를 들고 있기는 하지만 철퇴는 없다. 또한 다른 이름인 ‘김 서방’으로 불릴 만큼 인간의 얼굴을 한 신에 가깝다. 그래서 사람들은 요괴나 귀신에게는 제의를 올리지 않지만 도깨비에게 복과 명([석보상절](15세기))을 빌었다. [도깨비]에서 은탁이 불을 끄는 행위로 도깨비를 부르는 것은 이런 제사나 제의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사람들은 도깨비에게 풍어를 기원하며 메밀묵을 바다에 뿌리거나 도깨비불로 다음 해 농사에 비가 얼마나 많이 올지 점을 치기도 했다. 신이 날씨에 영향을 미치거나 불을 만들어내는 등의 능력을 가진 것을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난 2004년 도깨비를 봤다고 주장한 사람은 “도깨비는 미남 청년”이라 했다고 한다.

검은 모자를 쓴 저승사자
저승사자는 검은 가죽 트렌치코트에 중절모를 쓰고 다닌다. “사람들이 이래야 알아본다”는 이유인데, 이에 대해 도깨비는 그의 패션 감각을 비웃는다. 이 부분은 단지 유머를 위해 넣은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도깨비가 있다면 저승사자의 패션에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백색으로 화장한 외모의 저승사자는 사실 KBS [전설의 고향]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무속이나 불교에서 묘사하는 저승사자는 사직사자, 일직사자, 월직사자, 연직사자 등이 있고, 이들은 한 손에는 명부를 들고 관복을 입은 채 칼을 차고 있다. 또한 설화에는 저승사자의 실수로 인간이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한 상태로 저승에 갔다 다시 돌아오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만큼 완벽하고 초월적인 존재는 아니고, 실제로 저승사자는 보통 사람과 똑같이 살았던 자들 중에서 선발된다. 그만큼 저승이 핏기 없는 얼굴로 다녀야 할 만큼 차가운 세계는 아니라는 의미. ‘장절공 신숭겸 전설’에서는 저승사자가 된 신숭겸의 친구가 신숭겸의 외아들이 죽지 않고 살아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메밀꽃을 건넨 도깨비
전설에서는 주로 손때가 묻은 농기구가 도깨비가 되거나, 때로는 생리가 묻은 빗자루가 도깨비가 되기도 한다. 은탁이 신의 가슴에 꽂혀 있는 칼을 뽑으면 “빗자루가 되는 거냐” 묻는 건 그래서다. 또한 원래 장군이었던 신은 칼날에 염원이 생겨 도깨비가 됐고, 도깨비가 태어난 자리에는 메밀꽃이 핀다. 따라서 도깨비에게 드리는 제사에 메밀묵은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김종대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도깨비에 대한 구전에 의하면 도깨비는 메밀 냄새를 좋아한다. 특히, 전라도 지역에서는 도깨비가 내장이 없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는 메밀묵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충청남도 지역에서는 집터의 기운이 세다고 여기는 집의 울타리 네 귀퉁이에 메밀묵을 갖다 놓기도 한다. 또한 도깨비는 메밀묵 이외에도 고기, 팥죽, 술 등 보통 백성이 좋아하는 음식을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만큼 백성들에게 친근한 존재였다고 할 수 있는데, 설화에 나타나는 도깨비는 시를 좋아하고 춤도 잘 추며, 여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가 나면 무섭지만 용서도 잘하고, 인간을 잘 도와주며, 인간에게 잘 속기도 해 설화에서는 사람이 귀신을 보면 놀라거나 기절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만 도깨비를 보고 귀신처럼 겁을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군대보다 힘든 저승사자 생활
[도깨비]에서 “~했지 말입니다”로 말이 끝나는 신입 저승사자의 어미는 김은숙 작가의 전작 [태양의 후예] 패러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군대를 연상시키는 저승사자의 조직 문화는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옥과 염라왕이 존재하는 저승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예로부터 관료제도가 발달한 중국은 저승세계에도 이를 그대로 적용했다. 염라왕이 다스리는 저승은 관료조직을 모방하여 만든 것이고, 그만큼 위계질서나 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염왕은 인간의 수명을 사무적으로 집행할 뿐이고, 죽은 다음의 행보 역시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닌 재판을 통해 결정한다. 그러니 말단 저승사자들이 빡빡한 공무원 생활을 한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물론 “~했지 말입니다” 같은 표현은 안 쓰겠지만.

은탁의 수호신, 삼신할매
은탁은 신에게 “내 수호신이에요?”라고 묻지만 그의 진짜 수호신은 삼신할매다. [도깨비] 첫 화에서 은탁의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 삼신할매는 저승사자가 은탁을 저승으로 데려가려 하자 전력을 다해 막고, 은탁이 곤경에 처할 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경북 안동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시무굿무가]에서는 “저승사자가 수명이 다 된 사람을 잡으러 왔지만 마당에 들어가니 지신이 막고, 부엌으로 들어가니 조왕신이 막았다. 천신만고 끝에 대청으로 들어가니 성주신이 막고 안방에 들어가니 삼신할매가 막아서 못 잡아간다”([한국민속신앙사전])는 내용이 있다. 가(家)신들은 집터에 사는 사람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가신들은 말 그대로 터에 존재하는 신이기 때문에 집터를 떠나면 볼 수 없다. 또한 이런 집안의 신들에게는 보통 그 집의 여자가 고사를 지냈다. 은탁의 어머니와 삼신할매가 왜 대화를 나누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

백마 탄 왕자 말고, 도깨비
많고 많은 신들 중에 왜 하필 도깨비여만 했을까. 김은숙 작가가 SBS [상속자들], [시크릿 가든] 등 재벌 2세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로 성공을 거뒀음을 생각하면 도깨비라는 소재는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옛날 관용구 중에는 “도깨비 터에 집을 짓고 살면 부자가 된다”는 말이 있고, ‘도깨비 방망이 얻기’ 설화 등 도깨비를 통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도깨비는 재물신이고, 신은 단지 재벌이 아니라 재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도깨비]에서 신의 가신이 된 유씨 가문이 재벌이 된 이유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도깨비]에서는 은탁이 재벌 3세인 덕화(육성재)가 아니라 부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도깨비 그 자체와 연인이 된다. 실제로 과거 속담 중 “도깨비를 사귀었나”라는 표현은 벼락부자가 됐을 때 쓰이는 것으로, 신이 은탁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도깨비의 원래 능력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많은 백성이 현실의 궁핍함을 벗어나고픈 바람으로 도깨비를 믿었다. 현대에는 [도깨비]처럼 “조실부모”하여 돈 한 푼 없는 고등학생이 무한한 부를 가진 도깨비와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일까.

참고자료
[한국설화 연구] 이영수. 한국학술정보(주)
[韓國說話硏究] 안병국. 학고방
[민속학연구 15호] ‘한국 도깨비와 일본 요괴의 비교연구에 관한 시론’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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